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부진 탓' 삼성 2분기 영업익 반토막… 설비투자 연말로
'메모리 부진 탓' 삼성 2분기 영업익 반토막… 설비투자 연말로
  • 김주연 기자
  • 승인 2019.07.05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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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작년 대비 3배… 공급 조절로 수요 감소폭 따라잡지 못해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됐다. 반도체 사업부의 부진 탓에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설비 투자 재개 시점도 연말이나 돼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잠정)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삼성전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 실적.(단위: 조, %)/삼성전자, KIPOST 재구성
삼성전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 실적.(단위: 조, %)/삼성전자, KIPOST 재구성

매출 58조4800억원, 영업익 14조8700억원을 달성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4.24%, 56.29%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각 8.95%, 58.28%씩 줄었다. 

 

회복될 기미 안 보이는 메모리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건 반도체(DS) 사업부문, 그 중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의 부진 탓이다. DS 사업부문은 지난 2015년 이후 삼성전자에서 매출로는 무선(IM) 사업부문 다음으로 큰 2위를, 영업이익으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다. DS 사업부문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게 메모리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DS부문의 영업이익을 3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 2015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말 감소하기 시작한 메모리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재고는 쌓이고,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수요 부진은 지난 2년간 메모리 업계의 ‘큰 손’이었던 서버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은 올해 들어 신규 투자 대신 전환 투자를 택하고 쌓아놓은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서버 출하량은 전년 대비 5.1% 줄어든 260만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 서버 출하량 및 가격대별 매출 추이. 괄호 안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IDC, KIPOST 정리

특히 상대적으로 메모리가 많이 들어가는 고성능 서버 매출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21억달러(약 2조4593억원)를,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1분기 대비 24.7% 감소한 9억7600만달러(약 1조1430억원)를 기록했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도 고성능 서버 실적은 좋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하반기 인텔의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플랫폼이 내장된 서버가 출시되기 전까지 투자를 미루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도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메모리를 마이크론·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아왔다. 마이크론 대신 삼성전자가 공급망에 들어온다 해도, 마이크론이 쌓아놓은 반도체 재고가 시장에 풀릴 수밖에 없다. 제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 내 애플 제품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쌓이는 재고, 떨어지는 가격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메모리 재고는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10주 이상 어치의 재고가 쌓여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생산라인을 최적화하고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공급 조절 속도가 수요 감소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격 하락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 2017년 8월부터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D램은 지난해 9월 고점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낸드는 가격이 줄어들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교체 수요를 자극, 출하량을 늘릴 수 있지만 D램은 아니다.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PC용 8GB DDR4 메모리의 고정거래가는 평균 3.75달러(4390원)로 지난해 12월(7.25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낸드(128Gb 16G×8 MLC) 고정거래가는 평균 3.93달러(4600원)로 같은 기간 15% 가량 줄었다.

D램익스체인지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3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을 10%에서 10~15%로, 4분기 하락폭을 2~5%에서 10%로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비와 투자비를 감안하면 낸드는 거의 원가에 근접했고, D램 가격 또한 무시 못할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이전 다운 턴(Down turn) 때보다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재개는 연말께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 전경. /삼성전자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까지 신규 설비투자를 동결하겠다는 계획을 협력사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규 투자가 연말에나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생산량을 줄이면서 장비 업계는 물론, 소재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2분기 초까지만 해도 메모리 업체들은 하반기가 되면 시장이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이 다른 중국 IT기업을 추가 제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메모리 불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과도한 우려라고 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설비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투자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업계는 메모리 업체들이 인텔의 CPU 공급부족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추정되는 3분기 시황을 감안해 투자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비 발주부터 납품까지는 통상 6개월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장비 업체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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