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대비... '올림픽 특수' 가정한 3억2000만대에서 30% 잘라내
코로나19 안정화 시나리오도 세워... 하반기 출하량 조정하지 않은 까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IM부문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도쿄 올림픽 특수를 감안,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대 이상으로 잡았지만 코로나19 탓에 당장 상반기부터 목표치 미달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한 첫 번째 시나리오와 코로나19가 2분기 내 안정화되면 실행할 두 번째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아직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향이든 부품 업계가 받을 타격이 작지 않다.

 

삼성전자, 올해 예상 출하량 3분의2로 뚝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삼성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스마트폰 목표 출하량을 3억2000만대에서 30% 줄이기로 했다. 당장 상반기 출하량이 30% 이상 줄어든데다 하반기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에게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0’의 하반기 생산량을 당초 계획 대비 30~40% 줄일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상반기 출시된 모델의 생산량을 하반기 줄이는 건 통상적이지만, 이미 줄인 양에서 30~40% 재차 감소한터라 부품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감소폭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자재를 확보해놓은 업체들은 꼼짝없이 재고 부담을 안게 됐다.

하반기 생산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까닭은 삼성전자 또한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유럽·북미·남미·동남아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각국의 판매법인과 지역 매장은 문을 닫고 재택근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고 일반 소비자들 또한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는 각 판매법인이 최소 4주치 재고를 안고 있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처럼 중국에서 렌즈 등을 수급해오는 업체들은 아예 자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그나마 낫다”며 “한국과 중국에서만 유독 전파가 빨랐던 2월에 급하게 자재 확보에 나선 업체들이 많아 재고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또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당장 재고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원래 계획대로 제품을 생산하면 재고 부담을 스마트폰 제조사가 오롯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보급형 5G폰인 A51 5G./삼성전자

상반기 수요가 없었으니 코로나19가 안정되고 나면 하반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대한 목표 출하량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몇몇 부품 업체들은 이보다 20~30% 줄여서 생산 계획을 잡았다. 하반기에도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만 감소해도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3월이나 9월 새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IT 기기 수요는 상반기에 몰려있고, 하반기에는 애플의 아이폰도 출시돼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진다”며 “삼성전자만 봐도 갤럭시S 시리즈는 매년 3000만~4000만대 팔리는 반면 노트 시리즈는 1000만~1500만대 팔린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보다 중저가 모델에 힘을 싣기로 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과시를 위해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 지금처럼 소비자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은 필요에 의해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통 스마트폰 구매 시 매장에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저가 모델의 출하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기존 목표 출하량은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시나리오, 코로나19가 한 풀 꺾이면

두 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2분기 내 안정화된다는 가정 하에 세워졌다. 앞서 설명했듯 아직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하량을 조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가 2분기 안으로 잠잠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만약 2분기 내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올해 전체 출하량은 15% 내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한국과 중국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1분기만 조업을 1달가량 쉰 부품업체들이 많은데 조업이 정상화된 이달 완성품(OEM) 업체들의 닥달 탓에 정신 없이 부품을 만들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1분기 대폭 줄었던 수요가 2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어느 정도 멎은 상황이고, 우한 지역 봉쇄도 풀렸기 때문에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2분기 내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용 부품 자재 수급량을 줄인 업체들은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삼성전자 또한 출하량 조정을 하지 않고 있어 대부분의 업체들은 스마트폰 1300만대 수준의 부품 자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 추이./존스홉킨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아직 미국과 유럽의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난 3일(현지 시각)부터 3일 연속 감소했던 뉴욕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기준 다시 1만1000명으로 늘었다. 미국 전체 신규 사망자 수 또한 이틀 연속 2000명 가까이 발생했다. 7일 현재 미국 확진자수는 42만4945명이다.

유럽 주요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부터 유럽 주요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3만명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6일에는 2만명대였지만 7일에는 다시 3만명대로 올라왔다.

한 부품 업체 대표는 “지금 당장은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악을 대비해야하지만 2분기 내 안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재고 부담을 안고서라도 하반기 목표 물량대로 자재 수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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