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복합소재-일진머티리얼즈, 오너십 분리된 별개 회사
허정석 부회장-허재명 사장, 미래차 시장 놓고 윈윈 가능할까

중견 그룹사인 일진그룹이 2세 경영 개막과 함께 미래차 산업을 향해 직진하고 있다. 허정석 부회장은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용 고압탱크 사업을, 허재명 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용 동박 산업을 핵심 성장 엔진으로 장착했다. 

수소차⋅전기차가 상호 대체 성향이 강하고, 일진홀딩스⋅일진머티리얼즈가 사실상 별개 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형제간 사업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 넥쏘. 일진복합소재는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탱크를 독점 공급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넥쏘. 일진복합소재는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탱크를 독점 공급했다. /사진=현대차

일진홀딩스, 수소차에서 신성장동력 찾는다

 

일진복합소재(일진다이아 자회사)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양산을 시작한 수소차 넥쏘(Nexo)의 핵심인 고압 수소탱크를 독점 공급했다. 수소연료탱크는 세계적으로 일본 도요타, 노르웨이 헥사곤을 포함해 총 3개 회사만이 양산할 수 있을정도로 만들기가 까다롭다. 

수소탱크는 수소차 안에서 기체수소를 고압 압축해 보관하는 용기다. 수소차 동력원인 수소를 보관한다는 점에서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견된다. 

수소탱크는 재질에 따라 4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일반 금속만을 이용해 제작한 ‘타입1’부터 금속재를 배재해 가볍고 강도가 큰 ‘타입4’까지 양산에 적용된다.

일진복합소재가 넥쏘용으로 공급한 수소탱크는 금속재를 사용하지 않은 타입4다. 내부는 가벼운 탄소섬유로 제작하고, 외부는 유리섬유로 형태를 잡아준 제품이다. 여기에 양쪽 끝은 난연재를 도포해 혹시 모를 화재 사고에 대비했다. 

넥쏘 하부의 수소탱크. 차 한대 당 3개의 수소탱크가 장착된다. 수소탱크 3개의 단가는 5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사진=안석현 기자
넥쏘 하부의 수소탱크. 차 한대 당 3개의 수소탱크가 장착된다. 수소탱크 3개의 단가는 5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사진=안석현 기자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핵심이듯, 수소차에서는 수소탱크가 항속거리 등을 좌우한다. 넥쏘에는 총 3개의 수소탱크가 실려있으며, 가득 채울 경우 최장 560km를 운행할 수 있다. 총 5000회까지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데, 실제 주행환경에서 10~15년 이상 운행해도 문제가 없다.

수소탱크가 수소차의 핵심인 만큼 원가비중도 크다. 일진복합소재가 현대차에 공급한 수소탱크 가격은 3개를 합쳐 5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넥쏘의 국내판매 가격이 7000만원(보조금 미적용)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 가격의 7%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 수소차 생산능력을 13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의 수소탱크 가격으로 환산하면 65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향후 생산량 확대에 따른 단가 인하폭을 감안한다고 해도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잠재적 시장이 열린다. 일진복합소재는 1대당 6개의 수소탱크가 장착되는 현대차 수소버스에도 수소탱크 공급사로 지정됐다. 향후 수소차 산업 성장에 따라 가장 매출 증대효과가 클 업체로 보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의 FCEV2030 비전에 따르면 오는 2030년 현대차의 수소차 생산능력은 연간 50만대에 달한다”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일진복합소재가 그룹 핵심 계열사로 등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압탱크 종류. 타입4가 가볍고 튼튼한 복합소재로 제작된다. 넥쏘에도 타입4의 수소탱크가 적용됐다. /자료=NH투자증권
고압탱크 종류. 타입4가 가볍고 튼튼한 복합소재로 제작된다. 넥쏘에도 타입4의 수소탱크가 적용됐다. /자료=NH투자증권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사업 만개

 

일진복합소재의 수소탱크가 지난해 급부상한 품목이라면, 일진머티리얼즈의 배터리용 동박 사업은 조금 앞선 2016년 이후 만개했다. 동박은 2차전지 음극활물질을 코팅해 음극을 구성하는 기판이다. 음극박을 얇게 만들수록 음극활물질을 많이 코팅할 수 있고, 전기차 항속거리도 늘어나기 때문에 동박은 2차전지 핵심소재로 꼽힌다. 

특히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뚜렷한 알루미늄박(양극박) 대비, 동박은 기술 수준에 따라 4마이크로미터(μm)까지 얇게 만들 수 있다. 그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일진머티리얼즈 국내 공장에서 연 1만5000톤 규모로 동박을 생산하다가 지난해 말레이시아 공정에 1만톤 규모의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은 내년에 3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 동박 생산량은 연 4만5000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차전지용 동박. /사진=일진머티리얼즈
2차전지용 동박.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상반기 매출 2731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2351억원, 영업이익 217억원 대비 각각 16.1%, 34.5%씩 증가했다. 국내보다 인건비에서 유리한 말레이시아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서 매출 대비 영업이익 증가폭이 더 컸다. 동박 제조비에서 인건비가 추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추정된다.

 

두 형제는 동시에 웃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두 신성장동력사업을 이끌고 있는 일진복합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가 같은 간판을 달고 있을지언정, 오너십은 완전히 분리된 회사라는 점이다. 

2010년 전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 일진그룹은 주력인 일진홀딩스⋅전기⋅다이아⋅복합소재 등을 장남인 허정석 부회장에게 몰아줬다. 대신 차남에게는 일진머티리얼즈를 물려줬다. 현재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는 허재명 사장으로,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다.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왼쪽)과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 /사진=일진그룹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왼쪽)과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 /사진=일진그룹

형인 허정석 부회장이나 지주사 일진홀딩스는 일진머티리얼즈에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일진이라는 동일한 간판을 달고 있으나, 일진머티리얼즈는 허재명 사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두 형제가 수소차와 전기차라는, 경쟁관계인 시장에서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둘 다 성장 잠재력이 높기는 하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우선 수소차의 경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만이 보급정책을 펴고 있을 만큼 시장이 한정적이다. 

따라서 일진복합소재의 수소탱크 매출은 현대차의 수소차 생산 전략과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거나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이 수정되면 당장 수소탱크를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다. 

수소차나 전기차 모두 대규모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미 시장이 전기차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도 수소차 진영에 부담이다. 전기차 충전소가 늘수록 전기차 사용이 편리해지고, 이는 다시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승자승’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일진그룹 지배구조(2019년 2분기 기준). 같은 일진그룹 아래 있지만 일진머티리얼즈는 허재명 사장이 지분 53%를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자료=일진그룹
일진그룹 지배구조(2019년 2분기 기준). 같은 일진그룹 아래 있지만 일진머티리얼즈는 허재명 사장이 지분 53%를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자료=일진그룹

일진머티리얼즈의 배터리용 동박 사업은 성장성은 밝으나 그 만큼 경쟁업체도 많다. 국내만도 SKC가 인수한 KCFT와 두산솔루스가 3파전을 형성했다. 여기에 일본 후루카와⋅닛폰덴카이, 대만 창춘그룹, 중국에도 2개의 동박 회사가 포진해 있다. 이들 업체들이 제각각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한 동박업체 대표는 “아직까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도 “향후 시장 성장세가 꺾였을 때 경쟁 양상이 치열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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