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실패, 엔지니어 퇴사 러시
장비사 대표 "PO 받았으나 선급금 없어 계약 자동 종료"

최대 6조원 이상 투입될 예정이던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프로젝트가 결국 좌초됐다(KIPOST 2019년 12월 4일자<6조 규모 中 OLED 프로젝트 좌초 위기> 참고) . 지방 정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실패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민간 자금 유치도 어려워지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지난 2017년 이후 들불처럼 타올랐던 중국 OLED 프로젝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쿤테크(인코플렉스)가 샨시성에 건설할 계획이었던 OLED 생산라인 조감도. /사진=쿤테크
쿤테크(인코플렉스)가 샨시성에 건설할 계획이었던 OLED 생산라인 조감도. /사진=쿤테크

쿤테크, OLED 공장 건설 중단...프로젝트 좌초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매체 FP디스플레이는 샨시쿤테크세미콘덕터테크놀로지(陕西坤同半导体科技, 영어명 Incoflex, 이하 쿤테크)가 OLED 공장 건설 작업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쿤테크는 지난 2018년 10월 샨시성에 6세대(1500㎜ X 1850㎜) OLED 라인 건설을 위해 400억위안(약 6조8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쿤테크가 목표로 제시한 생산능력은 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3만장 규모, 양산 시점은 오는 3분기다. 계획대로라면 당장 두세달 내 양산에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FP디스플레이는 쿤테크가 공장을 건설키로 했던 부지는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OLED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변전소 시설 공사와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 공사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쿤테크로부터 구매주문(PO)을 받은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A사 역시 실제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A사 대표는 “지난해 쿤테크가 PO를 주기는 했지만, 약속된 날짜까지 선급금을 내지 않아 계약은 자동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매출 목표에서 쿤테크로부터 받은 PO 관련 금액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쿤테크 프로젝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쿤테크의 OLED 라인 건설 예정지. 아직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모습니다. /사진=FP디스플레이
쿤테크의 OLED 라인 건설 예정지. 아직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FP디스플레이

FP디스플레이는 쿤테크의 OLED 프로젝트가 좌절된 이유로 자금조달 실패를 꼽았다. 중국 내에서 워낙 많은 OLED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다 보니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해왔던 대만계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이미 사업을 진행하기는 불가능해졌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국 OLED 업계 옥석 가려져

 

최근 중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디스플레이 시황 악화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울만큼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서는 중국 플렉서블 OLED 업체 로욜 역시 추가 자금 조달 없이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미 소비자가전박람회(CES) 등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선보이며 시선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욜은 선전에 5.5세대(1300㎜ X 1500㎜) OLED 라인을 구축을 위해 SFA로부터 증착장비를, AP시스템으로부터 레이저탈착(LLO) 장비를 공급받기도 했다. 

중국 내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로욜은 아직 이렇다 할 양산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며 “자금줄도 막혀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전옥스 OLED 제품 이미지. /사진=비전옥스
비전옥스 OLED 제품 이미지. /사진=비전옥스

쿤테크나 로욜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비전옥스⋅티안마 역시 OLED 사업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017년 이후 플렉서블 OLED에 분야에만 조단위 투자를 집행했다. 화웨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잡은 BOE와 달리 두 회사는 아직 대형 스마트폰 업체를 고객사로 잡지 못했다. 티안마는 우한 6세대 1기 라인이 안정화가 무기한 지체되면서 한떄 OLED 사업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비전옥스는 기존 리지드 OLED, 티안마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플렉서블 OLED 투자로 다 까먹고 있는 실정”이라며 “쿤테크 외에도 곧 OLED 사업에서 손을 떼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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