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대 구축한 JOLED
TV 시장 진출하려면 8.5세대 이상 라인 투자 필요
중국 자본 등에 업은 CSOT 손잡다

중국 TCL 그룹 산하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가 일본 JOLED 지분을 인수하면서 잉크젯 프린팅 공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잉크젯 프린터를 활용하면 값비싼 진공 증착장비 없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만들 수 있어 생산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자본이 부족했던 JOLED와 기술이 부족한 CSOT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는 점이 업계가 이번 합작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JOLED의 잉크젯 프린팅 5.5세대 OLED 공장. /사진=JOLED.
JOLED의 잉크젯 프린팅 5.5세대 OLED 공장. /사진=JOLED.

외부 수혈로 연명한 JOLED, CSOT와 손잡은 이유는

 

JOLED는 지난해 11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 사업장에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5.5세대(1300㎜ X 1500㎜) OLED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 라인의 생산능력은 원판투입 기준 월 2만장으로, 10인치부터 32인치까지 중형 패널을 중심으로 생산한다. 

JOLED가 양산에 사용하는 설비는 과거 파나소닉 출신 OLED 엔지니어들이 자체 제작했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은 화면이 얼룩처럼 보이는 무라(Mura) 현상을 얼마나 제어하느냐에 양산성이 달려 있다”며 “파나소닉 출신들이 만든 장비는 5.5세대 수준에서 제품을 출하는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JOLED는 지난 2015년 소니와 파나소닉의 OLED 사업을 합쳐 설립됐는데, 이듬해 JDI가 JOLED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합류한 엔지니어들이 노미 사업장 장비를 자체 제작한 것이다. 

JOLED의 고민은 현재 투자된 5.5세대 라인으로는 기껏해야 모니터 시장 정도 밖에 노려볼 수 없다는 점이다. 콘트라스트(명암비)가 높고, 응답속도가 빠른 OLED의 장점을 살리려면 노트북PC⋅모니터 보다는 TV 시장을 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8.5세대(2200㎜ X 2500㎜), 장기적으로는 10.5세대(2940㎜ X 3370㎜) 라인까지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65인치⋅75인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JOLED는 물론이고, 모회사인 JDI 역시 현금이 말라 있다. 외부 투자금 수혈 없이는 회사 운영이 불가능하다. 노미 사업장의 잉크젯 프린팅 라인 역시 덴소⋅도요타통상⋅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470억엔(약 5300억원)을 투자받아 겨우 구축했다. 8.5세대 라인 구축하려면 적어도 조단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JDI는 2016년  JOLED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진은 JDI 로고. /사진=JDI
JDI는 2016년 JOLED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진은 JDI 로고. /사진=JDI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라인에는 2개라인(월 3만장 X 2)에 약 5조원이 투입됐다. 1개 라인에 2조50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과 LG디스플레이의 진공증착 방식이 투자금에 차이가 난다고 해도, 옥사이드(산화물) TFT 공정 투자는 어차피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 JOLED가 8.5세대 잉크젯 프린팅 공정 투자에 최소 조단위 이상이 필요한 이유다.

또 자체제작 설비로 5.5세대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구현해 봤다고 해도, 8.5세대 이상 대형 패널 생산을 위해서는 추가 개발비용도 필요하다. JOLED가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CSOT와 손을 잡은 이유다.

이번에 CSOT는 200억엔(약 2246억원)을 들여 JOLED 지분 10% 정도를 사들이기로 했다. JOLED는 이를 위해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다. 일단 양사가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 진도 안 나가는 CSOT

 

CSOT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개발해 TV용 OLED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LG디스플레이 대비 TV용 OLED 시장 진입 시점이 늦은 만큼 신공정을 통해 단숨에 역전하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와 동일한 WOLED 진공증착 방식으로 TV용 OLED 시장을 타진해 온 BOE를 견제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4K UHD 규격의 65인치 TV 패널을 만드는데, 기존 증착방식 WOLED는 585달러가 소요된다. 이에 비해 잉크젯 프린팅 방식(RGB OLED)으로는 441달러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TCL그룹 창업자인 리둥성 회장은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기술로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TCL은 CSOT와 2014년 공동 투자한 광둥쥐화프린팅디스플레이기술유한회사(广东聚华印刷显示技术有限公司)에서 관련 공정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일반 WOLED 기술을 이용했을때의 생산비와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이용한 생산비(오른쪽) 비교. /자료=IHS마킷
일반 WOLED 기술을 이용했을때의 생산비와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이용한 생산비(오른쪽) 비교. /자료=IHS마킷

하지만 아직 양산 수준의 기술 개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리 회장은 "최근 시제품의 성능은 비교적 갖춰진 상태이며 앞서 우리가  만든 제품에선 다소 모자란 점이 있었지만 이제 성능적으로 공산품 표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CSOT는 최근 경영난 탓에 매물로 나온 CEC판다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CEC판다는 통해 옥사이드 TFT 기술을 확보하고, JOLED 지분인수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KIPOST 2020년 5월 20일자 <대형 디스플레이 판도 바꿀 큰 장 섰다> 참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대표는 “CSOT가 잉크젯 프린팅 공정 개발을 이유로 유치한 정부 자금의 규모가 상당하다”며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JOLED 지분인수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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