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10' FHD 출시는 중국 업체에 마중물
OLED 용처 확대가 공급과잉의 충분한 대안일까

대형 디스플레이 업계가 공급과잉을 판단하는 기준선은 ‘10%’다. 한해 TV 업체들이 소비하는 패널 양 대비 디스플레이 공급량이 110% 미만이면 이상적이다. TV 업체들이 비축하는 재고와 생산 수율을 감안하면 초과 10%까지는 시장이 고통 없이 감내할 수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가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는 건 이 기준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 상반기 TV용 패널 공급 초과치는 15%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소화 가능한 초과분 10%를 빼고도 5% 이상이 남아 돈다는 뜻이다. 

이 5%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격을 깎거나, 생산을 줄이거나. 어느 경우든 디스플레이 업체 수익성에 마이너스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갤럭시노트10은 6년만에 처음 FHD 모델이 보급형으로 출시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갤럭시노트10은 6년만에 처음 FHD 모델이 보급형으로 출시된다.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대형 디스플레이 업계에 드리운 그림자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벌어지는 양상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일지 모른다.

OLED 시장에 투자붐이 일어난 지난 2016년 이후, 업계 공급능력은 연 1100만㎡로 폭증했다(IHS마킷). 같은 기간 OLED 수요는 고작 200만㎡까지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수요 대비 공급능력이 500%, 즉 다섯배를 넘는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10%만 넘어도 감산 얘기가 나오는데, 중소형 OLED 업계는 이미 수급 균형 자체가 실종됐다. 

심지어 시장 환경은 중국 업체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곧 출시할 ‘갤럭시노트10(가칭)’은 노트 시리즈로는 6년만에 디스플레이 규격을 후퇴시킨 모델이 나온다. 고급 모델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WQHD(2960 X 1440) 해상도의 OLED를 탑재하지만, 보급형은 FHD(1920 X 1080) OLED다. 화면이 좀 성기더라도 싸게 만들어 많이 팔겠다는 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지향하는 갤럭시노트가 FHD 화면으로 출시된 것은 지난 2013년(갤럭시노트3)이 마지막이다. 이후로는 전량 WQHD 화면만을 고집했다.

이는 이제 막 OLED 양산 대열에 합류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게 마중물이 되어줄 수 있다. 아직 WQHD급 OLED를 찍어내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FHD만으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그동안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는 BOE 등 중국 업체에 ‘언감생심’이었다. 올해부터는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반대로 삼성디스플레이에게 S⋅노트 물량은 잡아놓은 물고기였겠으나, 앞으로는 경쟁을 통해 쟁취해야 할 시장이 됐다.

지난 2017년 가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강조한 단어는 ‘커밋먼트(Commitment⋅약속)’다. 스마트폰 업체의 구매의사(약속)가 확인돼야 중소형 OLED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공급과잉을 촉발한 중국 업체는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일단 투자하고, 고객은 2년 뒤에 찾는다. 

양산 기술이 떨어져서, 고객사를 잡지 못해서 중국 업체들의 라인 투자가 지연될 거라는 바람은 판판이 깨지는 중이다. 

시장 참여자인 삼성⋅LG디스플레이는 관찰자인 기자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겠지만, 향후 2~3년 안에 중소형 OLED 시장에 격이 다른 공급과잉이 엄습할 것임은 자명하다. 

노트북⋅모니터⋅자동차 시장으로 OLED 용처를 확대하는 게 과연 충분한 대책인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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