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의존도 낮추는 삼성전자, 자체 GPU는 개발 요원
모바일 놓친 AMD에겐 새로운 도전… 고성능 주력 예상

삼성전자가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자산(IP) ‘라데온(Radeon)’을 라이선스했다. 모바일에 맞게 최적화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넣을 계획이다.

삼성전자에게는 Arm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AMD 입장에서는 서버·PC에서 모바일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자체 GPU 개발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삼성이 라이선스한 AMD의 GPU IP는?

삼성전자는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IP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4일 밝혔다. AMD는 ‘RDNA(Radeon DNA)’ 설계구조(Architecture) 기반 맞춤형 그래픽 IP를 모바일에 삼성전자에게 제공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AP에 넣을 계획이다.

‘RDNA’는 AMD의 새로운 마크로(Macro) 그래픽 아키텍처로, 7나노 공정에 최적화됐다. 연산 유닛부터 다시 설계한 이 아키텍처는 멀티 레벨 캐시 계층을 갖고 있고 그래픽 데이터가 흘러가는 파이프라인(Pipeline)도 간소화됐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GCN(Graphics Core Next) 아키텍처보다 클럭 당 속도(IPC)는 1.25배, 와트 당 성능은 최대 1.5배 향상됐다. 지연 시간도 줄었고 GDDR6 등 넓은 대역폭을 가진 그래픽 메모리와 PCIe 4.0을 지원한다.
 

삼성이 얻을 혜택 : Arm 의존도 줄이고 성능 업그레이드… 자체 GPU 개발은 요원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엑시노스’의 중앙처리장치(CPU) 및 GPU 아키텍처를 Arm에 의존해왔다.

CPU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Arm의 아키텍처를 입맛에 맞게 바꾼 커스텀 CPU를 넣기 시작했지만, GPU는 줄곧 말리(Mali) 시리즈를 그대로 가져다 채용했다.

하지만 Arm의 GPU는 기본적으로 성능보다 전력소모량에 최적화돼 개발됐고, 경쟁사인 퀄컴의 ‘아드레노(Adreno)’ GPU 대비 성능, 전력 효율성, 발열 특성 등이 떨어진다.

그동안은 미세 공정으로 이같은 단점을 상쇄해왔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 공정 개발 속도가 비슷해지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Arm의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지원이 더뎌 게임 개발자들이 ‘말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AMD의 RDNA 아키텍처는 기본적으로 PC 게이밍과 콘솔, 클라우드 게이밍 등 전원 연결식 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됐다.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GPU보다 전력소모량은 클지라도, 성능이 좋다는 얘기다.

때문에 고성능 AP에는 AMD의 GPU를 쓰고, 중저가 AP에는 그대로 Arm의 ‘말리’를 쓸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내년 출시되는 AP부터 AMD의 GPU IP를 채용하게 되면 내년 만료되는 Arm과의 GPU 라이선스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MD 출신 업계 관계자는 “AMD의 GPU는 기본적으로 PC, 서버 등 모바일보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기기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며 “AP 라인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IP 라이선스로 삼성전자의 자체 GPU 개발은 또다시 요원해졌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꾸준히 자체 GPU 개발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4년에는 비반테(Vivante)의 IP를 기반으로 커스텀 GPU 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2017년 미국 법인에 만들어진 GPU 개발팀도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GPU는 CPU보다 코어 수가 수십배 많은 복잡한 구조인데다, 신경을 써야 하는 주변 장치가 많아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커스텀 GPU를 직접 만든다면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겠지만, AMD의 GPU 역시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을 보면 자체 GPU 개발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AMD가 얻을 혜택 : 놓쳤던 모바일 다시 잡는다… 서버·PC 시장 부진 만회

AMD는 지난 2009년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다. 자회사인 ATI의 모바일 그래픽(ImageON) 사업부를 퀄컴에게 매각해버린 것이다. 이 그래픽 사업부가 들고 있던 GPU IP가 AMD의 ‘라데온(Radeon)’에서 철자 배열만 바꾼 ‘아드레노(Adreno)’다. 매각 금액은 불과 6500만달러(약 769억원)이었다.

이후 모바일 코어 IP 시장은 Arm과 퀄컴에 잠식됐고, AMD는 이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삼성전자에 제공하는 RDNA 아키텍처 기반 GPU IP가 AMD 입장에서는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첫 제품인 셈이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AMD의 사업계획에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리사 수(Lisa su) AMD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스마트폰 관련 제품을 지금 내놓기엔 늦었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AMD의 전략이 바뀐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부진으로 가성비 좋은 GPU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AMD의 매출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AMD와 인텔의 매출 비교./각 사, KIPOST 정리
AMD와 인텔의 매출 비교. B는 10억달러, M은 100만달러다./각 사, KIPOST 정리

실제 AMD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3% 하락했는데, 회사 측은 GPU 판매량 감소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AMD는 시황에 따라 빠르게 사업 전략을 바꾸는 업체”라며 “고성능 PC·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와 인텔이 쥐고 있어 중저가에 초점을 맞췄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AMD가 고성능 프로세서 공급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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