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HIC, 4인치 웨이퍼에 다결정 합성 다이아몬드층 증착 성공
방열 특성 기판 소재 중 가장 뛰어나… 소자 제조 기술 R&D

다이아몬드는 값비싼 가격만큼이나 특성이 좋다./Pixabay

국내 기업이 차세대 무선통신(RF) 반도체 재료인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GaN-on-Diamond) 증착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는 방열 특성이 월등히 좋아 고성능·고열·고전압 이동통신 설비에 적합하다. 회사는 향후 전체 생산 공정 및 각 공정별 장비를 개발해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를 기반으로 한 RF 부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RFHIC,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 대면적 증착 성공

RFHIC(대표 조덕수)는 최근 4인치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 웨이퍼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RF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들보다 빠른 속도로 작동해야하고, 고압과 고열에도 강해야한다. RF 부품·모듈·시스템을 만드는 이 회사는 고주파 시스템에 쓰이는 RF부품의 방열 성능이 떨어져 오작동과 고장의 원인이 되자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질화갈륨에 다이아몬드를 증착하는 방법은 크게 고압·고온(HPHT)에서 둘을 융착시키거나 화학기상증착(CVD)으로 다이아몬드를 성장(Growth)한 다음 질화갈륨 층을 형성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RFHIC는 이 중 후자를 택했다. HPHT는 이후 공정을 진행할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회사는 기판에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 입자를 씨드(Seed)로 깔고 마이크로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MPCVD) 공정에서 이를 성장시켜 다결정 다이아몬드 층을 만들었다. 그 위에 버퍼(Buffer) 층을 올리고 질화갈륨을 성장시켜 웨이퍼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RFHIC는 지난 2017년 엘리먼트식스(E6)의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 기술을 인수했다. 엘리먼트식스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업체인 드비어스(De Beers)의 계열사로, 합성 다이아몬드 설계·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질화갈륨 온 다이아몬드 웨이퍼 제작 기술을 확보한 건 국내에선 이 회사가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코보(Qorvo)가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 아래 질화갈륨 온 다이아몬드를 기반으로 한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유종현 RFHIC 연구소 담당 실장은 “고주파·고열 시스템인 이동통신 인프라 및 방산 시장을 우선 겨냥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왜 다이아몬드인가

현재 RF 반도체 재료로는 갈륨비소(GaAs)와 질화갈륨-온-실리콘(GaN-on-Si), 질화갈륨-온-실리콘카바이드(GaN-on-SiC) 등이 주로 활용된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질화갈륨(GaN) 기반 무선통신(RF) 반도체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는 내년부터 수요가 점증할 전망이다./욜디벨롭먼트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질화갈륨(GaN) 기반 무선통신(RF) 반도체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는 내년부터 수요가 점증할 전망이다./욜디벨롭먼트

특히 GaN은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높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호를 변환하는(Switching) 속도도 빨라져야 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GaN은 전자 이동도가 높고 누설 전류가 낮다. 600V 중전압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문제는 열이다. 전력 밀도가 높아질수록 표면 온도가 높아지고 기판의 저항이 증가하면서 전체 소자의 성능을 저해했다.  

다이아몬드는 기존 GaN 소자의 기판 재료인 Si·SiC보다 열전도도가 높다.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 기반 트랜지스터는 GaN-on-SiC보다 4~6배 빠르게 열을 바깥으로 빼낸다.

 

기판 재료별 열·전자·물리적 특성 차이. 다이아몬드의 열전도도는 Si·SiC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열을 빠르게 빼낸다는 얘기다./에어포스리서치랩(AFRL), KIPOST 재구성
기판 재료별 열·전자·물리적 특성 차이. 다이아몬드의 열전도도는 Si·SiC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열을 빠르게 빼낸다는 얘기다./에어포스리서치랩(AFRL), KIPOST 재구성

이는 다시 말해 칩의 크기를 줄여 전력 밀도를 그만큼 더 높여도 충분히 동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이아몬드를 기판으로 쓴 GaN 소자는 SiC 기판을 써서 만들었을 때보다 크기를 3분의1로 줄이면서도 성능은 유지할 수 있다. 최대 400㎓ 고주파 대역에서 활용 가능하고, RF 출력은 GaAs보다 5배 이상 높은 1000W에 달한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도 있다. 다이아몬드 층이 다결정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이후 공정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공정을 개발할 때는 다이아몬드와 GaN 간 열팽창계수 차이도 감안해야한다. 두 재료의 열팽창계수는 거의 3배 차이가 난다.

 

RFHIC는 어떤 회사?

세계 RF 트랜지스터 시장은 NXP반도체와 앰플레온(Ampleon), 인피니언과 스미토모일렉트릭, RFHIC 등 5개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NXP반도체·앰플레온·인피니언이 실리콘 기반 LDMOS(Lateral Diffused MOS)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스미토모와 RFHIC는 GaN 트랜지스터를 만든다. 

RFHIC는 소자 설계부터 모듈화,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GaN 관련 사업을 해왔다. 매출을 내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이 회사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GaN은 수요 대비 가격이 비싸 대부분의 RF 업체들은 기존 실리콘 기반 LDMOS에 집중하고 있었다.

회사는 주파수 대역이 높아질수록 저손실 고속 RF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 연구개발 끝에 설계 기술과 후공정 기술을 자체 확보, 경쟁사보다 빠르게 GaN 기반 소자를 출시했다. 초기에는 이동통신 인프라에 먼저 제품이 쓰이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방산 시장에서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주 고객사는 삼성전자·화웨이·에릭슨 등 통신 장비 업체들과 방산 업체들이다. 

 

RFHIC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RFHIC, KIPOST 정리
RFHIC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RFHIC, KIPOST 정리

현재 회사는 크리(Cree)에 웨이퍼·파운드리를 맡기고 후공정부터는 자체적으로 진행, GaN 제품을 만든다. 질화갈륨-온-다이아몬드는 설계는 물론 웨이퍼 제조 기술부터 확보하고 있다.

유 실장은 “그라인딩(Grinding)으로 웨이퍼를 고르게 깎는 등 전체 공정을 함께 개발하고 있어서 양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설계부터 제조까지 함께 개발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및 신뢰성 확보에 유리하다”며 “생산 라인을 자체적으로 깔거나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해 까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