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분사한 SiC 자회사, 매출 규모 본사 추월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 칩 및 패키지 업계 간판인 미국 크리가 통신용 반도체 기초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시장에서 새 길을 찾았다. 사내 조직에서 출발한 SiC 사업부가 4년전 분사한 뒤, 이제는 LED 사업 매출을 뛰어 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크리는 SiC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조단위 자금도 투입했다.

크리가 생산한 LED(사진 왼쪽)와 SiC MOSFET. /사진=크리
크리가 생산한 LED(사진 왼쪽)와 SiC MOSFET. /사진=크리

크리, SiC 웨이퍼 생산시설에 10억달러 투자

 

크리는 자회사 울프스피드의 노스캐롤라이나 SiC 공장 확장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1725억원)를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SiC는 실리콘(Si)과 탄소(C)를 기반으로 한 Ⅲ-Ⅴ족 화합물이다. 기존 실리콘보다 열 전도성이 3배 높다. 또 고전압에서 반도체로서의 성질을 잃는 ‘절연파괴 전계 강도’가 10배 높다. 이 때문에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방위산업이나 자동차용 반도체는 SiC 웨이퍼를 이용해 생산된다. 대표적으로 미국 테슬라모터스와 일본 도요타가 전기차에 SiC 기반 전력반도체를 적용했다.

이번 10억달러 투자는 크리가 단일 프로젝트에 투입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이 돈으로 200㎜(8인치) SiC 웨이퍼와 재료 생산능력을 2024년까지 2017년 대비 30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또 SiC 대비 밴드갭이 더 큰 질화갈륨(GaN) 웨이퍼 분야에도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크리가 이처럼 역대 최대 금액을 SiC와 GaN 분야에 투입하는 것은 이미 ST마이크로⋅인피니언으로부터 받은 수주 잔고만 5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렉 로 크리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SiC 웨이퍼로, 이동통신용 반도체 시장은 GaN 웨이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웨이퍼 시장 규모는 곧 5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iC 사업 규모, LED 제쳐

테슬라의 전기 SUV '모델X'. SiC 반도체가 다수 탑재됐다.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전기 SUV '모델X'. SiC 반도체가 다수 탑재됐다. /사진=테슬라

이처럼 산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크리의 SiC 관련 사업 매출은 기존 주력 사업인 LED를 넘어섰다.

크리는 지난 2015년 9월 SiC 웨이퍼 사업을 영위하는 ‘파워&RF’ 사업부를 분사해 울프스피드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전 28년간 파워&RF는 크리의 한 사업부 조직이었다가 이때를 기점으로 독립회사가 됐다.

분사 직전인 2015년 1분기 파워&RF의 매출은 3100만달러(363억원) 정도였다. 4년만인 올해 1분기 울프스피드의 매출은 1억4120만달러로 성장했다. 매출이 4년간 4배로 뛴 것이다. 이 기간 총이익도 6885만달러, 이익률은 48.7%에 이른다. 제조업 분야에서 극히 일부의 화학소재를 제외하고, 이 정도 이익률을 기록하는 사업은 매우 드물다.

기존 주력인 LED 분야와 비교하면 SiC 사업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2015년 1분기 LED 매출은 1억5438만달러, 올해 1분기는 1억3279만달러 씩이었다. LED 산업이 4년간 뒷걸음질치는 동안 울프스피드가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면서 전사 실적을 홀로 견인해냈다.

LED 산업의 경우, 산안광뎬(산안옵토일렉트로닉스)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크리⋅니치아 등 선두권 업체들은 하이엔드 제품 생산으로 이를 만회하려 하고 있지만,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울프스피드의 성장은 이처럼 크리가 위기에 처하는 시점에 극적으로 회사를 구원한 셈이 됐다.

일반 실리콘 웨이퍼와 SiC 및 GaN 비교. /자료=KIPOST
일반 실리콘 웨이퍼와 SiC 및 GaN 비교. /자료=KIPOST

특히 SiC와 GaN 웨이퍼가 워낙 제조가 까다롭다 보니 향후 수요만 받쳐 주면 시장이 레드오션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SiC 웨이퍼는 벌크 결정을 승화시켜 단결정 잉곳을 만드는데, 이때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멍(micropipe)이 생긴다. 이는 SiC 웨이퍼의 불량을 야기한다.

업체들은 씨드(seed) 물질을 도가니에 넣어 SiC 벌크 결정에 열과 압력이 균일하게 가해지도록 하거나 화학기상증착(CVD) 기술로 웨이퍼에 박막을 증착, 결함을 줄이는 방식을 택해 이를 해결한다.

GaN 반도체는 SiC 반도체보다 만들기가 더 까다롭다. GaN을 어떤 기판에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값싼 실리콘 기판에 성장시킬 경우, 서로 열팽창계수(CTE)가 달라 문제가 발생한다. 공정 도중에 웨이퍼가 휘거나 균열이 생긴다. 현재는 GaN과 Si 층 사이에 버퍼 레이어를 집어넣거나 트렌치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보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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