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암리에 기술 개발 지속... 치(Qi)에 에어퓨얼(AirFuel) 결합할 듯
중국 스마트폰 업계도 발빠르게 듀얼 무선충전기 개발 나서

애플의 에어파워 출시 가상 이미지./
애플의 에어파워 출시 가상 이미지./애플

애플은 정말 ‘에어파워(AirPower)’ 프로젝트를 포기했을까.

지난 2017년 9월 애플은 일대다 무선충전기 에어파워를 곧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애플은 공식적으로 에어파워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올해 ‘아이폰12’ 출시에 에어파워가 포함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하지만 애플은 에어파워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애플이 암암리에 에어파워 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일대다 무선충전기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애플은 왜 에어파워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했을까

지난해 애플이 에어파워 양산 프로젝트를 멈춘 건 사실이다. 당초 출시 예정이었던 2018년보다 1년여가 지난 뒤에야 애플은 에어파워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했다.

댄 리시오(Dan Riccio)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당시 “많은 노력 끝에 에어파워가 우리의 높은 기준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에어파워에 대한 요구 사항은 크게 ▲일대다 무선충전 ▲충전 위치의 자유로움 등 두 가지다. 하지만 애플이 채택한 무선충전 표준인 세계무선충전협회(WPC)의 치(Qi)는 이 둘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치 기반 무선충전기는 한 번에 하나의 기기만, 특정 위치에서만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자기 유도 현상을 활용하는 치 방식 무선충전은 충전기의 코일(1차 코일)과 기기의 코일(2차 코일)이 정확히 겹쳐 있어야 최대의 효율이 나온다./로옴
자기 유도 현상을 활용하는 치 방식 무선충전은 충전기의 코일(1차 코일)과 기기의 코일(2차 코일)이 정확히 겹쳐 있어야 최대의 효율이 나온다./로옴

이는 치 방식이 자기 유도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유도 현상은 한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자기장이 생기고, 해당 코일과 맞닿아 있는 2차 코일에 전자기 유도를 일으켜 전력을 전송한다. 

다시 말해 치 방식은 두 코일의 크기가 비슷해야하고, 서로 정확히 겹쳐 있어야만 강한 자기장이 형성돼 충전 효율이 높아진다. 스마트폰 전용 무선충전기로 무선 이어폰 같은 작은 기기를 충전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간혹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기가 나왔다고 해도 들여다보면 한 번에 여러 기기가 아닌 한 번에 한 대의 기기만 충전할 수 있거나 혹은 기기를 놓는 위치가 특정돼있는 식이다.

통신 문제도 치 방식의 단점 중 하나다. 무선충전 기술은 기본적으로 충전기가 충전이 필요한 기기의 배터리 잔량을 알아내고, 충전 속도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치 방식은 충전기와 기기가 서로 밀접하게 맞닿아야 신호를 주고받는 인밴드(In-band) 통신을 쓰는 탓에 충전기와 기기가 수㎝ 이상만 떨어져있어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

 

무선 충전기(검은색 상자)가 일대다 충전을 기기 어디서든 지원하려면 기기 내부에 무선충전 코일 여러 개가 서로 겹쳐져 있어야한다./KIPOST
무선 충전기(검은색 상자)가 일대다 충전을 기기 어디서든 지원하려면 기기 내부에 무선충전 코일(파란색) 여러 개가 서로 겹쳐져 있어야한다. 노란색 상자는 충전을 하려는 기기고, 빨간색 원은 그 기기 속 코일이다./KIPOST

치 방식으로 에어파워를 만들려면 코일을 동시 충전하고자 하는 기기의 수만큼 여러 개 넣어야한다. 여기에 기기 어느 공간에도 충전이 가능하려면 각 코일을 서로 겹치는 식으로 설계를 해야한다. 애플은 기기에 21~22개의 코일이 들어가있는 에어파워를 고안했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수 개의 코일이 서로 겹치는 영역에서는 어떤 코일에서 전력을 유도하게 할 것인지 ▲동시에 여러 대의 기기가 올라오면 통신은 어떻게 하고, 어떤 순서대로 얼마만큼을 충전하게 할 것인지 ▲만약 코일을 서로 겹치지 않게 놓는다면 두 코일 중간에 기기가 위치할 때는 어떤 코일을 쓸 것인지 ▲열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난제가 생긴다.

그나마 어떤 코일을 택할지는 개중에서 가장 충전 효율이 높은 코일에서 전력을 받게 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지만, 통신은 해결할 수 없었다. 치 표준에서는 다른 방식의 통신 기술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에어파워를 개발하면서 WPC 측에 블루투스저전력(BLE) 등 통신용 집적회로(IC)를 표준 내용에 추가해달라고 제안했지만, WPC에서는 끝내 이를 거절했다. 결국 애플은 에어파워 출시를 일단은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을 중단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중단된 건 양산이었지, 개발이 아니었다. 댄 부사장은 에어파워 프로젝트 중단을 밝히면서도 미래 충전 기술은 무선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 애플은 에어파워 중단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해당 팀을 해체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아날로그 및 전력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인력들도 흡수했다.

기술적으로 에어파워를 구현할 방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일대다 무선충전, 그리고 위치의 자유로움은 에어퓨얼얼라이언스(AFA)의 무선충전 표준 에어퓨얼(AirFuel)의 장점이기도 하다.

 

▲Qi 규격과 에어퓨얼 규격무선충전 비교./업계
Qi 규격과 에어퓨얼 규격무선충전 비교./업계, KIPOST 정리

에어퓨얼 표준은 자기 공명 현상을 기반으로 한다. 자기 공명은 공진 주파수를 가진 두 코일을 가까이 대면 두 자기장 사이에 공명 현상이 일어나 전력이 전달되는 현상이다. 코일 간 공진 주파수만 같으면 되니 두 기기에 들어갈 코일의 크기가 같지 않아도 되고, 한 코일로 여러 개의 코일에 전력을 전송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에어퓨얼 표준은 블루투스 통신 기술을 활용한다. 단가는 치 방식보다 다소 비싸지만, 기기와 충전기가 다소 떨어져있어도 잡음 없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최대 충전 효율은 치 방식보다 떨어지지만, 에어파워를 구현할 수 있다.

에어퓨얼은 자기장으로 인한 인체 유해성, 기기내 다른 부품에 발열이 나는 문제 등으로 상용화되지 못했었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중국 국가무선규제위원회(SRCC) 인증을 받으면서 인체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졌고 발열 역시 기술 발전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이다.

이에 애플은 치와 에어퓨얼 방식을 동시 채택한 에어파워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무선충전칩 업체 관계자는 “치와 에어퓨얼은 기반 기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기술 모두를 지원하는 충전기를 개발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편의성은 에어퓨얼, 효율과 범용성은 치가 우세한 만큼 둘 다를 지원하는 게 제조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기술을 모두 쓸 경우 코일 간 잡음이 생겨 한 번에 하나의 기술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치와 에어퓨얼 둘 중 하나를 쓰게 하는 식으로 개발될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어 무선충전기와 기기의 코일이 서로 정확히 겹쳐져 있으면 치를, 그렇지 않으면 에어퓨얼을 쓰게 하는 식이다.

 

덩달아 개발 나선 중국 스마트폰 업계

 

▲애플이 선보인 스마트워치 무선충전기. 올 연말에는 어떤 형태로, 어디에 놓던 무선충전이 가능한 제품이 나온다./애플
애플이 선보인 스마트워치 무선충전기./애플

애플이 에어파워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건 중국 스마트폰 업계다. 

올 초 이 소식을 접한 중국 스마트폰 및 부품 업체들은 발빠르게 치 및 에어퓨얼을 동시 지원하는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충전 편의성 측면에서는 에어퓨얼이 훨씬 우세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기기가 치 방식을 쓰고있기 때문이다. 충전 효율도 치 방식이 다소 높은만큼 당장 무선충전 방식이 치에서 에어퓨얼로 바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플에 여러 가지 종류의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부품업체도 현지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와 함께 치 및 에어퓨얼을 동시 지원하는 무선충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국내 무선충전 칩 업체인 맵스(MAPS)를 찾아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맵스는 에어퓨얼 및 치 방식 무선충전 칩을 개발한 팹리스 업체다.

국내 무선충전 모듈 업체 관계자는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채택하되 어떻게 하면 효율을 높이고 열을 줄일 수 있느냐가 당면한 개발 과제”라며 “아직은 에어퓨얼 시장이 극히 작지만 코일 크기가 작아 효율이 나오지 않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조사 등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고, 애플까지 도입하면 시장이 급격히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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