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독점 생산 계약 만료 앞두고 TSMC·UMC로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
'시스템반도체 1위' 놓고 경쟁 중인 파운드리 사업부 약진에 발등 '불'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사실상 한몸이던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 두 사업부 간 독점 생산 계약이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대만 TSMC·UMC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 채비를 서두른다. 

이재용 부회장이 천명한 ‘시스템반도체 1위’ 자리를 놓고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간 묘한 경쟁심도 엿보인다. 파운드리가 최근 고객사 다변화에 연이어 성공하자 시스템LSI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삼성 시스템LSI, TSMC·UMC에 위탁생산 검토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브랜드 '엑시노스'./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브랜드 '엑시노스'./삼성전자

최근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는 TSMC와 UMC에 반도체 외주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TSMC에게는 디자인하우스를 통해 반도체 설계 후반부(Back-end) 작업을 맡기기도 했다. 아직 TSMC에 생산을 맡기는 건 확정되지 않았다.

TSMC 위탁생산을 검토 중인 반도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상보성금속산화물(CMOS) 이미지센서(CIS) 등 부가가치가 높고 수량이 많은 반도체는 아니다. 바이오 프로세서, 전력관리반도체(PMIC)처럼 수량이 얼마 되지 않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제품은 100%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했다. 지난 2017년 두 사업부가 분리될 때 맺은 독점 생산 계약 때문이다.

이 계약은 내년 상반기 만료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현 시점에 타 파운드리 업체를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가 끝난 후 양산까지는 보통 6개월이 걸린다. 만약 지금 TSMC에 생산을 맡긴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TSMC의 생산 라인(Fab)에서 제품이 나오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파운드리 사업부와 결별, ‘각자도생’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다변화, 시스템LSI가 얻을 이익은?

파운드리 공급망을 다변화하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더 많은 공정·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는 공정·설계자산(IP)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특정 IP를 활용해 반도체를 설계해도 공정에서 해당 IP를 지원하지 않으면 생산할 수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첨단 공정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제공하는 IP의 폭이 좁다.

두 사업부가 분리되기 전에는 만들고자 하는 제품(목표)이 같았기 때문에 IP를 공동 개발해 설계에 활용하고 공정에 이식(Porting)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분리 후에는 목표 제품도 달라졌고 IP 개발도 두 사업부가 별도로 진행, 이같은 협력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TSMC와 UMC, 글로벌파운드리(GF) 등 기존 파운드리 업체는 다양한 제품군을 여러 공정에서 지원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는 CMOS 공정 외에도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공정을 제공하고 있고, 패키지 옵션도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InFo(Integrated Fan-out),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 등을 다양하게 지원한다.

글로벌파운드리(GF)는 55나노부터 180나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아날로그·전력 공정을 제공하고 있고, 실리콘게르마늄(SiGe) 기반 전력앰프(PA)와 고성능(HP) 무선통신(RF) 반도체도 만든다.

이 모두가 삼성전자가 제공하지 않는 공정이다.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시스템LSI 사업부에겐 매력적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 외의 파운드리를 쓰지 못해 단가 협상의 폭이 좁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작년 대형 고객사 물량 수주에 성공하면서 TSMC가 연말에 16나노, 10나노 등 7나노 이하의 주류 공정에 대한 가격을 낮췄다”며 “TSMC는 패키지도 거의 무료로 제공해 시스템LSI 사업부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약진에… 발등 불 떨어진 시스템LSI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삼성전자

당초 업계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내년 계약이 끝난 후에나 파운드리 공급망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한식구였던 파운드리 사업부가 대형 고객사를 연이어 수주하자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분리 당시 두 사업부에 각자도생을 주문하면서 ‘누가 더 빠르게 고객사·제품군을 다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시스템LSI 사업부는 중국 영업을 대폭 강화했다.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AP·CIS를 공급하긴 했으나 아직 최대 고객사는 삼성전자 내 사업부들이고, 각 제품에 있어서도 시장 강자인 퀄컴·소니를 넘어지는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돌입한 것과 달리, 양산이 확정된 제품은 손에 꼽는다. 그나마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낸 게 전부다.(2019년 8월 12일자 KIPOST <삼성 車 반도체,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러브콜… '계륵' 딱지 뗐다> 참고)

반면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비디아·IBM·인텔 등 대형 고객사를 잡는 데 연이어 성공하면서 약진했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파운드리 사업부만큼 고객사를 다변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시스템LSI 사업부가 만드는 제품들은 모두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다른 파운드리 업체의 IP로 새로운 반도체를 설계한다고 해도 최소 2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인사 때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폭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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