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차이나는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합작사" 주장도
본사 지분 49%에 불과, 나머지는 중국공상은행 등 中 정부 소유
Arm 차이나 사태 해결 안 되면 소프트뱅크 제 값 받기 어려울듯

영국 Arm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Arm 차이나가 주주간 갈등을 틈타 본사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rm 차이나는 지난 2018년 Arm이 지분 51%를 중국공상은행 등에 매각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 교체 과정에서 Arm 차이나 내부 구성원과 중국측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Arm 본사측과의 갈등이 증폭됐다.

/사진=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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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차이나, CEO 교체 반발

 

지난달 28일 Arm 차이나 기술 및 연구개발 직원 203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Arm 차이나는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합작회사”라며 “Arm 차이나 이사회가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rm 차이나 직원은 총 600명으로, 기술 및 연구개발 직원 320명 중 휴가⋅출장자를 제외한 203명이 공개서한 서명에 실명 참여했다. 

서한은 또 “중국 정부 부서가 신속하게 개입해 전략적 자산을 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로 하여금 Arm 차이나와 영국 본사 간 분쟁에 개입하고, 나아가 Arm 차이나를 정부 통제하에 둘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 공개서한은 Arm 차이나 회사나 이사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내부 구성원의 성명서 성격이 짙다. 그러나 지적재산권(IP) 회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 및 연구개발 직원 절대다수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우슝앙 전 CEO. /ARM차이나
우슝앙 전 CEO. 양 측 갈등은 우 전 CEO 면직 사태에서 비롯됐다. /사진=Arm 차이나

더욱이 Arm 차이나 주주 구성상 영국 본사 통제력에 한계가 뚜렷하다. 원래 Arm 100% 자회사였던 Arm 차이나는 지난 2018년 지분 51%를 중국측에 매각하면서 합작법인 형태로 변경됐다. 중국측 주주는 중국공상은행⋅중국국부펀드⋅실크로드펀드 등이다. 경영권 행사 지분이 중국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셈이다. 중국측 주주들이 지분율을 앞세워 경영권을 가져간다고 해도 Arm 본사측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못한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6월 본사가 Arm 차이나 CEO였던 우슝앙을 면직하고, 새로운 CEO를 선임하면서 불거졌다. 우 CEO는 본사측 면직 조치에 반발, 자체적인 보안팀을 고용해 회사에서 떠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Arm 본사는 우 CEO가 개인 펀드 ‘알파텍처’를 설립, 운영하면서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금을 받는 대신 Arm의 반도체 칩 디자인을 싸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그를 면직시켰다. 이에 대해 우 CEO는 “Arm 차이나 생태계를 중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Arm 본사는 “우 CEO가 직원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우 CEO를 고발했다. 우 CEO가 Arm의 자산을 개인적 이득을 취하는 데 사용했다는 게 Arm의 주장이다. 

▲화웨이의 기린(Kirin) 프로세서. /화웨이 제공
화웨이의 자체 설계 AP 기린(Kirin). 기린 역시 Arm IP를 이용해 설계됐다. /사진=화웨이 제공

Arm으로서는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Arm의 글로벌 IP 비즈니스 매출 중 27%를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중국서 하루가 멀다하고 팹리스 업체들이 등장하고, 세트 업체들도 자체 칩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매출 성장성도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러나 Arm 차이나 주축 세력이 중국 측 주주 입장에 서고, 중국 주주들이 경영권 행사를 강화한다면 최악의 경우 본사가 경영권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 Arm 제값 받을 수 있을까

 

특히나 곤경에 빠진 건 일본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320억달러(약 38조원)에 Arm을 인수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펀드 손실이 커지자 Arm을 매각해 손실폭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Arm 차이나가 회사 통제력에서 벗어난다면, Arm홀딩스 전체를 제 값 받고 팔기는 어렵게 된다. 중국이 반도체 설계 IP 시장으로서 가지는 매력을 생각한다면 소프트뱅크는 오히려 인수가 대비 낮은 가격에 Arm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Arm을 포함한 자산 매각으로 총 410억달러 손실을 만회하려 했던 소프트뱅크로서는 최악의 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rm 차이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진=소프트뱅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rm 차이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진=소프트뱅크

이는 Arm을 둘러싼 각국 정부간 갈등에도 불을 지필 수 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었다. 이번 공개서한 사태가 확전되면, Arm 본사가 있는 영국, Arm을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참전하게 되는 꼴이 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만약 중국 정부가 Arm 차이나 경영권을 가져가거나 통제력을 강화한다면, 향후 중국 시장에서 어떠한 회사도 합작 형태의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로서도 쉽사리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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