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필요성 절실… 삼성·SK하이닉스 "데이터 공유·단가 상승 검토"

#올해 초 TSMC는 감광액(PR) 불량으로 수 만장의 웨이퍼를 폐기처분했다. 구공정에서 쓰던 이물질(Particle) 관리 기준을 그대로 적용, 이보다 더 작은 크기의 이물질을 발견해내지 못한 탓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TSMC는 이물질 관리 기준을 상향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신 공정에서는 불량을 야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만 제조사도, 소재업체도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전자재료컨퍼런스(SMC) 코리아 2019’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원료부터 가공까지 소재 공급망(SCM)에 속한 업체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야 이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설마’하는 부분도 확인해야… 데이터 공유하고 단가 올리겠다”

삼성전자는 4~5년 전부터 소재로 인한 웨이퍼 손실(Wafer loss)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품질·제어 항목을 늘리고 기준도 높이면서 소재로 인한 불량 사고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한 번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R은 한 통(bottle)이 300㎜ 웨이퍼 4000장을 처리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4000장의 웨이퍼를 다 버려야하는 셈이다. 불량의 원인을 찾고, 소재를 바꾸고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김수련 삼성전자 메모리제조센터 소재기술그룹 상무는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공정 마진이 줄어들고, 소재의 품질 마진도 감소한다”며 “‘설마 문제가 되겠어’하는 부분도 꼭 확인하고, 제조사와 소통해야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원료와 소재(Final Material) 업체가 제조사의 기준에 맞춰 품질을 제어, 점검해야한다고 설명했다./KIPOST
▲삼성전자는 원료와 소재(Final Material) 업체가 제조사의 기준에 맞춰 품질을 제어, 점검해야한다고 설명했다./KIPOST

같은 소재라도 공급사마다, 심지어는 통(bottle)마다 성능이 다르다. 원료와 유통 과정, 품질 관리 방법 등도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원료가 소재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1차 공급업체 외 2, 3차 공급업체까지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원료로 인한 불량 사고를 겪었다. 3차 공급업체가 원료를 탱크에 보관해놨다가 선박으로 2차 공급업체에 납품하는데, 탱크에 보관하고 난 후 원료의 불순물을 점검하지 않았다. 그런데 1, 2차 업체의 검사는 물론 삼성전자가 기존에 쓰던 분석 방법을 통해서도 문제가 잡히지 않아 불량이 발생했다.

김 상무는 “당시 새로운 분석 기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불량이 발생하길래 신규 분석 기법을 적용해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며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사가 불순물 제어 기법을 변경하는 것도 불량의 원인 중 하나다. 협력사가 불순물 제어 방법을 바꾸면서 전에 없던 문제가 발생했던 적도 있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불순물을 걸러주는 필터의 유량을 늘렸다가 오히려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소재 품질 관리 및 불순물 기준(상단 표, 노란색 박스)과 로드맵./KIPOST
▲삼성전자의 소재 품질 관리 및 불순물 기준(상단 표, 노란색 박스)과 로드맵./KIPOST

삼성전자는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1, 2, 3차 협력업체가 품질 기준을 제조사에 맞추고 제조사가 소재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성 또한 품질 제어·관리를 시스템화했고, 내년부터 소재에 대한 데이터를 각 단위 공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는 일부 1차 공급업체와 제조사만 높은 품질 관리 및 제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분석 기법도 제조사 주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전문가는 소재를 직접 다루는 공급업체라고 김 상무는 설명했다.

김 상무는 “필요하다면 삼성전자가 가진 데이터 중 관련성이 높은 데이터를 협력사와 공유하겠다”며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그만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품질 비용으로 (단가에)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스마트팩토리 도입 절실… 시스템·인적자원·트레이닝 삼위일체"
 

▲SK하이닉스는 제조사(SK하이닉스)와 소재 업체가 협력해야 소재 기술을 혁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KIPOST
▲SK하이닉스는 제조사(SK하이닉스)와 소재 업체가 협력해야 소재 기술을 혁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KIPOST

SK하이닉스는 웨이퍼에 패턴을 새기는 마스크 단계에서부터 반도체 전공정, 후공정, 모듈까지 전 제조 공정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제조에 다시 반영하는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공정에서는 각 단위 공정과 장비의 챔버마다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제어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오작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예측까지 하는 식이다. 여러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새로운 센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만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다고 해서 불량을 줄이고, 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조사는 소재의 반응(Response) 데이터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재 업체들은 데이터는 커녕 자동화율조차 30%가 채 안되는 게 현실이다.

같은 소재를 만든다고 해도 업체마다 여러 공정을 합친 클러스터 형태의 서로 다른 장비를 써 오류 분석이 어렵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동준 SK하이닉스 소재기술팀장 상무는 “SK하이닉스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소재 업체들에게 디지털화·시스템화를 하든지, 정 안되면 디지털·시스템화된 신규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불량도 문제지만 기술 발전 속도도 장비보다 느리다”고 말했다.

 

▲이동준 SK하이닉스 상무가 소재 업체들의 혁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IPOST
▲이동준 SK하이닉스 상무가 소재 업체들의 혁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IPOST

이 상무는 소재 업체가 최대한 빨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야 제조사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 업체도 원료부터 가공, 저장, 유통 등 각 단위 공정을 디지털·자동화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적 자원을 투입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도체 제조사가 가진 데이터와 접목해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소재 혁신이 될 것이라고 이 상무는 덧붙였다.

이 상무는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한 번의 사고가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많아진다”며 “제조사의 요구사항을 따라오지 못하면 공급 업체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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