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뎀은 퀄컴, RF FEM은 코보로 확연히 갈려... 브로드컴 등 성과 미진
mMIMO 등 기술 복잡성 증가하면서 노하우 있는 업체만 주목받아

5세대(5G) 이동통신이 스마트폰에 녹아들면서 무선통신(RF) 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4㎓ 이상 밀리미터파(mmWAVE)처럼 고주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몇 없기 때문이다. 4G RF 반도체 시장에선 업체들의 실력차가 크지 않았지만 5G부터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모뎀 시장은 퀄컴 독주 체제가 좀처럼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모뎀을 제외한 RF 반도체 시장 역시 코보(Qorvo)·스카이웍스 등 기존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RF FEM 대세, 브로드컴에서 코보로

5G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반도체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퀄컴과 코보다. 퀄컴은 모뎀을 포함한 5G RF 솔루션을 가장 먼저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우주·항공·방산 등에서의 경험으로 고주파에 익숙한 코보는 RF 프론트엔드모듈(FEM) 시장에서 브로드컴 등을 대체하고 1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모두 5G 스마트폰부터 RF FEM 공급업체를 바꿨다. 

 

갤럭시S10에는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모뎀을 넣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A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7나노 EUV 공정에서 생산됐다./퀄컴
갤럭시S10에는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모뎀을 넣었다. /퀄컴

‘갤럭시S9’까지 삼성전자의 메인 RF FEM 공급사는 브로드컴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10 5G’의 메인 RF FEM 공급사로 코보를 택했다. 저대역(LB) FEM은 무라타가, 고대역과 중대역(HB/MB) FEM은 브로드컴(아바고)의 제품이 쓰였다.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S20 울트라’에서는 스카이웍스와 코보가 FEM을 공급했고 브로드컴의 칩은 보이지 않았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작년 출시된 ‘아이폰11’의 FEM 공급사는 브로드컴과 스카이웍스로, 각각 고·중대역, 저대역 FEM을 공급했다.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2(가칭)’의 메인 FEM 공급사는 브로드컴이 아닌 코보로 알려졌다.

 

화웨이 메이트20X 5G 모델에는 코보의 FEM이 탑재됐다./화웨이

화웨이 메이트20X 5G 모델에서도 FEM 공급사는 코보였다. 저대역 FEM은 스카이웍스가 공급했고 LNA/RF 스위치나 모뎀, 전력증폭기 모듈(PAM), RF 트랜시버는 화웨이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의 제품이 적용됐다.

코보 외 이 시장에 이름을 또 올린 건 퀄컴이다. 안테나부터 모뎀까지, 일명 ‘안테나투모뎀(Antenna-to-modem)’ 전략을 내세운 퀄컴은 제품군을 기존 모뎀에서 FEM, PAM, 안테나 등으로 확장했다. 5G 레퍼런스 디자인까지 내놓은 덕에 LG전자, 오포 등 생산량이 많지 않은 제조사(OEM)들은 퀄컴의 솔루션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4G에는 와이팜·와이솔 같은 국내 업체들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일부 RF 부품을 공급했지만 5G부터는 코보 같은 전통적인 RF 업체들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이들 업체는 국내 업체처럼 단일 부품이 아닌 여러 종류의 부품을 턴키로 제공하고 있고, 5G의 경우 부품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점유율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속 RF 부품, 수는 늘어가는데

5G는 4G보다 주파수 대역이 높다. 이전 세대까지 이동통신 기술은 3㎓ 이하 주파수에서 일부 대역만을 사용했지만, 5G에서는 6㎓ 이하 주파수 대역과 24㎓ 이상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쓴다. 

RF 신호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해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모뎀의 경우 여러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지원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문제는 FEM을 비롯한 나머지 부품이다.

RF 신호는 주파수 대역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주파수 대역이 높으면 파장이 짧아지고 장애물을 피해 돌아가는 회절성이 낮아지며 조그만 잡음에도 신호가 크게 손상된다. 주파수 대역이 낮으면 그 반대다. 

그렇다보니 각 신호를 모뎀까지 전달하는 RF 부품들도 주파수 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써야한다. 그만큼 들어가는 RF부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4G 때 저대역 FEM과 메인 FEM만 쓰다가 5G부터 저대역·중대역·고대역·메인 FEM 등 최소 3가지 이상의 FEM이 들어가게 된 건 이 때문이다. 저대역 FEM은 410㎒부터 1㎓ 대역 사이의 신호를, 중대역은 1㎓부터 7㎓ 사이의 신호를, 고대역 FEM은 24㎓ 이상의 신호를 처리한다. 

필터도 마찬가지다. 4G 스마트폰에 40~50개 정도 들어가던 필터는 5G 들어 60여개 이상으로 탑재량이 50% 증가했다. 

 

RF 신호 흐름도. 빨간색 네모 박스 안에 들어가있는 부품들이 RF FEM에 포함된다./퀄컴, KIPOST
RF 신호 흐름도. 빨간색 네모 박스 안에 들어가있는 부품들이 RF FEM에 포함된다./퀄컴, KIPOST

공기 중의 RF 신호는 안테나를 통해 기기 내부로 들고난다. 전자기파 형태의 RF 신호가 주어지면 전자기장이 바뀌고, 안테나가 이를 포착해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거나 혹은 그 반대의 역할을 한다. 

안테나에서 나온 전기 신호는 RF FEM으로 들어가게 된다. RF FEM은 ▲안테나 튜너 ▲다이버시티 스위치 ▲듀플렉스 ▲스위치 ▲필터 등으로 구성된다. 

튜너는 안테나가 최적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내부 저항을 제어하는 부품이고, 다이버시티 스위치와 듀플렉서는 신호를 받는 지, 혹은 보내는 지에 따라 RF 신호의 경로를 지정하는 역할을 한다.

필터는 여러 주파수 성분 중 필요한 주파수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감쇄시켜 없애는 부품이며, 스위치는 신호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전력 증폭기와 저잡음 증폭기(LNA)는 보통 RF FEM과 별도로 탑재된다. 증폭기는 FEM을 거쳐 들어온 전송 신호를 키워서 RF 트랜시버가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RF 트랜시버는 전송 신호를 고주파 신호로 변환하거나 혹은 반대로 고주파 신호를 전송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수량(Q)과 단가(P)는 늘지만, 그만큼 장벽도 높아진다

5G 스마트폰 속 RF 부품에는 수십개의 필터가 담겨있다./코보

수량도 증가했고, 가격도 올랐다. 5G RF 부품 가격은 4G 대비 20~30% 비싼 편이다. Q와 P 모두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만큼 시장 진입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모바일 RF 부품만 하던 업체들 중에서는 퀄컴 외에 이렇다할 실적을 올린 업체가 없다. 삼성전자는 5G 모뎀을 개발했지만 아직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제품은 내놓지 못했다. 4G 개화와 함께 무섭게 성장한 브로드컴 역시 이 시장에서 좀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RF 업계 관계자는 “LTE에서 다중입출력(MIMO)이나 다중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 등으로 인해 한번 RF 업계가 걸러졌는데, 5G부터는 적어도 4×4, 많게는 8×8 MIMO를 지원해야하고 주파수 대역도 높아 경험이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RF 기술 특성상 단기간 내 개발이 어려운 것도 시장 장벽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코보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업체로, 지난 1991년 RF마이크로디바이스(RF Micro Devices)에서 시작해 트리퀸트·텍트로닉스·데카웨이브 등을 인수하면서 RF 설계 능력과 제조 능력 모두를 확보한 종합반도체(IDM) 업체다.

사업 초기부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우주·방산·통신망 등 수백 ㎓의 초고주파에 쓰이던 RF 부품에 주력했었다.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 건 지난 2013년이다. 초기에는 비싼 가격으로 제조사들의 채택을 받지 못했지만, 자체 제조 시설을 갖고 있는 덕에 5G부터는 가격 경쟁력까지 얻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RF는 신호 대역별로 특성이 상이하고, 반복 실험을 거듭하면서 조건을 다시 설정하고 설계를 해야해 그만큼 노하우를 가진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며 “경험이 많은 RF 업체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5G부터는 RF를 오래 다뤄온 코보·스카이웍스나 막대한 투자를 하는 퀄컴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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