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PP, mMTC 담긴 Rel. 17 안건 확정하고 표준화 작업 착수
시장 포화인 모바일 제외한 사물인터넷(IoT), VR·AR 등에 기회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 3GPP가 5세대(5G) 이동통신의 3단계 표준인 릴리즈 17(Rel. 17)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릴리즈 17 표준이 공표되면 5G의 세 가지 핵심 성능인 초고속 모바일 광대역 통신(eMBB), 초저지연통신(URLLC), 대규모 머신 타입 통신(mMTC)이 모두 상용화 준비를 마친다.

4G의 기회가 모바일 기기였다면, 5G의 기회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5G의 세 가지 핵심 성능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ITU의 5G 요구사항./IEEE, KIPOST 재구성
ITU의 5G 요구사항./IEEE, KIPOST 재구성

3GPP가 5G의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기 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의 3가지 핵심 성과 지표(KPI)로 ▲최고 데이터 속도 10Gb/s 초과 ▲1㎢ 면적에서 100만대를 초과하는 기기 지원 ▲지연시간 1㎳ 미만 등을 내세웠다. 각각 eMMB, mMTC, URLLC를 위한 조건이었다.

 

1단계 5G 표준 Rel. 15는 eMMB, 즉 모바일 기기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이동통신을 쓰는 장치(Device)는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가 전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각국이 ‘5G 첫 상용화’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면서 4G LTE망과 5G를 함께 사용하는 비독립규격(NSA)이 먼저 세상에 나왔다.

국내에서는 밀리미터파(㎜WAVE) 대역 통신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데이터 전송 속도는 5G가 4G보다 약 50% 빠르다. 밀리미터파를 쓰는 5G 단독(SA) 규격이 상용화되면 5G의 사용자 체감 속도는 4G보다 10배 이상 빨라진다. 국내에서 5G SA 규격은 상반기 상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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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오는 2분기 마무리되는 2단계 표준 Rel. 16은 URLLC 특성을 바탕으로 5G를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긴 지연시간은 모바일을 제외한 다른 기기에 이동통신이 적용되지 못했던 걸림돌 중 하나였다. 현재 가정과 기업에서 이용하는 유선통신의 지연시간은 보통 10~20㎳로, LTE-A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유선망의 지연시간이 그 정도니, LTE-A를 쓸 이유가 없다.

ITU가 5G 표준의 핵심 성능 중 하나로 URLLC를 택한 건 이 때문이다. 3GPP는 URLLC의 다양한 이용 사례와 서비스 요구 사항을 기반으로 Rel. 16를 만들었다. 5G의 지연시간은 URLLC 기준 1㎳로, 이론적으로 LTE-A나 기존 유선 통신 지연시간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Rel. 16에서는 대차량통신(V2X),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지원, 수직적 자동화 연구, 비면허 대역 접근, 비공용 네트워크 관리 연구, 위성통신과의 결합, 고속열차 지원, 사용자 권한 및 증명 등 보안 기능 등이 논의됐다.

 

Rel. 17의 목표는 ‘5G를 더 넓게, 더 효율적으로’

3GPP의 5G Rel. 17 표준화 일정./3GPP

지난달 3GPP는 Rel. 17에서 논의할 주요 안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물리 계층 워킹 그룹인 RAN1에서는 이달 초부터 표준화 작업에 돌입했고 RAN2(무선 프로토콜) 및 RAN3(아키텍처) 워킹그룹은 2분기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완료 시점은 내년 말이다.

Rel. 15가 eMBB, Rel. 16이 URLLC라면 Rel. 17에서는 마지막 남은 한 가지 특성 mMTC가 완성된다.

mMTC는 모바일 단말을 포함, 센서부터 설비까지 다양한 장치를 이동통신 망으로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스마트시티 및 스마트빌딩의 주축이 되는 IoT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전까지 IoT는 로라(LoRa), 협대역 사물인터넷(NB IoT), LTE-M 등 전용 통신망이나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활용했다. 규격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그 어떤 생태계도 좀처럼 커지기 어려웠고, IoT 기술 확산의 발목을 잡았다.

3GPP가 공개한 Rel. 17 안건(Content)에는 IoT 기기를 위한 5G의 축소 버전 뉴라디오 라이트(NR Light), 커버리지 확장, 소량 데이터 전송 최적화, 전략 효율화, V2X와 공공 안전에 관련된 멀티캐스트 브로드캐스트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밀리미터파 주파수 대역을 52.6Ghz 이상 최대 114.25Ghz로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아직까지는 수요가 없어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긴 힘들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5G가 모바일 외 다른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보이면 추가로 주파수 대역을 넓힐 수 있다.

 

이동통신은 반도체 거인들의 싸움? 5G의 기회는...

이동통신 기술의 최대 수혜자는 애플 같은 스마트폰 업체도, 에릭슨 등 이동통신 장비 업체도, 이동통신 사업자도 아닌 반도체 업체다.

 

4G 확산 시기(2012년~2019년 1분기)에 가장 많은 수익률을 보인 건 반도체였다./글로벌엑스
4G 확산 시기(2012년~2019년 1분기)에 가장 많은 수익률을 보인 건 반도체였다./글로벌엑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엑스에 따르면 4G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2012년 초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반도체·소셜미디어·통신사업자·모바일기기·통신장비 등 5개 산업 관련 지수 중 반도체가 가장 큰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이동통신을 위한 핵심 반도체 모뎀은 갈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지원하는 통신의 규격이 늘어날수록 하드웨어 설계도, 그 위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 스택(Stack)도 복잡해지는데 신규 업체가 이를 지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는 “지금 출시된 5G 모뎀만 봐도 2G부터 4G까지를 모두 지원하는데, 이를 하나의 칩에 담으면서도 각각의 규격을 사용했을 때 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가 쉽지 않다”며 “글로벌 업체들만 시장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G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5G 모뎀 시장은 퀄컴을 필두로 미디어텍, 삼성전자, 하이실리콘 등 대형 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다.

 

4G LTE-A 스마트폰에 들어가던 RF FEM 부품과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RF FEM 부품 비교./코보
4G LTE-A 스마트폰에 들어가던 RF FEM 부품과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RF FEM 부품 비교./코보

부품 단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게 있다면 무선 신호를 받아 기기 내 프로세서가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모뎀으로 전달해주는 무선통신 프론트엔드모듈(RF FEM)이다.

이전까지 RF FEM는 모듈이 아닌 개별 소자 형태로 탑재됐다. 전체 시장(TAM)도 별 변동이 없는데다 모뎀보다 작아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밀리미터파 고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5G에서는 신호 품질이 RF FEM에 좌우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 RF FEM이 차지하는 영역도 늘어났다. 화웨이의 메이트 20(4G)에서 RF FEM은 667㎟를 차지했지만, 화웨이 메이트 20 5G에서는 2배 이상인 1499㎟를 점유했다.

RF 반도체 업체 코보(Qorvo)는 RF 전체 시장 규모가 올해 150억 달러(약 17조5065억원)에서 오는 2023년 250억 달러(29조1775억원) 이상으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RF FEM 역시 특성상 노하우가 필수라 신규 주자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 코보, 무라타 등 터줏대감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래픽 코보.

이보다 더 중요한 건 5G가 다른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됐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간 모바일을 제외한 V2X,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스마트시티를 포함한 IoT, IIoT 등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다.

올해 2분기 산업별 요구사항이 반영된 Rel. 16 표준이 제정되면 이 시장은 이동통신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V2X는 차량 안전과 직결돼있어 신규 주자가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지금 상용화된 솔루션이 퀄컴과 NXP반도체 뿐이라 추가 공급사 확보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5G IoT나 AR·VR 통신 솔루션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발빠르게 접근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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