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폴더블 OLED 기술 진척 느리다는 방증"
인폴딩 방식...접는 방향도 바꿔
삼성전자 상용화 1년만에 외판...'2년 시간차 룰' 깨지나

중국 화웨이가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지난해 화웨이가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는 BOE가 폴더블 OLED를 공급했으며, 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이었다.

화웨이는 이번에 폴더블 OLED 공급사를 삼성디스플레이로 바꾸면서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을 첫 도입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 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패널은 BOE가 공급했다. /사진=화웨이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 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패널은 BOE가 공급했다. /사진=화웨이

삼성디스플레이, 화웨이향 폴더블 OLED 수주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웨이가 3분기 중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 신모델용 OLED를 오는 6~7월 중 생산하기로 했다. 화면 크기는 8인치대, 화면 가장 바깥쪽에서 OLED를 보호하는 소재(커버윈도)는 투명 폴리이미드(PI)다. 당초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도우인시스가 생산한 초박막유리(UTG)를 적용해 폴더블 OLED 패널을 생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는 성사되지 못했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의 UTG 생산 수율이 높지 않은데, 가공 난이도가 높은 8인치대 화면을 위한 UTG는 제작이 더 어렵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화웨이로 공급하는 폴더블 OLED용 투명 PI 공급사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인지, 일본 스미토모화학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메이트X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한 투명 PI를 두 장씩 적용한 바 있다.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구매한 폴더블 OLED를 폴더블 스마트폰에 장착해 오는 3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구매하는 초도물량이 많지는 않으나, 시장 반응을 봐서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BOE 패널을 이용해 메이트X를 내놨던 화웨이가 삼성디스플레이로 공급사를 바꾼 것은 BOE의 폴더블 OLED 품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BOE 패널은 화면 상단을 보호하기 위해 두 장의 투명 PI를 사용했고, 터치스크린은 필름 한 장이 추가로 필요한 ‘애드 온(Add-on)’ 타입을 적용했다. OLED 생산과정에서 바로 터치센서를 입히는 OLED 일체형 터치(와이옥타, Y-OCTA)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 스펙 비교. /자료=대신증권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 스펙 비교. /자료=대신증권

이 때문에 패널 두께가 659μm(DSCC 보고서 참조)까지 두꺼워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폴드’의 패널 두께는 589μm였다. 불과 70μm 차이지만 반복된 굽힘에 대한 내구성은 패널 두께가 얇을수록 훨씬 강해진다. 

특히 BOE 패널은 영하 5℃ 이하에서 펼쳤을 때 패널 각 층의 필름과 접착제가 하얗게 변하는 백탁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각 소재의 복원력이 저온에서 떨어지기 때문인데, 고무나 플라스틱이 겨울에 더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관계자는 “BOE가 폴더블 기술과 관련해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FMLOC도 완성 단계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애초에 폴더블 OLED를 공급하는 건 무리였다”고 말했다. FMLOC(Flexible Multi Layer On Cell)는 BOE가 개발하고 있는 OLED 일체형 터치 기술의 브랜드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무선사업부, 2년 시간차 룰 깨지나

 

이번 폴더블 OLED 물량 수주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주는 의미도 각별하다. 그동안 불문율처럼 지켜지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의 ‘2년 시간차 룰’을 깨는 사례라서다(KIPOST 2018년 6월 25일자 <삼성디스플레이, 와이옥타 OLED 영업제한 풀린다> 참조).

가장 최신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 제품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상용화 한 지 최소 2년이 지나야 외판이 가능했다. 플렉서블 OLED, 와이옥타 기술 등도 2년 이상의 시간차를 두고 해외 브랜드에 판매됐다. 심지어 OLED 내에 적용되는 유기재료 세트(M시리즈)조차 가장 최신 조합은 삼성전자향 패널에만 적용하고, 중국향 패널은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삼성그룹이 전략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부품단에서 기술을 독점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육성하는 자양분이 됐지만,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사업 외형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장애로 작용해왔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폴더블 OLED 패널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폴드용 패널 기술을 원용했다. 폴더블 OLED 상용화 1년만에 외판이 성사됐다. 중국 업체들의 일반 플렉서블 OLED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블 OLED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당장 화웨이 외에도 비보⋅오포⋅샤오미도 고객사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와이옥타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 기술을 상용화 한 지 2년이 지난 뒤에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삼성전자
와이옥타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 기술을 상용화 한 지 2년이 지난 뒤에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삼성전자

이는 부차적으로 BOE⋅티안마⋅CSOT⋅비전옥스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의 연구개발 스케줄을 일정기간 지연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 

그동안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OLED를 외부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산 패널을 구매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당장 시장에서 내구성을 인정 받은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최우선적으로 구매할 것이다. 중국 패널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사와 양산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점차 사라진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아직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모듈 생산능력이 제한적이나, 중국으로의 패널 출하가 본격화된다면 추가 투자를 동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폴더블 패널 시장은 2025년까지 매년 113%씩 성장해 79억달러(9조68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출하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7700만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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