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갈만(Stefan Gallmann) 힐셔 영업 수석 부사장(VP) 인터뷰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 출범… 혼재된 OT 통신 표준화

스마트팩토리, 4차 산업혁명, 디지털화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이전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 활용한다는 점이다. 데이터 처리도 처리지만, 더 중요한 건 통신 기술이다.

데이터가 자동차라면 통신기술은 도로다. 자동차의 크기가 커지고 차량 대수가 늘어나면 도로 또한 바뀌어야한다. 지금까지 산업용 통신 기술은 1차선 도로, 골목길, 8차선 도로 등이 혼재돼있었다. 딱히 표준화된 기술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제 이 시장에서도 표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각 표준 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가 손을 잡았고, 여기에 정보기술(IT)와 제조운영기술(OT) 간을 묶어줄 수 있는 새로운 표준도 등장했다.

22일 스테판 갈만(Stefan Gallmann) 힐셔 영업 수석 부사장(VP)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OT 통신 기술 표준화 나선 업계

스테판 갈만(Stefan Gallmann) 힐셔 영업 수석 부사장(VP)이 KIPOST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힐셔

힐셔는 산업용 통신 기술 전문 업체다. 전용 반도체(ASIC)부터 모듈, 시스템까지 산업용 통신 관련 솔루션을 수직적으로 모두 제공해 다양한 업계 당사자들을 만날 수 있다. 산업용 통신 기술의 변화가 극심한 지금 힐셔가 보는 미래가 중요한 이유다. 

사실 OT 통신 기술 업계는 표준 없이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솔루션을 팔았다.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들만 조금 골머리를 썩었을 뿐이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의 개념이 도입되고, IT와 OT 사이는 물론 단말간 실시간 상호작용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자동화를 거의 끝낸 반도체·자동차를 포함, 모든 산업군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다. 해마다 높아지는 인건비, 들쭉날쭉한 생산성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판 수석 부사장은 “각 산업의 혁신 사이클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 적재적소에 활용하길 원하는 건 모두 같다”며 “하지만 이같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받아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힐셔를 포함한 OS 통신 기술 및 모듈 업체들은 지난 7월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Open Industry 4.0 Alliance)를 세웠다.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에서는
지난 7월 출범한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는 OT 통신 기술의 표준화와 IT 통신 기술과의 호환성 확보를 목적으로 세워진 단체다./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 홈페이지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에서는 단말에 적용되는 이더캣(EtherCAT), 이더넷/IP(Ethernet/IP), 프로피넷(ProfiNET) 등의 실시간 이더넷 기술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 이 기술들은 현재 서로 호환이 안된다. 단말들에 서로 다른 기술이 적용되면 게이트웨이(Gateway)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해 ‘실시간’이 될 수가 없다.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에서는 나아가 이더넷 기술의 통합(표준화)과 인증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스테판 수석 부사장은 “현재 OT 기술 표준화를 목적으로 세워진 단체는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 뿐”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스마트팩토리에 가장 관심이 많은 자동차 업계도 참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급한 불부터 끈다… ‘상호운용성’ 확보가 먼저

이들이 아무런 기술적 공통점도 없이 표준화를 꿈꾸는 건 아니다. IEEE 802.1 워킹그룹이 시간민감네트워킹(TSN·Time Sensitive Networking)의 표준화를 거의 마무리했다. 

 

IEEE 802.1 워킹그룹이 만들고 있는 TSN은 서로 다른 실시간 이더넷 기술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술이다./힐셔

TSN은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OT 통신 기술과 IT 통신 기술, 여러 실시간 이더넷 기술을 종횡으로 묶은 다음 정보 처리 순서를 정하고, 전체 망을 구성해 동기화를 지원하는 차세대 실시간 이더넷 표준이다. 하지만 이 표준을 어떻게 구현할 지는 각 사마다 또 다르다. TSN을 지원하는 각 기기가 서로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가 겨냥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TSN의 표준화에 기여하는 프로파일 및 성능 사양을 정의하고 있는 IEEE와 IEC의 공동 워킹 그룹 IEEE/IEC60802과도 협력 중이다.

스테판 수석 부사장은 “오픈 얼라리언스는 이외에도 이커머스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사물인터넷(IoT) 인터넷 프로토콜 ‘MQTT’를 자동화에 적용할 수 있게 하거나,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표준 ‘OPA UA’를 클라우드에 접목할 수 있게 하는 등 전체 표준들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힐셔 또한 상호운용성을 위주로 제품군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센서에서 클라우드까지 통합한 산업 통신 솔루션 ‘넷필드(netFIELD)’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솔루션은 네트워크 컨트롤러 ‘netX’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장치 및 시스템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엣지포털’로 구성된다.

‘넷필드’의 가장 큰 특징도 센서에서 클라우드까지, OT와 IT를 연결한다는 점이다. 표준화가 아직 끝나지 않은 TSN 기술이 적용된 건 아니지만, 게이트웨이 하나가 다양한 실시간 이더넷 프로토콜을 지원한다. 게이트웨이 수준에서 엣지 컴퓨팅을 지원하기 때문에 굳이 하위 단말에서 상위 생산관리시스템(MES)까지 데이터가 갈 필요가 없다.

 

그 다음은? 

하지만 미래 산업 통신 기술을 묻는 질문에 스테판 부사장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기술이 워낙 시시때때로 변하고 아직 TSN도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TSN 기술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조차 말단 센서에까지 TSN을 넣어야하는 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스테판 갈만 힐셔 수석부사장이 인터뷰에서 통합 산업 통신 솔루션 ‘넷필드(netFIELD)’ 제품군 중 하나인 엣지 컴퓨팅 레퍼런스 보드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KIPOST
스테판 갈만 힐셔 수석부사장이 인터뷰에서 통합 산업 통신 솔루션 ‘넷필드(netFIELD)’ 제품군 중 하나인 엣지 컴퓨팅 레퍼런스 보드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KIPOST

다만 힐셔는 산업 통신 솔루션에서 엣지 컴퓨팅 업체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엣지 컴퓨팅으로는 HPC 업계와 협력 중이다. HPC 업계가 힐셔의 통신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를 통합, 엣지 컴퓨팅 시스템을 설계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HPC는 엣지 컴퓨팅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시티 시스템은 도시에 있는 모든 신호등과 가로등 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받아 처리해야한다. 하지만 처리해야하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날수록 중앙 시스템의 부하는 커지고, 이를 감당하려면 어마어마한 총소유비용(TCO)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 부담을 줄여주는 게 엣지 컴퓨팅이다.

그는 “지금 힐셔의 핵심 솔루션은 ‘게이트웨이’지만, 미래에는 ‘엣지 컴퓨팅’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성능컴퓨팅(HPC) 업계와도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힐셔에게 엣지 컴퓨팅은 성장을 위한 아주 중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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