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는 단연 폴더블과 5세대(5G) 이동통신이다. 올해 상용화 첫 발을 뗀 폴더블 스마트폰은 내년이 대중화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5G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역시 올해 첫 출시됐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을 규모나 기술 리더십 측면에서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애플⋅화웨이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 전략을 들고 새해를 맞이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에서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에서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① 삼성전자, 상반기는 ‘블룸’-하반기는 ‘챔프’

 

올해 ‘갤럭시 폴드’로 폴더블 스마트폰 가능성을 타진한 삼성전자는 내년에 두 개 모델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상반기에는 화면이 아래위로 접히는 ‘클램쉘’ 타입을, 하반기에는 화면이 수평으로 펼쳐지는 ‘북오픈’ 타입을 출시한다. 상반기 모델의 프로젝트명은 ‘블룸(Bloom)’, 하반기 모델은 ‘챔프(Champ)’로 각각 결정됐다(KIPOST 2019년 12월 3일자 <삼성전자 VS 화웨이, 내년에 클램쉘 폴더블로 재격돌> 참조).

하반기 나올 챔프는 올해 판매된 갤럭시 폴드 1세대 모델을 계승하는 2세대 모델이다. 다만 화면 크기가 기존 7.29인치에서 7.7인치로 커진다. 화면을 보호하는 커버소재는 아직 투명 폴리이미드(PI)로 할 지, 초박막유리(UTG)로 갈 지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블룸을 약 200만대, 챔프는 약 400만대, 도합 600만대 정도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연간 3억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 정도에 불과하지만, 4500만대 수준인 하이엔드 제품 판매량에 견주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삼성전자로서는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이 기존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판매량을 잠식하는 현상을 최소화 하는 게 관건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J시리즈' 역시 'M시리즈'로 이름을 바꾸면서 LTPS LCD 채택 비중을 높인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내년에 중저가 스마트폰의 ODM⋅JDM 비중을 크게 늘린다. 현재는 갤럭시 M시리즈로 이름을 바꾼 J시리즈. 대표적인 저가 모델이다. /사진=삼성전자

폴더블을 포함한 하이엔드 시장과는 별개로 중저가 이하 시장에서는 ‘제조자개발생산(ODM)’과 ‘합작개발생산(JDM)’을 적극 활용한다. 이는 LG전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스마트폰의 생산은 물론 개발 과정까지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 윈테크⋅화친 같은 위탁업체 제품에 삼성전자⋅LG전자 브랜드만 붙여 판다.

ODM⋅JDM은 중국에서 생산공장을 철수한 후에도 중국 내 서플라이체인(SCM)을 활용하고, 중저가 제품 개발 인력을 다른 분야로 집중시킬 수 있는 고육지책이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10개 미만이던 갤럭시 시리즈 모델 수(S 제외)는 10개 미만에서 지난해 20~30개까지 늘어났다”며 “더 이상 내부 설계 인력만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② 미국 제재에 방향 잃은 화웨이, 폴더블로 부활할까

 

당초 내년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선두에 등극할 것으로 보였던 화웨이는 미국 행정부 제재 탓에 그 시점을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2억5000만대로 추정되던 연간 판매량이 2억3800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4분기 들어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3분기 이후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에 구글의 GMS(Google Mobile Service)가 탑재되지 못하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GMS는 플레이스토어⋅지메일⋅구글지도 등 북미⋅유럽 소비자들이 자주 쓰는 구글 오리지널 애플리케이션(앱)의 총칭이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 제재에 따라 반도체 부품 자급률을 높이는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GMS 미탑재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했다. 

화웨이 P20. 향후 삼성전자, 애플 외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이 와이옥타 같은 일체형 터치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P20.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 자국 내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사진=화웨이

이 때문에 화웨이는 최근 자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 빠진 판매량을 자국내에서 만회하자는 심산이다. 상반기만 해도 화웨이의 중국 시장 스마트폰 판매량은 분기당 3000만~3500만대 수준이었으나, 3분기에는 4150만대, 4분기에는 40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통해 폼팩터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중 클램쉘 타입 출시는 확정적이고, 갤럭시 폴드 같은 인폴딩 타입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인폴딩 타입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 폴드 처럼 화면이 가로로 열리는 대화면 기기이며, OLED 사이즈는 7.29인치다. 다만 인폴딩 타입 제품은 발표는 내년에 하더라도 출시는 내후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웃폴딩 스마트폰 ‘메이트X’를 내놨던 화웨이가 내년에 인폴딩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메이트X의 화면 내구성 등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③ 애플은 5G에 올인

 

삼성전자⋅화웨이에 비하면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는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터치스크린 일체형 OLED, 일명 와이옥타와 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 등 신기술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도입된다. 

그러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직 서플라이체인 측면에서 움직임은 없다. 일부 소재⋅부품 샘플을 수급해 내구성 등을 테스트하는 정도다. 업계서는 애플이 빨라도 2022년에나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화웨이와 비교하면 최소 3년 이상 시점이 느린 셈이다.

'아이폰11 프로' 시리즈. /사진=애플
'아이폰11 프로' 시리즈. 올해 출시된 아이폰은 5G 이동통신을 지원하지 않는다. /사진=애플

대신 애플은 2020년에 5G 아이폰 출시에 ‘올 인’한다. 애플은 내년에 ‘아이폰12’를 총 4개 모델로 출시할 계획인데, 디스플레이는 모두 플렉서블 OLED다. 화면 크기는 5.4인치, 6.1인치, 6.7인치 등 제각각이다. 주목할 점은 모두 5G 통신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올해까지는 5G 경쟁의 전초전으로 보고 ‘아이폰11 시리즈’에 5G 기능을 넣지 않았다. 실제 삼성전자 등이 5G 스마트폰을 선보였으나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1% 남짓(카운터포인트 인용)에 그쳤다. 

내년은 다르다. 5G 스마트폰 구매를 자극할 대형 이벤트가 즐비하다. 일본 정부는 5G 상용화와 함께 내년 도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다. 일본 내 2위 통신사인 KDDI가 내년 3월 첫 5G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4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승인했다. 지난 2014년 경쟁 제한 부작용을 이유로 불허했던 결정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예상 밖이다. 

FCC는 이번 합병승인 결정과 함께 조건을 내걸었다. 합병회사가 3년 내에 미국인 97%가 5G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네트워크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병한 3⋅4위 사업자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면 1⋅2위 사업자의 투자는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로고. /자료=각사 홈페이지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로고. /자료=각사 홈페이지

애플은 이 같은 외부환경에 올라탈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 내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2억대, 전체 스마트폰 시장(약 13억대)의 15% 안팎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애플의 5G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6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코리아 연구원은 “2025년 5G 스마트폰의 시장 침투율은 67.1%까지 커질 것”이라며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각국 정부가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투자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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