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플래그십 모델 잠식 비율이 관건
'클램쉘' 보다는 '북오픈' 타입이 OLED 수요에는 유리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라인 투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갤럭시폴드가 전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인데다 화면이 커 OLED 면적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한 최고가 스마트폰 라인업이라는 점에서 갤럭시폴드의 수요는 ‘갤럭시S’ 시리즈나 ‘갤럭시노트’ 시리즈 시장을 일정부분 잠식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갤럭시폴드 출시에도 불구, 실제 OLED 수요 증대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대 논리로 제시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SDC)에서 아래위로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컨셉트(오른쪽)를 공개했다. 왼쪽은 기존 '갤럭시폴드'와 같은 '북 오픈' 타입.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SDC)에서 아래위로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컨셉트(오른쪽)를 공개했다. 왼쪽은 기존 '갤럭시폴드'와 같은 '북 오픈' 타입. /사진=삼성전자

갤럭시폴드 600만대→6세대 원장 6만6000장 필요

 

폴더블 스마트폰이 OLED 수요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 면적 때문이다. 

갤럭시폴드의 OLED 대각선 길이는 약 7.3인치(185.1㎜)다. 이를 4대 3 화면 크기로 환산하면 가로 111㎜, 세로 148㎜다. 6세대 OLED 원판 크기는 가로 1500㎜, 세로 1850㎜. 산술적인 면적만 놓고 볼 때, 6세대 원장 하나에 갤럭시폴드용 OLED 150여개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패널 사이와 사이 간격을 조금씩 띄어야 하고, 기판을 잡는 기계손인 ‘척(Chuck)’이 물리는 면적에는 패널을 생산할 수 없다. OLED 증착 공정은 6세대 원판을 반으로 잘라서 진행하기 때문에 기판이 잘리는 부분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6세대 원장 하나에 120여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여기에 수율을 70%로 가정하면 80~90개 정도의 갤럭시폴드 패널이 6세대 원장 1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삼성전자가 내년 목표로 하고 있는 600만대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전량 이 크기로 만들면 총 몇장의 6세대 원장이 필요할까. 수율 70%를 가정해 1장당 90개의 패널이 생산된다고 보면, 총 6만6000장 정도가 필요하다. 

6세대 OLED 원장에서 갤럭시폴드 패널을 면취하는 예시. 산술적으로는 150여장 면취가 가능하나 수율까지 감안하면 약 90개 정도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KIPOST
6세대 OLED 원장에서 갤럭시폴드 패널을 면취하는 예시. 산술적으로는 150여장 면취가 가능하나 수율까지 감안하면 약 90개 정도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KIPOST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터치 일체형 플렉서블 OLED(와이옥타) 1개 라인은 월 1만5000장 정도의 기판이 투입된다. 6만6000장은 1개 라인의 넉달여 물량, 2개 라인의 두달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폴드향 패널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그리고 중국향 패널들도 생산한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삼성전자⋅화웨이향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6세대 원장은 월 4만2000장 정도다. 갤럭시폴드용 패널을 한 개 라인에서 생산하면 월 5만7000장, 두 개 라인에서 생산하면 총 7만2000장의 생산능력이 필요한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삼성전자향 6세대 OLED 생산능력이 월 6만장 정도이나, A2 라인에도 5.5세대(1300㎜ X 1500㎜) 플렉서블 OLED 라인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소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앞서 계산한 패널 생산량은 각 모델이 출시되는 시점의 최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각 모델마다 생산량이 피크를 찍는 시점은 다르다. 

폴더블을 제외한 스마트폰용 6세대 OLED 원장 수요. /자료=대신증권
폴더블을 제외한 스마트폰용 6세대 OLED 원장 수요. /자료=대신증권

갤럭시폴드, 플래그십 수요 얼마나 잠식하느냐가 관건

 

이상의 계산만 놓고 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는 아니라도 내년 초,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 증대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후년(2021년)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서면, 아무리 생산을 효율화 해도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능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플렉서블 OLED 라인은 장비 발주부터 양산까지 통상 1년 반(반입 1년 + 안정화 6개월)이 걸린다. 2021년에 쓸 물량을 위해 2020년 초에 장비 발주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1개 라인당 2조원, 2개 라인이면 4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전제가 있다. 갤럭시폴드의 판매량이 기존 플래그십 모델들 판매량을 많이 잠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갤럭시폴드가 전에 없던 카테고리 제품이기는 하지만, 같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갤럭시폴드를 구입한 소비자가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추가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올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판매량은 3500만대 가량, 갤럭시노트 시리즈 판매량은 1000만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내년에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를 600만대 판매한다면 갤럭시S⋅노트 판매량은 일정 부분 잠식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삼성전자⋅화웨이향 패널 소모량으로 가정한 월 4만2000장의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의 수요는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를 일정부분 잠식할 수 밖에 없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의 수요는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를 일정부분 잠식할 수 밖에 없다. /사진=삼성전자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 두 번째 버전으로 준비하고 있는 제품이 아래위로 접히는 ‘클램쉘(Clamshell)’ 타입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존 스마트폰에 콤팩트함(간편함)을 강조한 모델로, 화면 크기(6.7인치)만 놓고 보면 종전 스마트폰들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가 ‘북 오픈(Book open)’ 타입의 갤럭시폴드와 클램쉘 타입의 차기 모델의 믹스(비율)를 어떻게 가져갈 건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북 오픈 타입이 늘수록 OLED 수요에는 이롭겠지만, 클램쉘 타입 판매량이 커진다면 OLED 수요량 증가치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수도 있다.

홍주식 IHS마킷 이사는 “일부 기존 시리즈 판매량에 대한 잠식이 있을지라도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 증대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 전체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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