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만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샘플 가격↑
"가격 무기로 중국 시장부터 공략"
이미 공급과잉...기업간 옥석 가려질 것

국내서 가장 늦게 투명 폴리이미드(PI) 투자를 천명한 SK이노베이션이 중국서 저가 공세에 나섰다. 이미 양산 채비를 갖춘 코오롱인더스트리, 그룹내에서 먼저 투자에 나선 SKC와 경쟁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갤럭시 폴드’의 선풍적인 인기에 고무된 삼성전자가 내년 이후 공격적으로 생산목표를 잡고 있으나, 투명 PI 생산능력은 이를 훨씬 상회한 탓에 향후 치열한 경합도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투명 PI.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투명 PI.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코오롱 절반 가격에 공급 가능”

 

SK이노베이션의 투명 PI 생산라인은 충청북도 증평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공장 내 부지에 마련됐다. 지난해 연말 투자 발표 후 올해 초 파일럿 라인을 완성했으며, 연말 안에 연 30만㎡ 생산능력의 양산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7~10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1000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양(수율 미적용)이다.

올해 초 파일럿 라인 가동을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의 첫 공략지는 중국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일본 스미토모화학을 투명 PI 제 1공급사로 낙점했다는 점에서 아직 무주공산인 중국 시장부터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SKC⋅SK이노베이션, 소위 ‘투명 PI 3사’ 중 가장 늦게 투자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의 최우선 무기는 가격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파일럿 라인에서 생산된 시제품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쟁사 대비 현금 동원능력도 가장 큰 만큼, 우선 낮은 가격으로 조기에 시장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투명 PI 생산업체 개황. /자료=유안타증권
투명 PI 생산업체 개황. /자료=유안타증권

지금처럼 폴더블 스마트폰이 양산되기 전까지 투명 PI의 샘플 가격은 1㎡ 당 50만~60만원선이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에 쓰이는 노란색 유색 PI 가격이 1㎡ 당 10만원선인것과 비교하면 5~6배 비싼 편이다.

최근 이 투명 PI 샘플 가격 추이에는 두 번의 큰 변곡점이 있었다. SKC⋅SK이노베이션 등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시장에 참여하면서 가격이 한번 꺾였다가,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샘플 가격은 오히려 크게 오르고 있다. 투명 PI 공급사가 늘 것처럼 보이면서 가격이 내렸으나, 막상 샘플 제품이 제대로 시장에 출하되지 않으면서 선두 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입지가 높아진 것이다.

한 소재 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 가격은 1㎡에 100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며 “유일하게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17년 말 투명 PI 양산 채비를 갖추면서 비교적 빨리 양산 수업료를 치렀다. 덕분에 화웨이가 올해 초 선보인 아웃폴딩 스마트폰 ‘메이트X’용 투명 PI 공급사로 지정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한 투명 PI에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의 하드코팅이 올라간 제품이다. 화웨이는 BOE가 생산한 폴더블 OLED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를 적용해 메이트X를 생산하고 있다.

메이트X는 올해 초 공개 후 수 차례 정식 판매가 미뤄졌다. 화웨이는 다음달 15일 메이트X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저가 공세 불가피...곧 옥석 가려질 것”

 

스미토모화학이 삼성디스플레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BOE를 고객사로 잡은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이 가격을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룹 내 계열사인 SKC는 물론, 두산솔루스⋅LG화학까지 시장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투명 PI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의 아웃폴딩 스마트폰 '메이트X'.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가 적용됐다. /사진=화웨이
화웨이의 아웃폴딩 스마트폰 '메이트X'.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가 적용됐다. /사진=화웨이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의 투명 PI 양산 능력만 각각 연산 100만㎡ 규모다. 이는 7~10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기준으로 연간 3000만대씩, 도합 60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대만 타이마이드에서 베이스필름을 사서 하드코팅만 하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생산능력은 별도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판매할 폴더블 스마트폰 목표치를 600만대 이상까지 늘려 잡기는 했으나, 투명 PI 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 과잉 체제인 셈이다. 화웨이가 메이트X를 100만대 정도 판매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공급이 수요 대비 10배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 PI는 양산 투자를 했다고 해서 물량이 원활하게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후발 주자들은 양산 안정화라는 숙제와 공급과잉이라는 위험에 동시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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