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하 주파수 대역만 지원… 한국·중국 등 일부 시장 겨냥
경쟁사 미디어텍보다 5G 느려… "통합칩 빨리 출시하느라"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통합한 시스템온칩(SoC)을 내놨다. 

연내 양산할 계획으로, 퀄컴·미디어텍·하이실리콘 등과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5G 주파수 대역을 6㎓ 이하만 지원, 밀리미터파(㎜WAVE) 대역을 쓰지 않는 일부 국가에서나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반쪽짜리 5G ‘엑시노스(Exynos) 980’

 

5G 통신 모뎀과 고성능 AP를 통합한 5G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Exynos) 980'./삼성전자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는 5G 통신 모뎀과 고성능 AP를 통합한 5G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Exynos) 980'을 공개했다고 4일 밝혔다.

'엑시노스 980'은 삼성전자의 첫 번째 5G 통합 시스템온칩(SoC)으로 8나노 핀펫(FinFET) 공정에서 생산된다. 

이 제품은 2G부터 5G까지의 이동통신 규격을 지원하는데, 5G는 6㎓ 이하 주파수 대역만 쓸 수 있다. 사실상 반쪽짜리 5G 칩이라는 얘기다.

3GPP 5G 뉴라디오(NR) 규격(Rel. 15)에 따르면 5G는 6㎓ 이하 주파수 대역과 24㎓ 이상 밀리미터파(㎜WAVE) 대역을 활용한다.

특히 밀리미터파는 지연시간을 줄이고 데이터 전송량을 늘릴 수 있는 핵심 대역으로 꼽힌다. 통신사들이 도로처럼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6㎓ 이하 주파수 대역을, 강남 한복판처럼 사람이 가득한 곳에서는 밀리미터파(㎜WAVE) 대역을 활용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 이하 주파수 대역은 기존 4G에서 써오던 주파수 대역과 특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현재 5G로 6㎓ 이하 주파수 대역과 밀리미터파가 모두 상용화된 곳은 미국을 포함한 북미·일본이다. 6㎓ 이하 주파수만 상용화한 한국·유럽에서는 늦어도 내년 밀리미터파를 상용화한다. 중국은 2022년 밀리미터파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금 당장은 6㎓ 이하 주파수 대역이 메인이지만, 내년이 지나면 밀리미터파가 주인공이 된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80’이 그 어떤 경쟁사들보다 빨리 나온다고 해도, 5G 밀리미터파를 지원하지 않으니 고객사에서 이를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밀리미터파 상용화 시점이 늦은 중국도 미디어텍이라는 시장 강자가 버티고 있다.

 

재원 뜯어보니… 경쟁사보다 밀려

일단 이 제품의 경쟁사는 미디어텍이다. 

모바일 AP 시장 1위 업체 퀄컴은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AP와 모뎀을 일찍이 내놓은 만큼 통합칩 또한 밀리미터파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퀄컴의 통합 칩은 삼성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며 역시 연내 양산을 시작해 내년 초 출시된다. 

‘엑시노스 980’은 내년 상반기 중상급형 스마트폰 모델을 노린 제품으로, 급으로 따지자면 ‘엑시노스 7 시리즈’에 가깝다. 플래그십 모델용인 ‘엑시노스 9’ 시리즈와 달리 맞춤형 코어(Customized CPU)도 들어가있지 않고, 공정도 최신 공정이 아닌 8나노를 쓴다.

 

미디어텍 5G SoC 제품 설명./미디어텍
미디어텍 5G SoC 제품 설명./미디어텍
삼성 엑시노스 980 재원./삼성전자, KIPOST 정리
삼성 엑시노스 980 재원./삼성전자, KIPOST 정리

즉 엑시노스980의 경쟁사는 퀄컴이 아닌 미디어텍이다. 미디어텍은 지난 5월 AP에 5G 모뎀을 넣은 ‘5G SoC’를 선보였는데 역시 내년 출시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6㎓ 이하 주파수 대역만 지원하지만,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밀리미터파까지 지원하는 솔루션은 내년 출시할 전망이다. 

미디어텍에 따르면 ‘5G SoC’는 6㎓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 다운로드 기준 최대 4.7Gbps 속도를 낸다. 반면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80’은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다운로드 시 최대 2.55Gbps 속도밖에 구현하지 못한다.

4G와 5G를 동시 활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EN-DC(E-UTRA-NR Dual Connectivity) 기능은 두 제품 모두 들어가있다.

코어 성능도 미디어텍이 앞선다. CPU 코어는 두 제품 모두 고성능 코어로 Arm의 코어텍스(Cortex)-A77을 썼다. 미디어텍은 하위 코어를 공개하지 않았고, 삼성은 코어텍스-A55를 활용해 헥사코어를 만들었다. GPU 코어로는 삼성이 Arm 말리(Mali)-G76을 쓴 반면 미디어텍은 이보다 한 단계 성능을 높인 말리-G77을 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합 제품을 빨리 출시하느라 성능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고성능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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