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갤럭시노트20'부터 적용... 무선 이어폰 등에도 확대 계획
車업계와도 협업... 스마트폰이 주차 위치 파악하는 '스마트키'로

스마트폰 하나로 다른 IT 기기는 물론 주차된 자동차의 위치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초광대역(UWB) 기술을 스마트폰에 도입하기로 했다. 향후 무선 이어폰 등 다른 IT 기기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자동차와의 연결을 지원하기 위해 완성차(OEM) 업체들과도 협업 중이다.

 

삼성, ‘갤럭시노트20’부터 UWB 기술 도입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IM사업부문은 최근 UWB 기술을 차세대 스마트폰에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나오는 ‘갤럭시노트20(가칭)’에 적용할 예정으로, UWB가 탑재된 다른 IT기기의 위치를 추적(Tracking)하는 용도로 쓰인다.

 

NXP반도체와 NTT도코모 및 소니가 초광대역(UWB)&nbsp;기술 기반 모바일&nbsp;결제&nbsp;솔루션을 시연한다./NXP반도체<br>
NXP반도체와 NTT도코모 및 소니가 초광대역(UWB) 기술 기반 모바일결제솔루션을 시연한다./NXP반도체

이와 함께 국내외 완성차(OEM) 업계와 UWB 연동을 논의 중이다. 차량에 UWB 기술이 적용되면 스마트폰으로 주차된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구현된 스마트폰 기반 디지털키가 시동, 잠금·해제, 비상경보 등 단순 스마트키 기능만 한다면 여기에 위치 추적 기능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NXP반도체 등 여러 부품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UWB 칩셋(Chipset)을 상용화한 업체는 애플과 NXP반도체 뿐이다. NXP는 앞서 지난해 9월 모바일용 UWB 정밀탐지 칩셋 ‘SR100T’을 출시한 데 이어 두달 뒤 차량용 UWB 집적회로(IC) ‘NCJ29D5’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삼성전자는 자사가 출시하는 IT 기기 중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모든 IT 기기에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모든 기기의 위치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선 이어폰의 경우 크기가 작아 한 번 잃어버리면 찾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버즈’나 애플의 ‘에어팟’ 모두 알람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분실한 기기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페어링된 스마트폰과 분실된 기기가 블루투스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라면 무용지물이다.

결제 편의성도 커진다. NXP반도체는 UWB 기술에 근거리무선통신(NFC)을 결합해 제공한다. 현재 NFC 기술로는 스마트폰을 NFC 리더기에 갖다대야 결제가 진행되는데, UWB 기술을 함께 활용하게 되면 바지 뒷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은 상태로도 결제를 할 수 있다.

 

애플 홈페이지에 U1 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놓은 부분. 에어드롭 기능에 부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료=애플 홈페이지
애플 홈페이지에 U1 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놓은 부분. 에어드롭 기능에 부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애플

삼성전자보다 먼저 UWB를 적용한 건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U1’ 칩을 넣어 UWB 기술을 처음 도입했다. 아이폰에서 UWB는 주변 공간을 인식, U1 칩이 담긴 또다른 스마트폰의 정확한 위치를 인지하는 역할을 한다.

 

애플에 이어 삼성까지... UWB가 ‘꿈의 기술’인 이유

UWB 기술의 사용 사례(Use case)는 무궁무진하다. 블루투스, 와이파이, GPS 등 기존 커넥티비티 기술보다 도달범위(Coverage)도 넓고, 위치 정확도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구현이 어려워 ‘꿈의 기술’로 불렸다.

UWB 기술은 ‘500㎒ 이상의 대역폭을 사용한 무선통신’으로, 보통 6.0~7.2㎓ 대역을 활용한다. 기존 커넥티비티 기술과 대역폭이 달라 여러 통신 기술과 접목할 수 있다.

IEEE 802.15.4a 표준을 기준으로 2ns 폭의 짧은 펄스를 전송하는데, 초당 200~1000번 가량 위치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에 약간의 위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실시간 위치추적 기술 간 비교. /자료=데카웨이브
실시간 위치추적 기술 간 비교./데카웨이브

현재 상용화된 UWB 기술의 위치 정확도는 10㎝로, 저전력 블루투스(BLE) 최신 규격의 위치 정확도인 1m의 10분의1이다. 최대 도달거리는 이론적으로 250m인데, 상용화된 솔루션(IEEE 802.15.4z)은 200m까지 지원한다. 주변에 사물이 있는 경우 100m까지 줄어들지만 BLE의 도달거리(평균 15m)보다 훨씬 넓다.

GPS도 수㎝의 정확도로 사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GPS 신호가 도달하지 않는 실내나 터널 등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가격도 비싼 편이라 모바일 기기에 넣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UWB 기술은 UWB 기술이 적용된 다른 사물과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인데다 반사 또는 굴절로 인한 다중 신호 환경에서도 간섭이 거의 또는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처럼 복잡한 공간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UWB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들고 스마트홈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온습도 조절이 가능하며 원하는 노래를 재생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UWB 상용 칩셋을 공급하는 곳은 NXP반도체가 유일하다”며 “데카웨이브 등 후발주자들이 속속 제품을 개발,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UWB를 가장 탐내는 건 자동차 업계

TWR 방식의 UWB 적용 사례. 운전자가 차 뒤로 이동하면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사진=NXP
TWR 방식의 UWB 적용 사례. 운전자가 차 뒤로 이동하면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NXP반도체

모바일 업계보다 더 먼저 UWB 도입에 적극적인 건 자동차 업계다. 이미 지난 2018년 재규어 랜드로버가 일부 차종에 UWB 기반 키리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안이다. 기존 저주파(LF) 기술 기반의 스마트키는 파장이 길어 주파수 신호를 가로채는 스니핑 공격(Sniffing attack)과 증폭기로 신호 도달거리를 5~6배 늘려 스마트키를 가진 운전자가 멀리 있더라도 문을 열 수 있는 릴레이 공격(Relay attack)에 약하다. 

반면 UWB는 펄스 폭이 워낙 빨라 주파수를 가로채는 것 자체가 어렵다. 데이터 패킷을 주고받는 물리(PHY) 계층도 암호화, 난수 생성 등을 구현할 수 있어 외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여기에 UWB를 적용하면 그 자체로 UWB 기술이 장착된 다른 차량의 위치를 인식하는 근거리 레이더 역할까지 하게 된다. 현재는 레이더로만 해당 기술을 구현하고 있지만, UWB까지 도입되면 오차를 더 줄일 수 있다. 뛰어난 정확도를 기반으로 자동 주차, 스마트 발레파킹 등도 구현하기 쉬워진다.

삼성전자가 UWB 기술 협력을 논의중인 자동차 업계는 삼성전자와 함께 FiRa(fine ranging) 컨소시엄과 연관된 업체들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세운 이 컨소시엄에는 NXP반도체, 현대자동차, 전장업체 HUF, 덴소 등이 소속돼있다. FiRa 컨소시엄과 협력 중인 CCC(Car Connectivity Consortium)에는 BMW, 콘티넨탈AG, 폴크스바겐, GM, 혼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역폭 자체가 넓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계도 지난해부터 UWB 기술 기반 키리스 시스템을 개발해왔다”며 “아직 부품 단가가 비싼만큼 고급 차종부터 도입될 예정으로, 빠르면 2년 내 국내에 출시되는 상용차에서도 UWB 기술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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