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예상 대비 수요에 더 큰 타격
"하반기 LCD 사업 철수 및 아이폰 OLED 수요에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잠깐 반등했던 디스플레이 단가가 다시 확연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공장이 몰린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잠시 공급 제한 요인이 발생했으나, 현재는 그 이상으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2분기까지는 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막론하고 업황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OLED TV가 전시된 영국 런던 해롯백화점 1층 쇼윈도. /사진=LG디스플레이
OLED TV가 전시된 영국 런던 해롯백화점 1층 쇼윈도. /사진=LG디스플레이

 

코로나19, 공급에 타격? "수요에 더 큰 타격"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는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더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우한에 워낙 많은 디스플레이 팹들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의외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낙관이었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실제 LCD 판가는 1월 이후 잠시 반등했다. 65인치 UHD급 LCD 패널 가격은 1월 160달러 안팎에서 다음달 180달러 언저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뒷심이 부족했다. 3월들어 LCD 가격은 다시 반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반면,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수요를 크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원유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게 기름을 부었다. 결국 코로나19는 공급보다 수요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 셈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5월에도 LCD 판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32인치 8.3%, 43인치 8.0%, 55인치 4.5%씩 하락해  4월 패널 가격 하락률의 두 배를 넘어섰다. 4월 패널 가격 하락률은 각각 32인치 5.3%, 43인치 2.6%, 55인치 1.8%였다. 

LCD 패널 가격 추이. /자료=DB금융투자
LCD 패널 가격 추이. /자료=DB금융투자

이 같은 양상은 OLED라고 다르지 않다. 플렉서블 OLED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조차 2분기 들어 탕정 A3 라인의 가동률이 최악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OLED용 소재 업체 대표는 “자재 소모량으로 미뤄보건대 현재 A3 라인의 가동률은 20~3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 아이폰용 물량을 생산하는 7월 이전에는 가동률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장비를 공급한 업체 관계자는 “2분기 들어 A3 라인의 예방정비(PM) 시에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사실상 공장을 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는 원래 플렉서블 OLED 시장 비수기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이 저조해 추가 생산 주문을 거의 받지 못한 영향이 컸다.

TV용 대형 OLED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수요가 당초 예상 대비 10%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올해 OLED TV 시장은 5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 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마다 다르지만 옴디아의 경우, 올해 OLED TV 시장 규모를 불과 350만대 수준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판매한 TV용 OLED 판매량이 330만대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하반기 얼마나 만회할 수 있나

 

하반기 상황만 놓고 보면 우선 중소형 OLED가 상황이 가장 낫다. 올해도 삼성디스플레이가 80% 이상의 아이폰 OLED 물량을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대비 크게 늘어난 주문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모델이 터치 일체형 OLED(와이옥타), LG디스플레이 공급 모델이 애드온 타입(따로 터치필름을 부착)이라는 점은 다르다.

통상 아이폰 신규모델용 OLED 생산이 7월 본격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부터 중소형 OLED 라인 가동률은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LCD의 경우, 삼성⋅LG디스플레이의 시장 철수에 따른 반등이 가능하다. LCD 사업 종료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능력은 7세대 월 16만5000장, 8세대 36만장 규모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국내서 일부 IT용 팹을 제외한 LCD 라인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가 L7-1 라인 생산을 종료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LCD는 실제 생산종료 6개월 이전부터 수급이 빠듯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이 오를 것을 감안해 TV 세트 업체들이 미리 재고를 비축해 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따라서 코로나19가 3분기 이후 ‘2차 대유행’ 수준으로 더 확산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하반기 LCD 가격 하락세 완화를 예상할 수도 있다. LCD 패널 가격이 안정이 TV용 OLED 수요를 늘려주지는 않겠지만, 가격 방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용 OLED 패널은 같은 시장에서 LCD와 경쟁 관계라는 점에서 서로 가격이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며 “LCD 가격 안정화가 TV용 OLED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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