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로 OLED급 명암비 구현"
저화질 대형 LCD 수급은 문제

폼팩터(형태)를 제외하고 화면의 질 관점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비 LCD의 가장 큰 단점은 낮은 명암비(Contrast)다. 명암비는 가장 밝은 픽셀과 가장 어두운 픽셀의 휘도차를 나타내는 특성이다. 명암비가 높을수록 색감이 또렷하다.

OLED가 ‘리얼블랙(Real Black)’이라 부를 만큼 명징한 검은색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LCD는 검은색으로 표현되어야 할 픽셀에서 빛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특히 4K UHD, 8K UHD 등 고화질로 갈수록 LCD 명암비를 확보하는데 더 애를 먹고 있다.

중국 하이센스가 선보인 듀얼셀 LCD TV. OLED만큼 높은 명암비를 구현했다. /사진=하이센스
중국 하이센스가 선보인 듀얼셀 LCD TV. OLED만큼 높은 명암비를 구현했다. /사진=하이센스

듀얼셀 기술, LCD로 OLED 버금가는 명암비 구현

 

LCD 진영에서 명암비를 잡기 위해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는 ‘듀얼셀 LCD’다. 듀얼셀은 말 그대로 LCD 두 장을 겹쳐 하나의 화면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BOE⋅CSOT 등이 지난 5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 듀얼셀 LCD를 전시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관련 기술을 검토한 바 있다.

듀얼셀 LCD에서 앞장은 우리가 가정에서 보는 LCD와 동일하게 만든다. 대신 뒤에 있는 LCD는 따로 컬러필터 없이 흑백 LCD를 그대로 써서 붙인다. 뒤에 있는 LCD는 마치 OLED TV가 빛이 필요한 화소만 선택적으로 밝히듯, 밝은 화소 부분에서만 빛을 통과시켜준다. 뒤에 있는 흑백 LCD가 빛 셔터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OLED TV(왼쪽)와 LCD TV의 명암비 비교. LCD TV에는 빛샘 현상이 관찰된다. /사진=디스플레이메이트
OLED TV(왼쪽)와 LCD TV의 명암비 비교. LCD TV에는 빛샘 현상이 관찰된다. /사진=디스플레이메이트

듀얼셀 LCD의 이론상 명암비는 앞장과 뒷장 명암비의 곱이다. 예컨대 앞장 LCD 명암비가 4000대 1이고, 뒷장이 1000대 1이라면 최대 400만대 1의 명암비까지 구현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론상 수치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낮으나 OLED TV 수준(통상 100만대 1)까지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최근 8K UHD 등 TV 화질이 고해상도로 가면서 LCD 명암비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듀얼셀 기술은 각광받고 있다. 같은 크기의 TV라면 8K UHD는 4K UHD 대비 화소수가 4배 많다. 따라서 각 화소의 크기는 4분의 1로 줄어야 한다. 수십 마이크로미터(μm)에 불과한 화소에 개구율(빛이 나오는 부분)을 확보하고, 빛샘을 막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듀얼셀이라면 뒷장 LCD가 일단 백라이트유닛(BLU)에서 올라오는 빛을 한 차례 막아주기 때문에 명암비를 확보하기가 용이하다.

일반 LCD TV(왼쪽)과 듀얼셀 LCD TV. 듀얼셀 LCD는 두 장의 LCD로 이뤄져 있다. /자료=파나소닉
일반 LCD TV(왼쪽)과 듀얼셀 LCD TV. 듀얼셀 LCD는 두 장의 LCD로 이뤄져 있다. /자료=파나소닉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을까

 

관건은 가격이다. LCD가 한장 더 들어가는 만큼 재료비 원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65인치 듀얼셀 LCD를 만든다면, 정확하게 65인치 크기의 LCD를 한 장 더 넣어야 한다. 

다만 뒷장 LCD는 컬러필터는 없어도 되고, 앞장만큼 고화질일 필요도 없다. 단순히 빛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셔터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송준호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 교수는 “앞장 LCD가 UHD급이라면, 뒤에 오는 LCD는 HD 해상도만 지원해도 빛 셔터 역할을 하는데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편광판도 총 3장만 있으면 듀얼셀을 구현할 수 있다. 원래 LCD 1장에는 2장의 편광판이 들어가지만, 듀얼셀에서는 가운데 1장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LCD의 밝기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편광판이 많이 들어갈수록 TV의 전반적인 밝기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편광판 1장이 더 들어가면 휘도가 40% 가량 줄어든다. 1장이 빠짐으로써 그 만큼 밝기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10.5세대(2940㎜ x 3370㎜) 라인을 경쟁적으로 지으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패널 공급이 넘친다는 점도 듀얼셀 LCD 상업화에 청신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4K UHD급 65인치 패널 1장의 가격은 지난 7월 기준 185달러까지 떨어졌다. 올 1월만 해도 224달러에 거래되던 제품이다. LCD 시황이 좋았던 2017년 3분기에는 400달러 넘게 거래됐다. 중국 업체들의 10.5세대 LCD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LCD 가격은 장기적으로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8K UHD TV.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은 고화질에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저화질 대형 LCD 수급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8K UHD TV.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은 고화질에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저화질 대형 LCD 수급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대형 LCD에서 HD 이하의 저화질 패널을 수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생산되는 55인치 패널은 대부분 4K UHD급 이상 제품 밖에 없다. FHD도 잘 생산하지 않는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BOE⋅CSOT의 10.5세대 라인들도 4K UHD, 나아가 8K UHD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수조원을 들여 만든 10.5세대 라인에서 굳이 저화질 LCD를 만들 이유가 없다.

듀얼셀 LCD를 만들려고 해도 저화질의 뒷장 LCD를 수급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감가상각이 끝난 중국⋅대만 내 구(舊)세대 공정들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흑백 LCD만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명암비 측면에서 OLED 대비 LCD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 전반적으로 재고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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