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스마트폰 양산 채택 첫 성과
2~3년 뒤 중저가 OLED 시장 저가 경쟁 본격화

LCD 출하량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를 압도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국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출하량 자체는 미미하지만 일부 양산 제품에 채택되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 2016년 이후 투자했던 OLED 라인들 양산이 시작됐고, 향후 2~3년간 신규 투자가 연이어질 예정이어서 향후 중저가 이하 OLED 시장에서는 치열한 점유율 쟁탈전도 예상된다.

LG전자 V50. 액세서리에 붙은 듀얼스크린은 중국 업체가 공급한 OLED다. /사진=LG전자
LG전자 V50. 액세서리에 붙은 듀얼스크린은 중국 업체가 공급한 OLED다. /사진=LG전자

GVO⋅티안마, LG전자에 첫 양산제품 공급 성과

 

중국산 중소형 OLED가 국내 시장에서 첫 성과를 낸 제품은 LG전자 스마트폰 ‘V50’이다. V50 자체에 붙은 메인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공급했으나, V50의 듀얼스크린은 GVO와 티안마가 생산한 OLED가 채택됐다. 

V50은 OLED 디스플레이가 붙어 있는 액세서리와 연결해 화면을 확장해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메인 디스플레이는 6.39인치, 중국 업체들이 공급한 듀얼스크린은 6.2인치 OLED다. V50의 판매량 자체는 100만~200만대 안팎으로 많지 않고, 액세서리로 별도 구매해야 하는 듀얼스크린은 이보다 더 적게 팔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중국산으로 OLED 양산 종주국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첫 양산 제품을 공급했다는 의미는 크다. 

그동안 GVO는 샤오미⋅ZTE, 티안마는 아수스⋅레노보 등 중국 세트 업체들을 중심으로 OLED를 공급해왔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에 OLED를 양산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는 V50 외에도 다른 스마트폰에 중국산 OLED를 적용하기 위해 BOE⋅티안마⋅GVO 등과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다. 

비록 중국 업체가 공급하는 OLED 양이 많지 않다고는 하나 아직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성과가 크지 않은 LG디스플레이로서는 중국산 OLED의 국내 시장 진출이 반가울 리 없다.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LG전자 MC사업본부 입장에서는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싸게 구매할 수만 있다면 중국산 OLED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갤럭시A7, 갤럭시A9, 갤럭시A9프로(사진 왼쪽부터). /사진=삼성전자
갤럭시A7, 갤럭시A9, 갤럭시A9프로(사진 왼쪽부터). /사진=삼성전자

LG전자의 중국산 OLED 도입 전략은 올해부터 MC/HE사업본부장을 겸임한 권봉석 사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장을 맡은 2014년 이후 중국산 LCD 도입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구매선 다변화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산 OLED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IM부문은 ‘갤럭시A 시리즈’용으로 BOE의 OLED 패널 샘플을 공급 받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고급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를 비롯해 그동안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OLED가 100%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부터는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부터 중국산 OLED가 채택될 전망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규격(스펙)은 갤럭시S 시리즈 대비 뒤처지지만, 판매량은 1억대에 육박할 정도로 월등히 많다. 10여개 이상의 세부 모델 중 2종을 제외하면 모두 OLED를 디스플레이로 탑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삼성디스플레이 OLED 절반 가격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저가 정책을 펴고 있다”며 “스마트폰 업체들로서는 성능이 받쳐준다면 안 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3년 내 중저가 OLED 시장 경쟁 고조

중국 OLED 투자 전망. /자료=미래에셋대우
중국 OLED 투자 전망. /자료=미래에셋대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시장에서의 성과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서는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이미 LCD 시장에서 출하량과 양산능력 면에서 완전히 압도당한 상황에서 OLED까지 중국 업체들이 치고 들어오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아직 기술 수준이 낮아 중저가 모델부터 잠식하고 있지만, 언제 하이엔드 시장까지 넘볼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OLED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2~3년 내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공급과잉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BOE가 B7(청두)⋅B11(몐양)에 이어 B12(충칭)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고, 티안마⋅GVO 역시 투자를 재개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투자한 신규 라인들이 본격 양산되는 시점은 2년 뒤다. 지금도 중소형 OLED는 공급능력이 수요를 상회하는데, 2년 뒤는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직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2년 뒤 중저가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지키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BOE가 생산한 플렉서블 OLED. /사진=BOE
중국 BOE가 생산한 플렉서블 OLED. /사진=BOE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면적 기준으로 올해 플렉서블 OLED의 수요는 200만㎡, 공급능력은 약 1100만㎡(장비 셋업 기준)다. 이미 공급능력이 수요의 5배를 넘는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공급능력이 수요의 15%만 상회해도 공급과잉, 20%를 넘으면 수급이 무너지는 단계로 판단한다.

지난 2016년 이후 삼성⋅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BOE⋅GVO⋅티안마가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렸지만, 막상 OLED를 대량 구매하는 회사는 애플과 삼성전자 둘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LG디스플레이는 노트북⋅모니터 등 신규 OLED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분투를 시작했다”며 “2~3년 내에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