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솔루스, OLED 재료 종합백화점"
IJP 재료는 차세대 먹거리, CPI는 사업화 검토 단계

두산그룹의 전자재료 전문 계열사 두산솔루스가 그룹 품을 떠난다. 두산그룹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솔루스를 팔아 현금을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산솔루스는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 매출이 주력이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소재 분야에서 종합 백화점급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은 차세대 주력 아이템으로 촉망 받는 품목이다. 

두산중공업 가스 터빈.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부실을 메우기 위해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기로 했다.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가스 터빈.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부실을 메우기 위해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기로 했다.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솔루스, 미래 주력 계열사에서 위기탈출 종잣돈으로

 

두산그룹이 현금 마련을 위해 부랴부랴 시장에 내놓은 두산솔루스는 그룹 내 유일한 전자재료 회사다. 원래 (주)두산의 전자비즈니스그룹(BG)이었다가 지난해 10월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 계열사로 탄생했다. 당시만해도 독립 법인화 이후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장차 그룹 주력사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제는 두산그룹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그룹 위기 탈출의 종잣돈으로 거래될 처지에 놓였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지분 51%를 6000억원 안팎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솔루스의 가치를 약 1조원으로 보고, (주)두산이 보유한 지분 18%와 두산그룹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 47% 중 일부를 경영권과 함께 매각하는 것이다. 

딜이 성사될 경우,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건설⋅인프라코어를 중심으로 한 중후장대 전문 기업 색채가 더욱 짙어진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팔아 굴뚝 산업의 급한 불을 끈다는 점이 뼈아프다.

두산솔루스 분기별 실적 전망. /자료=하나금융투자
두산솔루스 분기별 실적 전망. /자료=하나금융투자

그 만큼 두산솔루스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기대는 컷다. 현재 두산솔루스 매출의 60%는 PCB용 동박이다. 올해 1분기 예상매출 700억원 중 420억원을 PCB용 동박을 팔아 벌어들였다. 그러나 두산솔루스 사업 중 큰 성장성이 돋보이는 부분은 OLED용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임원은 “두산솔루스의 제품은 최종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면 OLED⋅전기차⋅스마트폰 등 다양하다”며 “다른 유기재료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산솔루스, OLED 재료 종합백화점

 

두산솔루스의 OLED 재료 중 주력이라 할 만한 품목은 전자수송층(ETL)⋅정공방어층(HBL or A-ETL)⋅캡핑레이어(CPL)다. ETL⋅HBL은 국내는 물론 중국 OLED 업체에도 양산 적용되고 있다. 특히 HBL의 경우, 두산솔루스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품목이다.

HBL은 정공수송층(HTL)에서 발광층(EML)으로 넘어온 정공이 ETL 쪽으로 넘어오지 않게 막아주는 재료다. 증착 위치가 ETL과 EML 사이라는 점에서, A-ETL이라고도 부른다. HBL(A-ETL)에 대한 구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를 가지고 있던 탓에 원래 두산솔루스는 HBL을 삼성디스플레이에만 독점 공급했다. 현재는 외판이 허용돼 중국 OLED 업체에도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L 역시 두산솔루스가 삼성디스플레이에만 공급하는 품목인데, 이는 아직 외판하지는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PL 구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 역시 CPL을 중국 시장에 일부 공급하고 있으나, 동진쎄미켐 CPL은 두산솔루스 제품과 화학 조성이 약간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OLED 구조. EML과 ETL 사이에는 HBL(A-ETL) 재료를 증착한다. /자료=excilight.com)
OLED 구조. EML과 ETL 사이에는 HBL(A-ETL) 재료를 증착한다. /자료=excilight.com)

CPL은 OLED 유기재료를 모두 증착한 뒤, 봉지(인캡슐레이션)하기 직전에 씌우는 소재다. 광효율을 높이고, 유기재료들을 자외선(UV)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봉지 공정에는 아크릴 경화를 위해 UV광원을 사용한다. CPL의 UV 차단 성능이 떨어지면 OLED 셀에 데미지를 준다.

이 밖에 두산솔루스가 신규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료는 OLED봉지용 잉크젯 프린팅 재료와 투명폴리이미드(CPI)다. 통상 봉지용 잉크젯 프린팅 재료는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카티바가 묶음으로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처럼 외부(삼성SDI)에서 조달하는 경우도 있다. 

두산솔루스 역시 이 외판 시장을 노리고 있는데 아직 양산 공급 사례는 알려진 바 없다. 향후 중국 OLED 업체들의 생산량이 늘면, 비싼 카티바 재료 대신 제3의 공급사에서 수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PI는 아직 본격 사업화를 하지는 않고, 사업화 검토를 진행 중인 품목이다. 두산솔루스는 전북 익산에 연산 7~8만㎡ 규모의 CPI 파일럿 생산 장비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SKC 등 관련 사업에 먼저 진출한 업체들 생산능력이 연 100만㎡ 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사업화 단계라 보기 어렵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한 디스플레이 재료 업체 관계자는 “두산솔루스에 앞서 CPI 양산을 선언한 회사가 많고, ‘갤럭시Z 플립’에 사용된 초박형유리(UTG) 같은 경쟁 솔루션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라며 “아직 두산솔루스가 CPI 사업에 본격 뛰어들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