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자동차·TV 등 제조사들 커넥터 대신 다이렉트 본딩 검토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 올라가... 무선(RF) 및 GPS 신호에도 영향

전자 기기 속 커넥터가 사라지고 있다. 

충전, 오디오 등 여러 단자를 복수로 장착했던 스마트폰은 이미 전력·오디오 신호 등을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표준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TV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들도 신호 간섭과 비용을 이유로 커넥터 대신 다이렉트 본딩을 검토하고 있다.

 

커넥터의 최대 장점, 편의성... 이를 상쇄하는 건 성능과 비용

스마트폰의 이어폰 단자. USB 타입C가 등장하면서 이 단자는 거의 사라졌다./Pixabay

커넥터는 보드(PCB)와 보드, 보드와 전선, 전선과 전선을 물리적으로 연결해 전류나 데이터 신호를 흐르게 해주는 부품이다. 일반인도 쉽게 전기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명됐는데, 가까이는 전기 플러그(콘센트)와 소켓도 커넥터의 일종이다. 

전자 장치 종류가 늘어나면서 커넥터는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고 설계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활용됐다. 예를 들어 장치 안에 두 개 이상의 보드가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커넥터를 쓰지 않으면 일일이 각 회로를 연결해야 한다. 작업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커넥터로 결합된 부품들은 서로 뗐다 다시 연결할 수 있다. 따라서 수리와 보수도 쉬워지고 좋은 성능의 부품이 나왔을 때 제품을 교체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커넥터의 채용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편의성과 안전성은 좋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성능과 비용 문제가 이를 무력화하는 탓이다.

이미 스마트폰 업계는 커넥터 채용량을 줄였다. 초창기 스마트폰에는 10개 이상의 커넥터가 들어갔지만 USB-C 타입 등 전력과 데이터를 동시 전송할 수 있는 고기능성 인터페이스가 등장, 현재 스마트폰에는 보통 8개 내외의 커넥터가 들어간다. 

자동차는 5년 전만 해도 240여개의 커넥터가 들어갔다. 최근에는 전장화로 인해 들어가는 커넥터 개수가 늘어나 최근에는 평균 탑재량이 300여개까지 증가했는데, 개수가 늘어나다보니 무게와 비용이 증가했다. 이에 이미 중국 자동차 업체 일부는 내수 차량에 커넥터 대신 구리 납땜 방식을 채택했다. 

TV의 경우 패널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수십개의 커넥터가 장착된다. 국내 TV제조사들은 최근 들어 커넥터 대신 다이렉트 본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 현지 커넥터 업체의 생산이 중지되면서 공급망(SCM)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커넥터를 없애려는 첫 번째 이유, 비용

커넥터를 쓴다고 인건비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커넥터는 규격이 워낙 많고 핀 수도 저마다 달라서 일일이 핀을 확인하면서 부품·보드와 연결해야한다. 일일이 회로를 연결해야하는 불편함은 감소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커넥터가 납땜보다 부품비용(BoM)은 커지지만 인건비는 줄어들어서 커넥터를 쓰는 업체가 많았는데, 최근 각국의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중국 자동차 업계가 내수 차량에 커넥터 대신 납땜을 택한 이유도 비용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전력 공급 커넥터들. 커넥터 생김새는 다르지만 와이어의 생김새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통 색깔로 구분해 꽂아야 한다./몰렉스

어쨌거나 사람 손이 닿기 때문에 불량률도 높다. 모양은 같지만 서로 핀 수가 다른 커넥터가 많다보니 엉뚱한 와이어와 연결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동차에서는 5대 불량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커넥터다. 

예전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전자 기기 수리를 많이 맡기지도 않는다. 전에는 간단히 커넥터 체결을 뺀 후 새 부품을 연결하는 식으로 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부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면서 고쳐 쓰는 것보다 새 제품을 사는 게 저렴하고 간단해졌다. 특히 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의 경우 수리비보다 새 제품을 사는 게 훨씬 값이 싼 경우가 많다.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가전제품의 소비가 늘어난 것도 수리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중소기업 제품이나 저가 가전제품의 경우 수리를 받기조차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새 제품을 사게 된다. 

그럼에도 제조사는 일반 소비자의 기기 수리를 위해 별도 팀을 자체 운영하거나 외주 업체와 계약을 해야한다. 인건비 증가 탓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커지는데 그로 인해 얻는 실익은 줄어드는 셈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후 서비스(A/S) 비용을 소비자들이 지불한다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사들이 내는 비용도 있다”며 “커넥터를 없애면 무엇보다 수리가 어려워지는데, 어차피 새 제품을 사니까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커넥터를 없애려는 두 번째 이유, 성능

커넥터를 없애려는 두 번째 이유는 성능이다. 커넥터는 앞서 말했듯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연결 통로인데, 기기에 흐르는 전류와 전압이 커지면서 커넥터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중간에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커넥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 때문에 무선통신(RF) 신호도 영향을 받는다.

10년 전 USB 3.0 표준이 등장하고 나서 이 문제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현재도 보통 무선 장치는 비면허 무선 대역인 2.4㎓ 대역을 활용해 다른 장치와 연결되는데 USB 3.0 인터페이스를 통합하려던 제조사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RF 신호 간섭 문제를 겪으면서 설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은 USB 3.0 주변장치가 무선(RF) 연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 백서를 공개했다./인텔

인텔은 지난 2012년 발간한 ‘USB 3.0 RF 신호 간섭이 2.4㎓ 무선 디바이스에 미치는 영향(USB 3.0 Radio Frequency Interference Impact on 2.4㎓ Wireless Devices)’ 백서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USB 3.0 표준을 적용할 경우 USB 3.0 커넥터 혹은 케이블에서 데이터 신호를 주고받을 때 광대역 잡음이 발생, RF 장치의 안테나가 가깝게 배치돼있을 경우 신호 감도가 급감하고 이로 인해 무선 신호의 처리량이 줄어들 수 있다.

심지어 노트북PC에 USB 3.0 장치를 연결,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경우 무선 마우스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신호 간섭이 심해 인텔은 USB 3.0 장치들과 RF 안테나 배치를 최대한 멀리하고 동시에 USB 3.0 주변 장치를 차폐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USB 3.2 규격에서는 아예 케이블의 피복 두께를 늘려 차폐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커넥터는 예외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은 실링(Sealing)으로 차폐가 가능하지만 커넥터는 구조상 차폐가 어렵다”며 “USB 타입C 등도 RF 신호에 악영향을 줘서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차량의 경우 신호 간섭 문제는 더 심각하다. 블루투스나 IEEE 802.11b/g/n 등 2.4㎓ 대역을 사용하는 무선 연결 기능은 물론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까지 영향을 받는다. 완성차 업체들과 정밀(HD) 지도를 구축하는 MMS(Mobile Mapping System) 장비 업계가 커넥터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이 때문이다.

TV도 마찬가지다. 4K, 8K로 넘어가면 내부에 들어가는 회로가 그만큼 많아진다. 그에 따라 커넥터의 개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고성능 커넥터를 쓰면 채용량은 유지할 수 있지만 부품비용(BoM)이 증가한다.

MMS 장비 업체 관계자는 “아예 커넥터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무선 기능이 점점 더 많이 탑재되면서 자동차 업계도 RF 모듈 근처의 커넥터는 죄다 빼는 추세”라고 말했다.
 

커넥터는 완전히 사라질까

이론적으로는 커넥터 대신 구리 테이프 등 다이렉트 본딩으로 대체해도 기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수동소자로서 기능하고, 요새는 웬만한 회로 단락 보호 기능 등이 각 반도체 칩과 모듈에 내장돼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넥터가 완전히 멸종될 가능성은 낮다. 당장 커넥터를 없애면 SCM이 큰 영향을 받는데다, 모듈 단위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개의 전자 모듈이 들어가는 자동차는 아직 고장이 나면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도로 커넥터 사용을 유지할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한다.

주성혁 한국몰렉스 개발팀장은 “각 완성품(OEM) 업체들이 비용과 RF 성능, 디자인 등을 문제로 커넥터를 없애려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커넥터가 완전히 사라지긴 어렵다”며 “수리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부품과 부품을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커넥터 등은 없앨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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