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포함한 파운드리 사업 특수목적회사에 매각... SK하이닉스 투자자로 참여
'아직' 회사 운영에는 개입 않는다... 파운드리 사업 확장 위해 인수 유력

매그나칩반도체 청주 공장이 다시 SK하이닉스의 품에 안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청주 공장을 포함한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하고 전력 반도체 사업과 디스플레이 반도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매그나칩 반도체 인수에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 운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파운드리 사업에 이를 편입시킬 가능성이 크다.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 매각... 5300억원 규모

매그나칩 청주 F-4 라인.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내에 있다./매그나칩
매그나칩 청주 F-4 라인.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내에 있다./매그나칩

매그나칩반도체(대표 김영준)는 국내 사모투자펀드운용사인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F-4)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거래 규모는 현금 3억4470만달러(약 4203억원)와 고용 승계 직원들의 퇴직 충당금을 포함, 총 4억3500만달러(약 5300억원)다. 파운드리 사업부 및 청주공장에서 근무하는 1500여명의 임직원 고용은 인수기업으로 승계되며, 거래 종료까지는 4~6개월 정도 소요된다.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1주, 49.8%를 출자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 2004년 경영난을 겪던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리독립해 설립됐다.

파운드리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자체 개발한 전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판매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청주에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팹4(F-4)와 구미 소재 8인치 생산라인인 팹3(F-3)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의 M8라인과 한 공장에 있던 6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팹2(F-2)는 지난 2017년 설비 매각 이후 쓰던 공간을 SK하이닉스에 넘겼다.

파운드리 생산라인인 F-4에서는 전력 반도체를 포함한 0.11㎛~0.35㎛급 아날로그·혼성신호 반도체를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SK하이닉스, DB하이텍(당시 동부하이텍) 등과 8인치 파운드리 경쟁이 붙으면서 공정 단가를 지나치게 낮추는 바람에 적자에 시달렸고, 2015년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매그나칩 대주주인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 2015년부터 원매자를 물색해왔다. 페어차일드, LG그룹 소속인 실리콘웍스, 중국 파운드리 업체 등 여러 업체들이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가격, 노동조합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계륵에서 효자로

SK하이닉스 또한 줄곧 매그나칩 인수를 검토했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8인치 생산라인은 수익성이 낮은 계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F-4가 SK하이닉스 청주 단지 내에 있다보니 SK하이닉스도 매그나칩 인수를 여러 번 검토했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8인치 생산라인이 지금처럼 공급부족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는 판단에 인수를 미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온갖 애플리케이션(앱)이 들어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기가 된다./현대엠앤소프트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 4~5년 전부터다. 전기차와 무선통신(RF) 기술의 발전으로 전력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RF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

이들 반도체는 로직(Logic) 반도체처럼 굳이 최첨단 공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 12인치 웨이퍼 생산 단가가 8인치 생산 단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만들면 채산성이 떨어진다.

이에 8인치 생산라인도 공급 부족에 놓였다. 앞서 12인치 웨이퍼 양산라인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8인치 팹 수는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장비 업계도 8인치 웨이퍼용 신제품을 내놓지 않아 8인치 중고 장비가 12인치 중고 장비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다. 이 상황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참고 KIPOST 2019년 2월 19일자 <꺼지지 않는 200㎜ 투자 붐…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금 중고장비로 월 10만장 규모의 8인치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노광 장비, 테스트 장비 등은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 생산라인을 구축할 바에 업체를 인수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비메모리 반도체 힘 싣는 SK하이닉스

그렇잖아도 SK하이닉스는 매출이 메모리에 치중된만큼 시황에 따라 실적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상황이다. 비메모리 사업을 키워 캐시카우로 삼으면 이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실제 메모리 시장이 부진했던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33.3% 감소한 26조99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D램 매출은 37% 줄어든 20조3000억원, 낸드 매출은 31% 떨어진 5조1000억원을 올렸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배 증가한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천반도체의 M8 공장 착공식 이미지
하이천반도체의 M8 공장 착공식 이미지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사업은 상보성금속산화물(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으로 나뉜다. CIS는 고화소 제품만 SK하이닉스가 12인치 생산라인에서 직접 만들고, 저화소 CIS와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 2017년 분사한 SK하이닉스시스템IC에서 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청주 M8 라인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 우시 하이천반도체로 이전 중이다. 하이천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우시산업발전그룹유한회사가 합작투자한 회사로, 지난 20일 8인치 생산라인을 테이프아웃(Tape-out)했다.

하지만 생산라인 하나로는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8인치 생산라인인 M8의 생산능력(Capacity)은 월 웨이퍼 투입량 기준 10만장이다. 12인치 생산라인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하기엔 경쟁자가 많고, 투자금액 역시 조 단위를 넘어선다.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운영에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아직’이라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자금 여유가 생기면 F-4와 파운드리 사업을 품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는 방안이 유력하다.

SPC를 구성한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역시 SK하이닉스의 편이다.

SK하이닉스와 알케미스트의 연결고리는 하이셈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셈은 하이닉스 협력사 30여곳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지난 2017년 팬아시아세미컨덕터가 최대 주주가 됐다. 팬아시아세미컨덕터의 최대주주인 PSEP플래시사모투자합자회사의 최대주주는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의 개인 회사인 피앤에스네트웍스고, 업무집행사원이 알케미스트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것”라며 “SK하이닉스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전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사업에 주력키로

매그나칩은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한 이후 연간 약 5억달러(약 6082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솔루션 사업과 전력 반도체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전력 솔루션 사업 매출은 최근 4년간 각 260%, 111%의 성장률을 보였다. 매그나칩은 패널 업체 계열사를 제외하면 세계 1위 OLED DDI 공급 업체로, 28나노 제품 등을 5G 스마트폰 모델에 공급 중이다.

회사는 구미 F-3의 생산 능력을 8인치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3만장에서 향후 5만장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생산라인에서는 전력 반도체나 OLED DDI를 제외한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와 전력 소자(Discrete)를 만들게 된다. OLED DDI와 전력 집적회로(IC) 제품군은 외주 생산할 계획이다.

김영준 매그나칩 김영준 대표는 “이번 발표는 직원·고객·주주를 포함해 양사의 최고의 선택”이라며 “두 회사 모두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에 주력할 수 있게 돼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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