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공급망 넓고 다양… 서버는 미국 업체 기술 없이 생산 불가

미국의 제재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화웨이는 당장 핵심 부품 상당부분을 내재화하거나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다른 업체를 찾아야한다.

물망에 오르는 건 미국산 부품·기술 의존도가 낮은 아시아 지역 업체들이다. 하지만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부품도 있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컨슈머 사업, 부품 수급 난이도는 中

화웨이의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부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이다. 특히 이번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IPOST 2019년 5월 20일자 <구글과 관계 끊기는 화웨이, 중국 외 1억대 물량 직격탄> 참고)

하지만 부품 수급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주요 부품을 내재화한데다 시장 장벽이 높지 않아 부품별로 공급 업체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에 대비, 핵심 부품의 평균 재고 주기를 6~12개월로 늘렸다. 반도체 생산에 3개월 가량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내 충분히 공급 업체를 확보해 부품을 수급할 수 있다.

 

▲화웨이 ‘P30 pro’ 부품 공급업체 및 본사 소재지./업계 자료, KIPOST 취합
▲화웨이 ‘P30 pro’ 부품 공급업체 및 본사 소재지./업계 자료, KIPOST 취합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TV·서버 등 화웨이의 완성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을 자체 개발, 공급하고 있다. 프로세서는 영국 arm의 코어 설계자산(IP)을 활용해 설계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군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생산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며 “필요한 것보다 높은 사양의 반도체를 쓰거나 완성품의 사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공급 업체들도 마이크론을 제외하면 전부 아시아권 업체들이다. 마이크론이 빠진다 해도 기존 공급사인 SK하이닉스나 도시바의 물량을 늘리거나 삼성전자의 제품을 쓰면 된다.

발목을 잡는 건 RF 트랜시버와 안테나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을 모은 무선통신 프론트엔드(RFFE) 모듈이다. 이동통신 기술이 다양해질수록 복잡성이 늘어나 개발 난이도가 높고 PCB 설계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협력해야해 공급선이 잘 바뀌지 않는다. 내부 부품도 다양해 미국 업체 없이는 개발이 어렵다.

 

▲RFFE 모듈 구성 부품별 공급상황. 아바고(브로드컴), 인텔, 코보, 퀄컴, 스카이웍스는 미국 기업이다. 미디어텍, 마이크로게이트, 무라타, 삼성전자, 스프레드트럼은 아시아 지역 업체다./ABI 리서치
▲RFFE 모듈 구성 부품별 공급상황. 아바고(브로드컴), 인텔, 코보, 퀄컴, 스카이웍스는 미국 기업이다. 미디어텍, 마이크로게이트, 무라타, 삼성전자, 스프레드트럼은 아시아 지역 업체다./ABI 리서치

신기술을 도입·확산하는 것도 어렵다. 비행시간차(ToF) 센서에 들어가는 수직캐비티광방출레이저(VCSEL)만 봐도 대부분 미국 업체가 공급한다. ST마이크로, ams, 맨티스비전(Mantis Vision) 등 그 외 지역 업체의 솔루션을 쓸 수도 있지만 성능은 장담하지 못한다.

PC 사업은 스마트폰보다 부품 수급 난이도가 높다.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인텔과 AMD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가 잡고 있다. 이 3개사의 프로세서를 적용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인텔, AMD, 엔비디아 말고 다른 업체의 프로세서가 적용된 PC를 구매할 지 의문”이라며 “하이실리콘이 arm IP로 PC용 프로세서를 설계한다쳐도 최소 수년간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사업 타격 불가피… 엎친데 덮친격

 

▲덴마크 기술 대학(DTU) CAMD 센터에 구축된 슈퍼 컴퓨팅 클러스터에는 화웨이의 X6800 고밀도 서버가 들어갔다./화웨이
▲덴마크 기술 대학(DTU) CAMD 센터에 구축된 슈퍼 컴퓨팅 클러스터에는 화웨이의 X6800 고밀도 서버가 들어갔다./화웨이

 

더 큰 문제는 서버다. 화웨이는 지난해 출하량 기준 서버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을 영위하는 캐리어 사업 그룹은 지난해 2940억1200만 위안(약 50조6474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웨이 전체 매출의 40.8%를 차지했다.

아시아 업체들이 두루 포진해있던 스마트폰과 달리 화웨이의 서버용 부품 공급사는 대부분 미국 업체다. 화웨이의 고성능컴퓨팅(HPC) 솔루션만 봐도 인텔의 CPU와 GPU, 멜라녹스(엔비디아에 인수)의 커넥티비티 시스템온칩(SoC)이 들어간다.

미국 업체의 부품 비중이 높은 이유는 신뢰성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한번에 수백, 수천여개의 서버를 구축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솔루션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AMD가 최첨단 공정을 쓰면서도 인텔의 서버 CPU 시장 점유율을 좀처럼 뺏어오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올초 선보인 ARMv8 기반 서버 CPU ‘쿤펭(Kunpeng) 920’을 쓸 수는 있지만, 인텔 CPU 기반 서버를 내놓는 다른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인텔은 지난달 신규 서버 CPU 플랫폼인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서버 업체들과 성능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자일링스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를 화웨이에 공급한다. 자일링스는 FPGA 업계 1위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업체도 인텔(알테라), 마이크로칩 등으로 같은 미국계다. 칭화유니그룹의 유니에스오씨(Unisoc)가 FPGA를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업체는 서버용 반도체 업계에서 신생 기업이나 다름 없다”며 “가뜩이나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네트워크 솔루션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인데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까지 차질을 빚으면 신뢰도 추락, 매출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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