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캠브리오스 투자했던 삼성도 메탈메시로
"AgNW만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나와야"

한때 폴더블 스마트폰용 터치 기술로 각광받았던 은나노와이어(AgNW)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메탈메시에 선발 자리를 내주고, 디스플레이 업계 개발 방향이 편중되면서 향후 양산 적용이 점차 어렵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AgNW 전문업체에 지분투자했던 삼성마저도 터치 솔루션으로서 AgNW을 더 이상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은나노와이어를 확대한 모습. /사진=manufacturing.com
은나노와이어를 확대한 모습. /사진=manufacturing.com

삼성이 투자했던 캠브리오스, 경영난 끝에 매각

 

AgNW는 필름 위에 나노미터(nm) 직경을 가진 은 입자를 코팅해 터치센서 전극을 만드는 소재다. 보통 직경 30~120nm, 길이 5~80 마이크로미터(µm)로, 종횡비(길이/직경)는 125~600 안팎이다. 은으로 만드는 만큼 투명(550nm 투과도 85% 이상)하고 면저항(20Ω 이하)도 낮다. 

기존 스마트폰용 터치센서로 쓰이던 인듐주석산화물(ITO)이 고가의 진공장비를 이용한 증착이 필요한 반면, AgNW는 용액공정을 통해 코팅할 수 있다. 제조 설비가 싼 만큼 생산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IT 업계가 AgNW에 주목했던 것은 높은 유연성 때문이다. ITO가 구부리면 끊어지는 것과 달리, AgNW는 수만번의 굽힘에도 끄떡없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최다 20만회의 굽힘 내구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AgNW는 이 기준을 만족한다.

지난 2012년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캠브리오스라는 스타트업에 500만달러(약 60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AgNW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삼성벤처투자는 향후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에 AgNW 터치 기술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거액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한 투자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스마트폰용 터치 기술로 AgNW가 아닌 메탈메시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일체형 터치 기술, 일명 ‘와이옥타(Y-OCTA)’가 메탈메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메탈메시는 은이 아닌 알루미늄 등 내구성 강한 금속으로 그물 형태의 터치센서를 만드는 기술이다. 

용액공정(잉크젯프린팅)을 통해 은나노와이어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캠브리오스
용액공정(잉크젯프린팅)을 통해 은나노와이어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캠브리오스

삼성이 투자했던 캠브리오스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2016년 챔프그레이트라는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챔프그레이트는 대만 최대 터치패널업체 TPK 회장 마이클 치앙이 운영하는 펀드다. 캠브리오스의 자산을 양수한 챔프그레이트는 회사 이름을 캠브리오스어드밴스트머티어리얼즈로 바꾼 뒤 계속해서 AgNW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높은 가격, 헤이즈 해결 못해

 

당초 차세대 터치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았던 AgNW가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못한 것은 높은 가격과 고질적인 헤이즈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gNW는 진공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수율 개선에 실패한 탓에 단가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짧은 입자를 이어 붙여서 전극을 만들다 보니 중간에 단선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했다. 마치 짧은 짚으로 새끼줄을 꼬아 만들면 중간에 성기는 부분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단선을 막기 위해 AgNW 농도를 높이면 소재 단가가 높아지고, 헤이즈(Haze)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헤이즈는 전극 소재가 빛을 난반사하면서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다. 디스플레이 위에 AgNW가 많을수록 터치 신뢰도가 높아지는 반면, 은 소재가 빛을 반사하는 양도 많아진다. 곽민기 전자부품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장은 “AgNW가 순간적인 전압이 들어왔을 때 약한 부분이 터지면서 연결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 역시 AgNW 농도를 높여서 해결하는데, 헤이즈 특성은 나빠진다”고 말했다.

 

화웨이 메이트X, AgNW 적용된 마지막 스마트폰 되나

 

따라서 화웨이가 올 초 선보인 아웃폴딩 스마트폰 ‘메이트X’가 AgNW가 적용된 처음이자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AgNW를 터치솔루션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화웨이에 OLED를 공급하는 BOE도 와이옥타와 동일한 메탈메시 기술을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아직 BOE의 온셀 메탈메시 기술인 ‘FMLOC(Flexible Multi Layer on Cell)’가 완성되지 않아 메이트X에는 AgNW가 적용됐다. 그러나 BOE가 FMLOC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차기작에서는 AgNW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전극 형성을 위해 필름 한 장이 추가로 들어가는 AgNW에 비해 FMLOC는 OLED 위에 바로 패터닝한다는 점에서 두께와 굽힘 내구성 측면도 유리하다.

화웨이 메이트X. 은나노와이어 터치센서가 적용됐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X. 은나노와이어 터치센서가 적용됐다. /사진=화웨이

업계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업계가 메탈메시로 방향타를 잡았다는 점에서 AgNW만이 가능한 새로운 영역이 등장하지 않는 한 AgNW가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터치로 재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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