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 부품 위에 안테나 결합되면서 두께 줄이는 데 한계 부딪혀
반도체 패키지까지 손 댄 업계... EMI 쉴드캡 바꾸고 FoWLP 확대 적용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과 폴더블 등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다시 스마트폰 두께 전쟁이 시작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7㎜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두께는 최근 8㎜대를 훌쩍 넘어선다. 두께가 두꺼워지면 그립감이 저하되고 심미성도 떨어진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를 압박해 두께를 줄였던 스마트폰 업계가 이번에는 반도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두껍고, 무거워지는 스마트폰

스마트폰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는 휴대성이다. 한 손에 들 때 불편함이 없어야하고 무게도 가벼워야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더 얇고, 더 가볍게 진화해왔다. 특히나 두께는 소비자가 직접 스마트폰을 만져보지 않고도 눈으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만큼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지난 2011년, 8㎜ 두께의 장벽을 극복한 스마트폰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7㎜대가 주류였다.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는 5~6㎜대 제품도 심심찮게 보였다. 

 

역대 출시된 아이폰 두께 변천사./애플, KIPOST 정리
역대 출시된 아이폰 두께 변천사./애플, KIPOST 정리

하지만 5G 이동통신 기능이 추가되고 폴더블 디자인 제품까지 나오면서 다시 두께가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퀄컴이 지난 2018년 공개한 5G 레퍼런스 스마트폰의 두께는 9.7㎜였다. 10년 전 출시된 아이폰4가 9.3㎜였는데, 그보다 두꺼웠다. 이는 5G 특성상 안테나를 무선통신(RF) 프론트엔드(RFFE) 모듈에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안테나가 얇은 스트립(Strip) 형태라 두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었다. 

퀄컴의 1세대 5G 밀리미터파 RFFE 모듈의 두께는 2.8㎜였다. 2세대 5G RFFE 모듈은 보다 얇아졌는데, 퀄컴은 이 제품을 발표하면서 8㎜ 두께 이하 스마트폰에도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계상 제약이 있는 건 여전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두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접었을 때는 두께가 2배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갤럭시Z 플립의 두께는 폈을 때 6.9~7.2㎜지만 접었을 때는 15.4-17.3㎜나 된다. 슬림형 노트북PC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내부를 들여다보면 부품을 실장한 수 장의 인쇄회로기판(PCB)이 겹쳐있는데, 마치 테트리스 게임하듯 공간 낭비 없이 보드를 설계해야 한다”며 “4G와 달리 5G부터는 안테나 위치와 주파수 간섭을 모두 고려해야해 공간을 중간중간 비워놔야해 두께를 줄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터리도, 카메라도 한계도달... 마지막 남은 방법, 반도체

두께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2010년 초중반 스마트폰 업계는 디스플레이를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바꾸고 배터리를 탈착형 대신 일체형으로 교체해 두께를 줄였다.

남은 방법은 배터리 부피와 카메라인데, 배터리는 줄이긴커녕 늘려야 하는 상황이고 카메라 또한 고기능·고화소를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이에 업계는 반도체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를 줄이면 PCB 사이 간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4년 전, 애플이 삼성전자에서  TSMC로 반도체 외주생산 협력사를 바꾼 것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 때문이었다.

 

아이폰11에 담긴 PCB들. 반도체를 덮고 있는 은색 판처럼 보이는 게 EMI 쉴드캡이다./iFixit
아이폰11에 담긴 PCB들. 반도체를 덮고 있는 은색 판처럼 보이는 게 EMI 쉴드캡이다./iFixit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를 주변 전자파장애(EMI)로부터 보호하는 쉴드캡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EMI 쉴드캡은 주변 부품들로부터 나오는 저주파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두께는 약 200마이크로(㎛) 정도다. A4 용지 두 장을 겹친 것밖에 안되는 두께지만, 쉴드 캡을 씌운 반도체를 실장한 보드가 수 장 겹쳐있다는 걸 생각하면 무시 못할 수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국내외 협력사 2곳과 함께 쉴드캡을 대체할 부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각 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기술검증(POC)하는 단계로, 차세대 폴더블폰 및 5G 스마트폰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쉴드캡 자체의 두께를 줄이는 방법도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저주파를 흡수해 물체 내부에서 이를 계속 반사시켜서 열 에너지로 변환시켜 차폐를 하는 방식이라 단순히 두께만 줄여서는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POC를 진행 중인 두 회사는 시트 형태로 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아웃 기술을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RF 부품인 모뎀과 RFFE 모듈, 전원관리장치(PMIC), 오디오 코덱 등도 FoWLP 공정을 적용하면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이미 업계는 5G 밀리미터파 부품을 라미네이트 기반 와이어 본딩 기술에서 FoWLP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앰코테크놀로지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장치를 플립칩 랜드그리드어레이(FCLGA) 대신 FoWLP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연구개발 중이다. 스마트폰 안에는 마이크로폰, 지자기 센서, 가속도 센서 등 MEMS 기반 센서들이 여러 개 들어가는데 MEMS 장치를 FoWLP로 패키징하면 두께를 56% 줄일 수 있다. 

테스트 업계 관계자는 “밀리미터파 RF 부품의 경우 누설 전류로 인한 기생 성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존 패키지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시스템인패키지(SiP)가 메인이지만 FoWLP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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