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처리 알고리즘부터 광학 설계, 여기에 부품 개발 역량까지
차량용 라이다는 물론 산업용 라이다로 이송 설비 시장 겨냥

에스오에스랩의 차량용 라이다./에스오에스랩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건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생태계에 있는 주체 중 유일하게 혁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투자금을 쏟아부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에만 쓸만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연재물에서는 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국내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⑤라이다-에스오에스랩(SOSLAB)

‘자율주행 기술’ 하면 라이다(LiDAR)가 빠질 수 없다. 국내에서 ‘라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단연 이 회사가 꼽힌다. 지난해 10월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에스오에스랩(SOSLAB·대표 정지성)이다. 

에스오에스랩은 기술력과 판단력, 그리고 추진력의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올해로 4년차 스타트업이지만 신호 처리 알고리즘과 광학 설계 기술에서 이제는 라이다 속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설계한다. 사업 영역도 자동차에서 산업 자동화 장비, 보안 모니터링으로까지 넓혔다.

 

라이다, 승자만이 살아남았다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의 특성 차이./에스오에스랩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고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 물체의 거리·방향·속도 등을 측정한다. 초음파·카메라·레이더를 포함한 자율주행 4대 센서 중 유일하게 물체의 형상을 3차원(3D)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라이다는 4대 센서 중 최근 몇년 간 가장 많은 투자가 진행됐다. 수십년 전부터 자동차에 적용된 다른 센서와 달리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기 관측, 우주 탐사, 항공 지도 등 특수 영역에서만 활용돼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센서였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만에 백수십여곳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설립됐고, 저마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현재도 라이다 가격은 수백만원대라 여전히 양산 자동차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 중저가 차종에까지 적용되려면 라이다 가격이 250달러(약 30만원) 미만으로 떨어져야 한다.

지난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 기술에 라이다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투자 열기가 다소 사그라들었다. 스타트업들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수십여곳으로 줄었고, 이노비즈·퀴너지 등 제품을 내놓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만 살아남았다.

 

알고리즘·광학설계에 부품까지 

에스오에스랩도 생존 회사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출신 대학원생들이 만든 이 회사는 지금까지 누적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의 첫 번째 강점은 부품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요소 기술을 갖췄다는 것이다. 신호 처리 알고리즘과 광학 설계 기술은 기본이고, 이제는 라이다 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수직캐비티표면광방출레이저(VCSEL)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미러(Mirror)도 직접 설계한다.

 

기계식 스캐닝 라이다(왼쪽)와 플래시 라이다의 차이./Mikroelektronik
기계식 스캐닝 라이다(왼쪽)와 플래시 라이다의 차이./Mikroelektronik

차량용 라이다 기술은 레이저 스캐닝, 플래시로 나뉜다. 플래시 라이다는 마치 무대 위에서 조명을 쏘듯 단일 레이저 빔을 확장해 FoV를 넓힌 기술로, 주로 100m 이내 중·단거리에 활용된다. 레이저 스캐너는 다수의 레이저 및 수신 소자를 이용, 특정 방향에만 신호를 집중시키기 때문에 FoV가 좁은 대신 200m 이내의 장거리 개체를 탐지하는 데 적합하다. 

이 회사가 VCSEL과 MEMS 미러 등 내부 부품을 모두 설계한다는 뜻은, 두 방식의 라이다를 모두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뜻이다. 

최근 개발한 라이다는 장거리용 하이브리드 라이다, 후·측방 근거리용 멀티 빔 플래시 라이다 등 2종이다. 

 

에스오에스랩의 장거리용 하이브리드 라이다./에스오에스랩

하이브리드 라이다는 직육면체 모양의 폴리곤 미러와 MEMS 미러를 활용하는 기계식 라이다다. 단일 단면 발광 레이저(EEL)에서 MEMS 미러에 빛을 쏘면, MEMS 미러에서 폴리곤 미러로 빛이 반사돼 전방으로 향하게 된다. 이 신호가 되돌아와서 다시 폴리곤 미러에 부딪혀 APD(avalanche photo diode) 광원 어레이로 들어가 물체를 3D 형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아우디 A8에 적용된 발레오(Valeo)의 라이다와 비슷한 구조지만 최대 80채널로 성능은 더 우수하다. 신호처리 속도도 벨로다인보다 16배 빠르다. 충격에 취약하고 화각이 좁은 MEMS 미러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2축이 아닌 1축으로 이를 자체 개발했다. 수평각 120º, 수직각 20º, 인식거리 150m로 오는 ‘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공개한다.

후·측방 근거리용 멀티 빔 플래시 라이다는 VCSEL 어레이에서 메타렌즈(META lens)를 통해 빛을 전방에 쏜다. 이미 보급화된 VCSEL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생산성이 좋고, 가격도 자동차 업계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수준이다.

출력을 키워 더 먼거리를 볼 수 있도록 VCSEL를 자체 설계했다. 메타렌즈는 특정 패턴을 새겨 유리처럼 얇게 만든 렌즈로, 빛을 평행으로 쏘면서 동시에 방향을 꺾어주는 역할을 한다. 신호는 2D SPAD(Single-photon avalanche diode) 어레이에서 수신한다.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 조건을 모두 만족하려면 한 가지 방식으로만은 안 된다”며 “장거리를 탐지하는 기계적 스캐닝 라이다와 근거리용 플래시 라이다가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력과 판단력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에스오에스랩은 추진력과 판단력도 갖췄다고 평가된다. 아예 부품 설계에서 시작했다면 모를까, 시스템 업체가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내재화하는 건 중소기업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인력도 45명으로 늘렸다. 이 중 연구개발(R&D) 인력만 30명이다.

또다른 근거는 사업 확장이다. 기존 솔리드스테이트 라이다와 제품군에 추가된 신규 라이다로 산업 로봇, 보안 모니터링, 자동이송차량(AGV) 등으로 발을 넓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간 웨이퍼 천장 이송 설비(OHT) 시스템./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간 웨이퍼 천장 이송 설비(OHT) 시스템./삼성전자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간 웨이퍼 천장 이송 설비(OHT) 시스템에는 주로 후쿠요 등 일본 업체의 2D 라이다 센서가 적용된다. OHT 시스템은 장비에서 다른 장비로 웨이퍼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작은 충격에도 웨이퍼가 손상될 수 있어 장애물을 발견하는 즉시 속도를 천천히 낮춰 최대한 진동 없이 이동을 멈춰야한다. 디스플레이 패널 이송 설비와 AGV도 마찬가지다. 

로봇 팔에는 주로 고가의 3D 뎁스(Depth) 카메라가 적용되는데, 이를 2D 라이다와 카메라 조합으로 바꾸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정밀 조작이 가능하다. 

로드맵도 탄탄하다. 이미 차세대 제품 개발 방향을 정해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차세대 라이다는 하이브리드 라이다에서 한층 더 나아간 제품으로,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다. 사업적으로는 3년 내 기업 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목표로 두고 있다.

정 대표는 “라이다도 자동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라며 “전방의 물체를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 라인의 OHT 시스템이나 로봇 팔은 물론,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앞에 있는 사람의 동작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