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나노 장비 반입 최장 1개월 지연... 3분기 양산 일정에 차질 불가피
TSMC 3나노 시생산 10월로... 내년 AP·모뎀·GPU 죄다 5나노일 가능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첨단 공정 투자지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장비 반입이 지연되면서 5나노 양산 일정이 한 달여 뒤로 미뤄졌다. TSMC 역시 3나노 시험 생산이 6월에서 10월로 밀렸다. 

 

코로나19로 밀린 장비 반입, 미뤄지는 첨단 공정

삼성전자 V1 라인(EUV 전용 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V1 라인(EUV 전용 라인) 전경./삼성전자

장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글로벌 장비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5나노 생산라인에 들어갈 장비의 반입 일정을 최소 2주에서 최대 1달 정도 미뤘다. 빠르면 이달부터 장비가 반입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부품 수급부터 장비 제작, 출장 등이 모두 줄줄이 지연되면서다.

이에 삼성전자의 5나노 양산 일정도 순연될 가능성이 켜졌다. 

당초 삼성전자의 5나노 양산 목표 일정은 올해 2분기였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4분기 투자 후 올 초부터 장비를 반입, 2분기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법정에 서면서 투자가 지연되자 3분기로 목표 일정이 밀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장비 반입도 미뤄졌다. 이제는 3분기 양산도 아슬아슬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는 보통 장비 발주(PO)부터 양산까지 6개월이 걸린다. 장비가 순차 반입되는 터라 라인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데 4~5개월이 걸리고 레시피를 잡는 데 한 달이 걸리는데, 첨단 공정의 경우 레시피를 잡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발주 시기가 TSMC의 5나노 양산 시기와 맞아떨어졌다는 것도 문제”라며 “TSMC는 지난해 4분기부터 5나노 장비를 반입했고 이달 중 대량 양산에 돌입하는데, 장비 업체들이 이에 대응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발주가 나왔다”고 말했다.

 

5나노 성황인 TSMC, 3나노는?

TSMC 공장 전경. /TSMC 제공
TSMC 공장 전경./TSMC

TSMC도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직전인 2월 초 라인 구축을 끝낸 덕에 5나노 양산 시점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3나노다. 

TSMC는 3나노 시생산을 오는 6월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장비 반입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10월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달 3나노 공정 계획을 공개하기 위한 기술 포럼 회의가 예정돼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8월 말로 밀렸다. 

이에 따라 3나노 양산 라인 구축도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대두됐다. 

TSMC는 당초 난케(Nanke) 18라인에 오는 10월 3나노 장비를 반입할 계획이었다. 10월부터 장비를 들여야 늦어도 3월 양산에 돌입, 하반기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및 모뎀 생산 일정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으로 양산 일정이 미뤄지면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PC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AP, 모뎀 등은 5나노 공정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장비 반입이 미뤄져도 레시피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 양산 일정을 빠듯하게 맞출 수 있다. 

TSMC는 7나노 때도 목표 수율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양산을 시작해 시장을 선점한 바 있다. 주문량을 적게 받는 대신 가동률을 100%로 돌려 이에 대응하고, 동시에 수율을 높이는 식이다. 초기 수율이 낮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지만 첨단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두 곳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반도체 업체들은 제품을 맡길 수밖에 없다. 

물론 수율 확보가 제때 될지는 미지수다. 두 파운드리 업체 모두 7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현재도 90% 수율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 역시 장비 업계에 올해 연말 3나노 투자를 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양산 일정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장비 업체 모두 연말에 가서나 내년 포캐스트(Forecast)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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