업계 공급능력 줄어드는데 살아나는 TV 수요
LG전자 LCD 패널 수급 위해 당분간 국내 공장 유지할수도

공급 과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최악으로 치닫던 TV용 LCD 패널 가격이 모처럼 반등하고 있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중국이 2분기 말부터 수요가 살아나고 있고, 반대로 삼성⋅LG디스플레이의 LCD 공급능력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도 모처럼만에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LG전자가 생산한 LCD TV. /사진=LG전자
LG전자가 생산한 LCD TV. /사진=LG전자

삼성 LCD 사업 철수...전 세계 공급량의 12% 영향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8월 상반월 LCD 패널 가격은 55인치 기준 133달러로, 7월 하반월 대비 4.7% 상승했다. 이는 4개 반월(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65인치 패널 역시 2.2% 오른 187달러를 기록했다. 

LCD 패널 가격 저점을 형성했던 지난 2분기 평균가와 비교하면 65인치 제품은 4%, 55인치 제품은 10.5%나 가격이 올랐다. 43인치와 32인치도 각각 5.9%⋅14%씩 가격이 반등됐다.

캐시코스트(제조 원가에서 고정비 및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개념) 이하로 치닫던 LCD 패널 가격이 살아나는 것은 3분기 성수기로 접어 드는 상황에서 업계 공급능력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올해 올해 안에 LCD 사업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해 1개의 8.5세대(2200㎜ X 2500㎜) LCD 라인을 철거했다. 올해 추가로 8.5세대 LCD 라인 철거를 위해 이번 분기 안에 중고 장비 매각 작업도 시작한다. 향후 이들 라인을 ‘QD디스플레이' 공장으로 개조하더라도 구식 장비들을 뜯어내고 새 장비를 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최소 2년간 생산 공백이 불가피하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능력 현황. /자료=하나금융투자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능력 현황. /자료=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탕정 L7-2, L8-1, L8-2의 LCD 라인을 모두 걷어내면, 분기당 802만㎡의 생산능력이 사라진다. 이는 전 세계 LCD 생산능력의 12%에 달하는 비중이다. 통상 공급 과잉을 판단하는 기준선이 수요 대비 ‘15% 초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능력이 12%가 사라지는 데 대한 영향은 상당하다. 특히 TV 세트 업체들이 패널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미리 재고를 쌓아두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업계 예상보다 항상 더 빠르게 오른다.

중국 쑤저우 LCD 라인의 경우, 중고 장비 매각 보다는 공장 지분 전체를 현지 업체에 넘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쑤저우 LCD 라인은 한국⋅중국⋅대만을 통틀어 가장 고품질의 8K LCD 패널이 생산된다는 점에서 원매자를 찾기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쑤저우 LCD 라인 매각에 따른 공급 감소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공급...살아나는 TV 수요

 

이처럼 LCD 패널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반대로 TV 수요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살아나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TV 판매량은 1년 전보다 7%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중국 TV 업체들은 쌓아 두었던 LCD 패널 재고가 5월에 소진됐으며, 미국 세트 업체들도 6월에 패널 재고가 동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2분기 중국으로부터의 TV 수입량과 수입액이 1분기 대비 크게 늘었다. 2분기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이 가장 극심했던 기간이고, 미국 정부가 올 초부터 중국산 TV에 대해 7.5%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1분기 200만대 이하였던 미국의 중국산 TV 수입량은 2분기 500만대 수준까지 크게 증가했다. 덕분에 멕시코 등 타 국가로부터의 TV 수입량이 거의 변동의 없었음에도 1분기 대비 2분기에 TV 수입량이 급증했다. 

미국 분기별 TV 수입량. /자료=DSCC
미국 분기별 TV 수입량. /자료=DSCC

DSCC는 중국은 LCD 패널⋅모듈 생산공장과 세트 공장이 지척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공백이 적었고, 덕분에 빠르게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에 위치한 TV 세트 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패널을 구매해 와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 공백이 길 수 밖에 없었다.

 

LG디스플레이, TV용 LCD 생산 연장할까

 

이처럼 LCD 수급이 급반전되면서 아직 LCD 매출 비중이 큰 LG디스플레이의 하반기 실적에도 숨통이 트였다. 지난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흑자 전환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500억~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3분기에도 소폭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던 과거 컨센서스에서 크게 개선된 전망치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국내 TV용 LCD 라인 가동을 연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아직 8.5세대 LCD 라인 장비 매각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광저우 LCD 라인은 남기고 국내서는 TV용 LCD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원칙만 세워놓은 상태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광저우 OLED 라인이 이제 막 가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LCD 라인을 비우고 빨리 전환투자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LCD 생산을 종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5인치 LCD 패널 가격 추이. /자료=DB금융투자
55인치 LCD 패널 가격 추이. /자료=DB금융투자

LG전자 관계자는 “3~4분기 TV용 LCD 수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라인 운용을 연장한다면 패널 구매 전략에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LG전자 HE사업부의 LCD 수급 편의를 위해 LG디스플레이의 TV LCD 사업을 좀 더 끌고갈 유인은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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