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성 "10~15년 내 1조달러 회사 만들겠다"
"사업다각화에 방점, 디스플레이 비중 85%로 내릴 것"

3년 전 왕둥성 BOE 회장(현 자문위원)은 디스플레이 사업 1등을 꿰 찰 비전으로 ‘8425 전략’을 내놨다. 각 숫자는 아래와 같은 세부 전략을 상징한다. “8K UHD 시장은 촉진하고, 4K UHD 제품은 대규모 양산화하며, 2K 제품은 대체(Replace)될 것”. 마지막 ‘5’는 이 같은 전략을 수행하는 데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3년이 지난 현재 왕 전 회장의 계획은 맞아 들어가는 중이다. 이미 BOE는 대형 디스플레이 출하 대수는 물론 면적 기준에서도 삼성⋅LG디스플레이를 넘어 섰다.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로 10.5세대(2940㎜ X 3370㎜) 라인에 투자했으며, 중국에서 가장 많은 6세대(1500㎜ X 185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가동 중이다.

왕둥성 전 BOE 회장(사진 왼쪽)과 천옌쉰 신임 BOE 이사회 의장. /사진=BOE
왕둥성 전 BOE 회장(사진 왼쪽)과 천옌쉰 신임 BOE 이사회 의장. /사진=BOE

27살 나이로 입사한 천옌쉰, 왕 회장 유지 이어 받다

 

지난 1993년 설립 이래 그의 말대로 ‘백지(Blank Sheet)’였던 BOE를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육성시킨 왕 회장이 2선 후퇴했다. 지난 1일 그 빈자리(이사회 의장)를 BOE가 창업한 해 입사한 천옌쉰 최고경영자(CEO)가 이어 받았다. BOE는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회사를 이끌 천 신임 의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왕 회장은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천 신임 의장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봤을 때 27살의 천옌쉰은 8권의 책이 담긴 박스를 가지고 입사했습니다. 모두 스스로 집필한 책들이었지요. 나는 그에게 중국 산업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주고 싶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천옌쉰 신임 BOE 이사회 의장. /사진=BOE
천옌쉰 신임 BOE 이사회 의장. /사진=BOE

첫 눈에 천옌쉰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왕 전 회장은 그에게 BOE의 핵심 중책을 맡겼다. 그는 BOE의 주요 인수합병(M&A) 작업과 사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왕 전 회장의 8425 전략 역시 실행은 천 의장의 몫이었다. 그는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이어 CEO역을 맡아 왔다.

천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BOE를 10~15년 뒤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80조원)에 달하는 위대한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천 “R&D가 힘, 디스플레이 외 신사업에 육성에 방점”

 

천 의장은 BOE가 선두권 디스플레이 업체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아낌 없는 연구개발(R&D)비 지출을 꼽는다. 그가 중국증권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BOE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순이익 측면에서 적자 회사였습니다. 사실 R&D 비용을 줄이거나 몇몇 계획되었던 프로젝트들을 취소하면 흑자로 반전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매해 영업이익의 7% 이상을 R&D에 쏟아부은 건, R&D 없이는 BOE의 미래도 없다는 걸 모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새로 BOE의 키를 잡은 천 의장의 향후 임무는 사업 다각화다. 디스플레이에만 집중되어 있는 지금의 사업 구조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모든 애플리케이션(TV⋅스마트폰⋅노트북PC⋅모니터) 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너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BOE가 개발한 혈당측정기. /사진=BOE
BOE가 개발한 혈당측정기. /사진=BOE

BOE가 디스플레이 외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분야는 사물인터넷(IoT)이다. 고유의 디스플레이 경쟁력과 센싱 기술을 접목해 단숨에 시장에 침투한다는 전략이다. 

“BOE는 플랫폼화와 시장세분화라는 두 가지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IoT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러 세분화 된 IoT 시장 안에서 디스플레이와 센서 기술이 접목될 수 있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천 의장은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서도 유사한 비전을 설파한다. 역시 핵심은 디스플레이와 센서 기술이다. BOE는 혈액검사 장비와 혈당검사 장비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아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도 각종 모니터링 기기들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BOE는 디스플레이 공장이 입주한 베이징과 허페이⋅청두에 각각 종합병원을 운영 중이다. 이들 병원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청두에 위치한 BOE 종합병원 조감도. 현재 건설 공사 중이다. /사진=BOE
청두에 위치한 BOE 종합병원 조감도. 현재 건설 공사 중이다. /사진=BOE

그는 중국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보건 정책은 아직 후진적”이라며 ”헬스케어 기술은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BOE는 단순히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하드웨어 회사였지만,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데이터 회사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성장 전망치로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천 의장은 “BOE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매 3년마다 회사가 두 배씩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나머지 신사업 매출 비중은 1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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