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뿐만 아니라 전력관리반도체(PMIC), 모뎀까지 줄줄이 타격
10년간 투자해왔는데 성과 안나와… 사업 전략 대폭 수정 예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내년 출시될 ‘갤럭시S11’ 내수용에 자사 시스템LSI 사업부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채택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능 부족이지만, 단순히 이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AP를 채택하지 않았단 뜻은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모뎀까지 퀄컴에서 수급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성능 부족, AP뿐만이 아니었다

삼성 무선사업부가 ‘갤럭시S11’ AP로 검토한 건 삼성 ‘엑시노스 990’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다. 결국 낙점한 건 퀄컴 ‘스냅드래곤 865’다. 통상 해외용은 스냅드래곤, 내수용은 엑시노스로 이원화했으나, 이번에는 물량을 퀄컴에 몰아줬다.
 

퀄컴 스냅드래곤865와 삼성 엑시노스 990 비교./양 사, KIPOST 정리
퀄컴 스냅드래곤865와 삼성 엑시노스 990 비교./양 사, KIPOST 정리

표면적인 이유는 성능 차이다. 무엇보다도 그래픽 처리 속도와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능을 결정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 격차가 컸다고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스냅드래곤865의 AI 엔진은 15TOPS의 연산 성능을 가졌지만, 엑시노스 990의 연산 성능은 10TOPS에 불과하다.

CPU 코어도 스냅드래곤 865는 최신 코어텍스-A77를 쓴 반면, 엑시노스990은 올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쓰였던 구형 코어텍스-A76을 넣었다. 코어텍스-A77은 코어텍스-A76보다 싱글 스레드 기준 성능이 20% 좋다. 

스마트폰 안에서 AP와 가장 긴밀하게 작동하는 건 PMIC와 모뎀이다. 각각 각 부품으로 가는 전력을 제어하고, 무선통신(RF) 신호를 AP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아예 개발 단계에서부터 서로 협력해야하기 때문에 보통 한 업체가 이를 모두 공급한다.

AP를 바꾸는 게 단순 AP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모뎀 성능 차이도 있다. 엑시노스 990은 ‘엑시노스 모뎀 5123’을, 퀄컴 스냅드래곤 865는 ‘스냅드래곤 X55 모뎀’을 지원한다. 둘 다 2G부터 5G까지, 시분할(TDD) 및 주파수 분할(FDD)을 모두 지원하지만 다운로드 기준 150Mbps의 속도 차이가 난다. 

X55 모뎀은 RF 프론트엔드(RFFE) 모듈, 안테나 모듈까지 합쳐진 5G 통합 솔루션인 반면 엑시노스 모뎀 5123은 RFFE 모듈과 안테나 모듈을 별도로 채택하고 최적화까지 해야한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임원은 “AP를 바꾼다는 얘기는 PMIC와 모뎀도 퀄컴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세 부품 중 단 하나도 퀄컴의 성능을 넘어서지 못했던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련 내몰린 시스템LSI, 그룹 차원 결정일까

하지만 시스템LSI 사업부의 주요 매출원 4가지 중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를 제외한 나머지가 AP·모뎀·PMIC로,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한 번에 이 세 가지 부품을, 그것도 플래그십 모델에 들어가는 걸 다 바꾸는 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차원에서 내릴 결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990./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엑시노스990./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S1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자사 AP를 써왔다. S2부터는 공급사를 퀄컴으로 이원화했는데, 삼성전자의 AP 성능이 퀄컴의 AP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내수용 모델에는 자사의 AP를, 해외 판매용 모델에는 퀄컴의 AP를 넣었다. 성능을 따라잡지 못했던 게 이번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매번 성능 평가에서 퀄컴에 밀렸음에도 무선사업부가 삼성을 배제하지 않은 건 AP가 시스템LSI 사업부의 메인 제품이었고, 자사가 써주지 않으면 ‘삼성에서도 쓰지 않는 삼성 제품을 왜 다른 업체에 파느냐’라는 말이 나올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삼성은 5G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확보도 경쟁사보다 느렸다. 5G 모뎀 개발은 퀄컴과 미디어텍에 모두 밀렸고, AI 엔진인 NPU 또한 뒤늦게 AP에 넣었다. CPU 코어보다 GPU와 AI 엔진 성능이 더 중요해졌지만, CPU 코어 개발에 매달리다 최근 들어 이마저도 포기했다.

전사 차원에서는 10년간 무선사업부를 통해 시스템LSI 사업부를 밀어줬는데, 여전히 경쟁사의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좀처럼 삼성전자 외 다른 고객사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이를 질책하는 의미가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투자를 해왔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위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시스템LSI 사업부는 비상이겠지만 현실을 직시해 향후 전략을 다시 짜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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