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FiRa 컨소시엄 공동 설립
애플은 '아이비콘'처럼 독자 생태계 구축할 듯

지난 8월 삼성전자는 아사아블로이그룹⋅NXP반도체⋅보쉬와 함께 초광대역(UWB) 위치추적 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FiRa 컨소시엄’을 공동 설립했다. FiRa 컨소시엄은 회원사들과 함께 UWB 칩셋과 디바이스, 서비스 인프라가 서로 호환될 수 있도록 표준과 인증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컨소시엄 의장은 삼성전자 찰리 장 상무가 맡는다. 

현재 FiRa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향후 UWB 기술이 어느 분야에 활용될 지 가늠할 수 있다.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 홈팟. 향후 U1 칩 탑재를 통해 UWB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진=애플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 홈팟. 향후 U1 칩 탑재를 통해 UWB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진=애플

공동 생태계 조성 나선 삼성전자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이 UWB 기술에 대응하는 모습은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생태계를 육성해온 양상과 비슷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오픈해 폭 넓은 생태계를 조성한 반면, 애플은 iOS의 문을 걸어 잠그고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는 FiRa 컨소시엄 구성으로 최대한 많은 이해당사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애플은 자체 특허를 통해 iOS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설립한 FiRa 컨소시엄에는 창립회원 외에도 소니, 현대자동차, 전장업체인 HUF, 통신장비 업체 라이트포인트(Litepoint), 분실방지 시스템 업체 타일 등도 참여한다. 테스트랩 회원사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도 이름을 올렸다.

UWB가 센티미터 단위의 위치추적이 가능한 만큼, 이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컨소시엄 회원사를 통해 개발될 전망이다. 

FiRa 컨소시엄 회원사. /자료=FiRa
FiRa 컨소시엄 회원사. /자료=FiRa

반도체 업체 중 UWB 칩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벌여온 NXP는 자동차 안에 UWB 기술을 우선 적용하기 위해 일찌감치 협업에 나섰다. 자동차 키에 UWB 칩을 탑재하면, 운전자가 자동차 뒤로 걸어가는 것을 추적해 트렁크를 자동으로 열어줄 수 있다. 또 UWB의 보안성을 활용해 차량 도난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실제 NXP는 독일 폴크스바겐과 이 같은 기능이 탑재된 컨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타일은 소형 분실방지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다. 작은 열쇠고리처럼 생긴 단말기를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단말기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다. 단말기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지갑이나 열쇠, 가방고리 등에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단말기와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알람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설정할 수 있다. 모두 UWB의 정밀 거리측정 성능 덕분에 가능한 기능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FiRa 컨소시엄은 지속적으로 회원사를 모집하고 있다”며 “UWB 생태계에 참여하고 싶은 어떤 기업이나 단체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타일이 만든 분실방지 단말기. /사진=타일
타일이 만든 분실방지 단말기. /사진=타일

애플, 애플홈 단말기 업체들과 독자 생태계 만들듯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의 UWB 사업 전략은 베일에 쌓여 있다. 애플은 U1 칩을 통해 UWB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만 밝힌 상태로, 아직 어떤 회사들과의 협업을 이어나갈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애플의 향후 행보는 애플이 또 다른 실내 측위기술 ‘아이비콘’ 생태계를 구축했던 점을 참고할 수 있다. 아이비콘은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기반으로 한 ‘비콘’의 애플 전용 버전이다. 원래 비콘 생태계는 모든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사용자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신 기술이다. 애플은 여기에 ‘아이(i)’를 덧붙여 자신들만의 독립 생태계를 만들었다. 

애플 '아이비콘' 로고. 애플은 비콘 생태계를 독자적인 아이비콘 브랜드를 통해 구축했다. UWB 역시 U1칩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애플
애플 '아이비콘' 로고. 애플은 비콘 생태계를 독자적인 아이비콘 브랜드를 통해 구축했다. UWB 역시 U1칩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애플

애플은 자신들이 인증한 블루투스 모듈로 개발한 비콘 제품에 한해 아이비콘 생태계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동일한 BLE를 기반으로 한 IoT 기기라도, 애플 인증을 거치지 않았다면 아이폰과의 연동이 불가능한 방식이다. 

애플은 UWB 생태계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애플의 홈 액세서리 브랜드인 ‘애플 홈’ 기기들에 U1 칩을 탑재하고, 아이폰과 연동시키는 것이다. 

현재 애플 홈 기능을 지원하는 TV⋅스피커⋅조명⋅에어컨 등을 구입하면 아이폰을 이용해 이들 기기를 원격제어할 수 있다. 향후 U1 칩이 탑재된 애플 홈 기기들은 굳이 아이폰 화면을 켜고 직접 제어하지 않아도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 조명을 밝히고,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게 된다. 애플로서는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기기에 한해 인증을 줌으로써 검증된 UWB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고, IoT 산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충성도 높은 아이폰 소비자들을 구심점으로, UWB 생태계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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