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내 전형적인 기술통
답보상태...車 반도체 힘 실을까

퀄컴 본사 부사장을 역임한 이태원 퀄컴코리아 사장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며, 김기남 부회장에게 관련 성과를 직보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발표대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사진=삼성전자

전형적인 ‘기술통’...車 반도체 사업 담당

 

지난해 연말쯤 퀀컴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태원 부품플랫폼사업팀장(전무)은 퀄컴 내에서도 전형적인 기술통으로 꼽힌다. 

2002년 오디오 솔루션 스타트업 소프트맥스를 창업했으며. 2007년 퀄컴의 소프트맥스 인수합병(M&A) 후 회사 일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퀄컴 본사 엔지니어링부문 이사, 퀄컴코리아 연구개발센터 소장, 퀄컴코리아 사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베를린공과대학(Technical University of Berlin)에서 1995년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1997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태원 삼성전자 부품플랫폼사업팀장(전무). /사진=퀄컴
이태원 삼성전자 부품플랫폼사업팀장(전무). /사진=퀄컴

이 전무가 이끌 부품플랫폼사업팀은 삼성전자 내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반도체를 설계하고, 위탁생산한 반도체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시스템LSI와 유사한 사업 모델이지만 부품플랫폼사업팀은 시스템LSI 사업부에 속해 있지는 않다. DS부문 독립 사업팀으로 편제돼 김기남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조직이다. 인력 규모는 150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은 차량 내 부품의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역점 육성해왔다. 업황에 따른 부침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분야라는 점도 매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부품플랫폼사업팀 구성 초기, 전사 조직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출신들을 영입해 채웠다. SSIC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전담 조직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에도 삼성전자는 아직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8890’를 제외하면 아직 글로벌 양산차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한 실적이 없다. 최근에는 복수의 완성차 업체와 진행한 기술검증(POC)도 잇따라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POC(Proof Of Concept)는 해당 부품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단계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처럼 거대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비메모리 반도체 대비 수익성이 높은 편이기는 하나, 개별 물량이 많지 않다.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온갖 애플리케이션(앱)이 들어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기가 된다./현대엠앤소프트
▲자동차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도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 규모의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시장이 크지 않다. /자료=현대엠앤소프트

연간 15억대 안팎인 스마트폰 시장과 비교하면 1억대 미만인 자동차 시장은 볼륨이 늘어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이 훨씬 작다는 뜻이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 1위인 NXP반도체만 해도 연간 매출이 5조원 정도다. 이 때문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주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가 아예 프로젝트를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소품종 대량생산이 기본인 메모리 사업과 비교하면, 자동차 시장은 개별 제품마다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해 ‘업(業)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며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 예산 등 전사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車 반도체 사업 힘싣기 용일까, 인재 확보 차원일까

 

이 때문에 퀄컴 내에서 기술통으로 꼽히던 이태원 전무를 영입한 것을 두고 업계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반도체 사업에 좀 더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해 내수용 갤럭시S20에 '엑시노스'를 공급하는데 실패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해 내수용 갤럭시S20에 '엑시노스'를 공급하는데 실패했다. /사진=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 안에서 자동차 관련 기능은 DS부문 산하 부품플랫폼사업팀 외에도 2018년 연말 시스템LSI 사업부 내에 설립한 ‘A프로젝트팀’도 있다. 여기에 2017년 10조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관련 기능이 일부 존재한다. 차 반도체 사업 육성에 앞서 이들 조직의 역할 정리가 선행될 수 있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달성을 위해 최근 업황이 좋은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설계 분야도 동반 성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반도체는 반드시 끌고 가야 하는 분야다.

이와는 별개로 이태원 전무 영입이 향후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을 대체할 인재풀 확보 차원이라는 추정도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번에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에 실패하면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지난해까지는 퀄컴 ‘스냅드래곤’ 대비 다소 처지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내수용 제품에는 ‘엑시노스’를 채택해줬으나, 올해는 국내 모델에도 퀄컴칩을 선택했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 시리즈 차기작을 위한 AP 개발 역시 아직 시작도 못했다. 통상 9개월 가량 소요되는 AP 개발 과정과 양산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중에는 개발에 착수했어야 한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이 때문에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시스템LSI를 비롯한 비메모리 조직에 긴장을 불어 넣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같은 퀄컴 출신에 비메모리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 강 사장과 이태원 전무가 긴장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이 전무가 김기남 부회장에게 직보한다는 점도 강 사장에게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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