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광 차단 위한 편광판, OLED 휘도 40% 감쇄
"블랙 PDL, 이상적이나 양산 어려워"
삼성디스플레이-도레이첨단소재 등 개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안에는 고마우면서도 패널 효율을 크게 잡아먹어 원망을 받는 소재가 있다. 바로 편광판이다. OLED 안에서 편광판은 화면이 거울처럼 반사돼 보이는 현상을 막아주지만, 빛 밝기의 40%를 감쇄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3~4% 휘도 개선을 위해 매년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노력을 감안하면 허무하리만치 비효율적이다. 

편광판을 쓰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양산 적용은 요원하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LG 부스에 마련된 OLED 패널. /사진=LG전자
OLED에는 외광 차단을 위한 편광판이 한 장씩 들어간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LG 부스에 마련된 OLED 패널. /사진=LG전자

액정 없는 OLED에 편광판은 필요한 이유는?

 

LCD에 두 장의 편광판이 들어가는 것과 달리, OLED 안에는 한 장의 편광판이 들어간다. 사용하는 목적도 다르다. LCD 안에서 편광판은 액정과의 협력을 통해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역할이다. 

OLED 편광판은 바깥의 광원, 예컨대 형광등 같은 조명이 OLED 내 전극(anode)에 부딪혀 사람 눈에 보이는 걸 방지해준다. OLED 전극은 반사도가 높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내 조명 빛이 반사되면 TV나 스마트폰 화면이 마치 거울처럼 보이게 된다. 

OLED 안에 들어가는 편광판은 바깥에서 들어와 전극에 반사된 빛이 화면 외부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실제 반사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우리 눈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편광판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반사광을 막아야 하는 편광판이 화면에서 나오는 빛까지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화면 밝기의 40%는 편광판에 흡수돼 사라져 버린다. 

OLED용 원형 평광판 원리. /자료=LG디스플레이
OLED용 원형 편광판 원리. 외광 차단효과가 뛰어나지만, OLED 자체의 빛도 40% 흡수해버린다. /자료=LG디스플레이

편광판만 제거할 수 있다면 그 만큼 전기를 덜 쓰고도 같은 밝기를 낼 수도 있고, OLED 안에 사용된 유기재료의 수명도 훨씬 길어진다. 부하가 덜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편광판이 없는 OLED는 화면에 외광(外光)이 반사돼 제대로 볼 수 없다.

 

"블랙 PDL, 이론상으로만 완벽한 소재"

 

이 때문에 OLED 업체들이 2014년을 전후로 본격 개발에 착수한 소재가 ‘검은색 화소구분층(블랙 PDL, pixel define layer)’이다. PDL은 OLED의 적⋅녹⋅청 화소 사이사이를 메워 마감해주는 소재다. 전극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막아 상하 전극(anode, cathode) 간의 전기적 단락을 방지해준다. 

PDL은 전극 위를 덮고 있는데, 만약 PDL이 빛을 통과시키지만 않는다면 편광판 본연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다. 편광판과 달리 PDL은 화소 위를 가리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빛 밝기를 저해할 걱정도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PDL 공급업체인 일본 도레이첨단소재와 블랙 PDL 양산 적용을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도레이첨단소재는 PDL 소재 및 구조 자체의 특허의 보유한 독점 업체다.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한 대학교수는 “블랙 PDL은 단숨에 40% 효율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매우 이상적인 아이디어지만, 아직 양산에 적용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OLED의 수직구조. 분홍색으로 'Bank'라고 표시된 부분이 PDL이다. PDL은 전극을 덮고 있고, 화소는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PDL을 검은색으로 만들면 편광판을 대체할 수 있다. /KIPOST
OLED의 수직구조. 분홍색으로 'Bank'라고 표시된 부분이 PDL이다. PDL은 전극을 덮고 있고, 화소는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PDL을 검은색으로 만들면 편광판을 대체할 수 있다. /KIPOST

PDL은 노광-식각 공정을 통해 OLED 표면에 패터닝하기 때문에 빛에 민감(감광성)해야 하고, 동시에 습기를 전혀 머금지 않아야 한다. 봉지까지 끝낸 OLED 안에서 PDL이 머금었던 습기를 방출할 경우, OLED 내 유기재료에 치명적인 탓이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고 해도 난제는 있다. 노광 공정에 적용되는 소재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소재 자체가 검은색이면 빛을 다량 흡수해버린다. 따라서 블랙 PDL 노광 공정을 위해서는 노광 장비의 출력을 크게 높여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비 자체의 개조가 필요하거나, 노광 시간을 길게 연장해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한 소재 업체 관계자는 “블랙 PDL이 워낙 개발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현재는 편광판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다른 방법으로 통해 OLED 효율을 높이는 우회로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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