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각종 영역에 적용 가능
문제는 원하는 솔루션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 '속도'가 관건

/제공=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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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에게 5세대 이동통신(5G)은 사업 영역을 기업-소비자간(B2C)에서 기업간(B2B)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다.

빠른 속도, 짧은 지연시간, 높은 보안성. 세 가지 특장점이 맞물리면서 5G는 B2C보다 B2B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밝은 전망에 비해 아직 그 어느 하나 가시적인 게 없다. 그렇다면 남은 성공 포인트는 하나다. 얼마나 빠르게 고객의 입맛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느냐다.

 

왜 5G는 B2B에서 주목받는가

1세대부터 4세대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 기술은 일반 소비자를 향해 있었다. 어디서든 전화를 할 수 있고, 달리는 차량에서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예를 들어 제조·자동차 등에서는 굳이 무선 통신 기술을 쓸 이유가 없었다. 속도도 느렸고 지연시간도 길어었다. 보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때문에 현재는 각 산업별로 여러 통신 규격이 혼재돼 쓰이고 있고, 서로 호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통신 기술 업체는 물론 이를 도입해야하는 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거나 운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IT 기술을 들여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필요해졌다.

이에 5G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와 3GPP에서는 5G 표준을 아예 다른 산업에도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5G는 4G보다 최대 전송속도는 20배(이용자 체감 속도 10배) 빠르고 지연시간은 1㎳에 불과하다. 1㎢ 면적에서 100만개의 기기를 지원하며,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네트워크를 가상화해 용도별로 쪼개는 기술)을 통해 보안성도 높였다.

 

쓰임새는 많지만, 아직 쓰이진 않았다

5G를 도입하고자 하는 산업은 다양하다. 스마트팩토리부터 자동차를 포함한 교통,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미디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 막상 5G를 도입한 실적(Reference)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삼성전자아메리카는 AT&T와 손잡고 5G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면 어떤 사용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선보인 바 있다. 사진은 그 사례 중 하나였던 가상현실(VR) 기반 교육 시스템./삼성전자

스마트팩토리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제조 현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로 생산성 및 효율성을 높이는 제조 시설을 뜻한다. 전제조건 자체가 자동화인데, 여기까지 온 산업은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를 자동화했다고 해도 선뜻 5G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계열사·관계사와 함께 자체 플랫폼을 개발, 적용했다. 자체 클라우드로 연결되는 유선망이 이미 구축돼있다는 얘기다.

교통 인프라에 5G가 적용되는 것도 당장은 어렵다. V2X에 대한 5G 표준이 마무리된 것도 아니며, 칩셋(Chipset) 공급 업체도 퀄컴과 NXP반도체 뿐이라 당장 시장이 만들어지긴 무리다.

 

기업-정부간(B2G) 사업에 가까운 스마트시티의 경우 정부의 의지에 따라 도입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통신 3사가 각각 지방 정부의 스마트 시티 실증 사업에 5G를 지원하고 있다.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느냐

통신사업자들도 쉽게 서비스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업체가 어떤 솔루션을 도입할지도 보이지 않는데다, 산업·고객사별로 원하는 바가 달라 일일이 맞춤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둘 수 있는 패는 속도 뿐이다. 고객사가 누구든, 어떤 솔루션을 원하든 이를 가장 먼저 개발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망을 깔고 나면 끝인 B2C 인프라와 달리 B2B는 통신사업자와 시스템통합(SI) 업체, 부품 협력사가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야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사업자지만, 고객사에 서버와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SI 업체다. 그리고 SI 업체들이 만드는 인프라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은 협력사가 납품한다. 

장비에 수십, 수백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각각을 개별 회사로부터 공급받게 된다면 시스템 개발 및 제조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아나로그디바이스와 손잡은 5G 장비 업계

스프린트에 납품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5G MIMO 시스템./삼성전자
스프린트에 납품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5G MIMO 시스템./삼성전자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게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다. 지난해, 5G를 어느 국가에서 먼저 상용화하느냐를 두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게 삼성전자다.

지난해 6월 주파수 경매가 치뤄진 지 불과 넉달 후 정부는 12월 1일 5G를 상용화할 것이라는 당찬 계획을 발표했다. 주어진 개발 기간이 3개월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당시만 해도 5G 인프라 장비 개발 기간은 빨라야 6개월이었다. 

삼성전자는 4G LTE 부품 협력사였던 아나로그디바이스(ADI)와 다시 손을 잡았다. ADI는 무선통신(RF) 부품 업체들 중 가장 폭넓은 제품군을 갖고 있었고, 4G 개발 당시에도 24시간 일주일 내내 기술 지원을 해줬다.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ADI는 5G 표준보다도 먼저 샘플을 개발하고, 자체 평가도 하기 전에 삼성으로 이를 넘겨줬다. 부품에 문제가 있으면 아예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었지만, 사전 검증과 테스트로 이를 완화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불과 석달만에 5G 셀 및 기지국을 개발해낼 수 있었다.

ADI와 손을 잡은 건 SI 업체만이 아니다. 통신 인프라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요소는 테스트·계측이다. 테스트·계측 장비는 인프라 장비보다 빨리 개발돼야하며, 인프라 장비를 검증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야 한다.

기존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지만, 이전보다 크게 높은 밀리미터파를 활용하고 대역폭도 넓어진만큼 이들도 아예 제품을 다시 개발해야했다. 

통신 계측 시장 1위 업체 키사이트테크놀로지와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로데슈바르즈(Rohde&Schwarz)는 ADI의 솔루션을 택했다. ADI가 제품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만큼 이들에게 ADI는 단순히 부품 공급 업체가 아닌 '파트너'였다.

로데슈바르즈는 ADI의 광대역 고속 변환기 및 RF 제품을 채택했다. ADI는 4㎓ 이상의 대역폭을 지원하는 차세대 광대역 계측을 위한 가장 광범위한 제품군을 갖고 있었다. 특히 고속 변환기는 고객사가 필요에 따라 성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모듈식 확장형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NI의 2세대 RF 벡터신호트랜시버(VST)에는 ADI의 부품이 100개가 넘게 들어갔다. 양사는 시스템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 NI의 장비 아키텍처에 맞게 부품을 통합하고 중복 부품 및 커넥터 등을 없애면서 크기를 크게 줄였다.

토니 몬탈보(Tony Montalvo) ADI 펠로우(Fellow)는 “미래 고객 및 시장의 니즈를 예측한다는 것은 항상 실패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ADI는 어느 정도 탄력적으로 설계를 진행한다”며 “ 시스템 수준의 취약점을 이해하고 있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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