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D-OLED에서 QNED로 전이 빠를 듯
VD사업부도 QNED에는 관심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LCD 사업에서 완전 철수한다. 이미 사이즈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캐시코스트(Cash cost⋅제조 원가에서 고정비 및 감가상각비 제외)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LCD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장기 전망 역시 나아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본격 투자를 천명한 ‘QD디스플레이’로의 전이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L7-1 장비들을 매각하고 A4로 전환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 작년 적자만 1조5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아산캠퍼스 및 중국 쑤저우에서 가동 중인 7세대 및 8세대 LCD 라인을 올 연말을 전후해 모두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관련, 자사 LCD 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31일 설명회도 열었다. LCD 사업부 인력들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QD디스플레이 등 신규 사업으로 재배치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2017년 하반기 이후 지속 악화되고 있는 LCD 업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 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LCD 사업부는 지난해 연간으로 1조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실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손익을 겨우 흑자로 만들었다. 

삼성전자 2019년 부문별 실적 요약. DP(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부는 연간 1.5조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삼성전자 2019년 부문별 실적 요약. DP(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부는 연간 1.5조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지난해 4분기의 경우, OLED 사업에서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LCD 사업 적자가 6000억원에 달하면서 전사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OLED 사업 마저 비수기인 올해 1분기에는 회사 전체적으로 3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중국 BOE⋅CSOT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앞다퉈 10.5세대(2940㎜ X 3370㎜) 라인에 투자하면서 이미 예견된 사태다. 보조금을 등에 엎고 투자하는 중국 업체들과 달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수익성을 이유로 10.5세대 라인에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8.5세대(2200㎜ X 2500㎜) LCD 고도화를 통해 10.5세대 라인에 대항했다. 

그러나 8.5세대 라인 주력 생산품인 55인치 패널은 1분기 기준 가격이 105달러(DSCC 집계)로, 캐시코스트 115달러를 하회한다. 고정비와 감가상각비를 제하고도 밑지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65인치 제품도 캐시코스트 168달러지만, 불과 169달러에 팔린다. 고정비 등을 감안하면 역시 적자다.

이제혁 DSCC 상무는 “등락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LCD 업황은 2017년 하반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철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SDC-삼성전자 VD 사업부 각자도생...이재용 부회장 교통정리

 

사정이 이런데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LCD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끌고온 것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니더라도 LCD를 구매할 곳이 많지만, 삼성전자 VD 사업부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지렛대 삼아 TV 사업을 꾸려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TV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지속하는 한, VD 사업부가 외부에서 구매하는 LCD 패널 가격에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시황이 좋을 때는 A급 패널을 우선 배정받는 등의 이익을 누려왔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이 'QLED TV'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이 'QLED TV'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TV 사업이 14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뒷받침이 결정적이었다. /사진=삼성전자

LCD는 물론, OLED까지 삼성전자라는 캡티브 마켓 비중이 큰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LCD 사업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VD 사업부를 위해 LCD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손실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적자구조인 LCD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더 이상 삼성전자 VD 사업부 눈치를 보지 않고 향후 행보를 정할 수 있게 됐다.

 

QD디스플레이 ‘버전2’ 가속화 할 듯

 

따라서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인 QD디스플레이 전략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미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QD-OLED 뿐만 아니라 ‘퀀텀닷 나노LED(QNED)’로의 빠른 전환이 예상된다(KIPOST 2월 20일자 <삼성디스플레이, QD디스플레이 '투 트랙'으로> 참조).

업계 관계자는 “Feasibility(실행가능성) 측면에서 QD-OLED와 QNED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아직 연구개발(R&D) 차원이지만 QNED 기술 역시 무르익었음을 의미한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팹 현황. /자료=DSCC
삼성디스플레이 LCD 팹 현황. /자료=DSCC

특히 QD-OLED와 달리 QNED에는 삼성전자 VD 사업부 역시 큰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VD 사업부가 QD-OLED에 대해 저평가하는 요인은 휘도(밝기) 측면인데, QNED는 무기물인 나노로드 LED를 기반으로 한 만큼 1700니트 이상 구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관계자는 “나노로드 LED를 정확하게 정렬하는 전계인가 기술 등 아직 해결해야 할 포인트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QD-OLED에서 QNED로 빠르게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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