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등 4개국 2개월 연장안 내… V2X 경쟁 원인은?

▲홍승수 에티포스코리아 전략마케팅본부장(사진)은 삼성자동차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전장마케팅을 담당했다.
▲홍승수 에티포스 전략마케팅본부장(사진)은
삼성자동차, 삼성전자, 켐트로닉스 등을
거쳐 에티포스에 합류했다.

유럽연합(EU)에서 대차량통신(V2X) 기술 표준을 두고 한 편의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교통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는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진영과 ‘5세대(5G) 이동통신’이라는 구호 아래 막대한 로비와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C-V2X(Cellular-V2X) 진영이 첨예하게 맞붙으면서다.

미국, 한국 등 DSRC 기반 자율협력 지능형교통체계(C-ITS) 구축을 추진하던 다른 국가에서도 이같은 표준 논쟁이 불거지고 있어 EU의 V2X 법제화 동향은 관련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DSRC(WAVE 또는 ITS-G5) 기술을 중심으로 협력형 지능형교통체계(C-ITS) 체계를 구축하려는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ttee)의 법률안이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 발목이 잡혔다.

이 법률안은 기존 C-ITS 관련 법안에 대한 시행규칙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역내 모든 차량 및 교통 인프라에 V2X 기능을 의무 장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C-ITS 체계는 DSRC로 구축하고, C-V2X 등 여타 V2X 기술은 이에 대한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연합 교통부 장관 격인 비올레타 벌크(Violeta Bulc) 위원장은 "자동차 제조사, 도로 운영자 및 기타 업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C-ITS 기술의 법적 확실성을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대한 개방성도 유지했다”며 “도로 안전에 대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연결되고 자동화된 이동성을 향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DSRC는 세계 각국이 오랜 기간 개발 및 검증을 끝낸 기술이다. 현재 미국, 한국, 일본 등은 이미 DSRC 기반 ITS 체계 구축을 했거나 추진 중이다. C-V2X는 신기술로, C-V2X로 V2X 기술을 못박은 건 중국 뿐이다.

이 법안은 기존 법령에 대한 시행규칙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의회의 입법절차 없이 유럽집행위원회에서 제정, 의회에 통보하면 반대가 없을 경우 2달 후부터 시행하면 됐었다.

하지만 유럽연합교통부가 3월 13일 법률안을 고시한 이후 후발 주자인 C-V2X 진영은 강력히 반발했다.

하랄드 크루거(Harald Krueger) BMW 최고경영자(CEO)와 팀 회트게스(Tim Hoettges) 도이치텔레콤 CEO는 유럽집행위원회 입법안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핀란드 등 역내 국가와 GSMA, 5GAA 등 이익단체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V2X는 차량간통신(V2V), 차량-인프라간 통신(V2I), 차량-보행자간 통신(V2P), 차량-네트워크간 통신(V2N)으로 세분화된다. V2V부터 V2P까지는 DSRC로 구현 가능하나 V2N은 C-V2X에 유리하다./퀄컴
▲V2X는 차량간통신(V2V), 차량-인프라간 통신(V2I), 차량-보행자간 통신(V2P), 차량-네트워크간 통신(V2N)으로 세분화된다. V2V부터 V2P까지는 DSRC로 구현 가능하나 V2N은 C-V2X에 유리하다./퀄컴

C-V2X 진영의 주요 논리는 EU 정부의 결정은 기술중립성에 어긋나며, 기술적으로 DSRC보다 C-V2X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C-V2X로 직행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으며, 5세대(5G) 이동통신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DSRC 진영은 이미 검증된 기술이 있는데 새로운 기술이 검증되기 까지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교통안전 및 경제 효과 측면에서 손해라고 반박했다.

두 진영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4월 8일 의회교통위원회(Transport Committee of European Union)에서는 이 시행령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해당 시행규칙안에 대한 부결안을 유럽연합의회 본회의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17일 유럽연합 의회 표결 결과 찬성 304, 반대 270로 DSRC 기반 C-ITS 내용을 담은 원안이 통과됐다.

마지막 관문이 바로 EU 정상회의에 해당하는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의 심의를 통과하는 것이었다. 유럽이사회는 의회의 승인을 통과한 법안을 승인하거나, 거부하여 의회로 돌려 보내거나, 결정 자체를 미루는 3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당초 업계는 이사회가 긴박한 사유 없이 의회의 결정을 뒤집어 엎기는 쉽지 않으므로 원안대로 가결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 3일 스페인, 불가리아, 덴마크, 핀란드 4개국은 유럽이사회에 기술중립성에 대한 법적 재검토를 위한 2개월 연장안을 냈다. 독일과 프랑스가 원안을 지지하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나머지 회원국의 찬성으로 연장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당초 5월 13일로 예정되었던 관련 법률 발효는 8주간 연기됐고, 이후 법무위원회의 검토 결과에 따라 전 회원국의 표결에 의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여기에 오는 23~26일에 유럽연합의회 선거도 진행될 예정이라 새로 구성된 의회의 성향까지 표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럽집행위원회는 이번 법안이 좌초되면 C-ITS 도입 자체가 2~3년 지연될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이를 반기는 건 C-V2X 진영이다. 아직 C-V2X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C-V2X 진영에서는 최소한 두 기술이 동등한 지위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는 시점까지 V2X 법제화를 미루는 게 유리하다.

시간을 번 C-V2X 진영에서는 기술적으로 우세하고 산업 파급효과가 큰 5G 기반 V2X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EU의 표결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애초에 왜 이렇게 치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V2X 기술 표준에는 업계의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후 이어지는 글을 통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V2X 기술 표준 논쟁의 논점과 양상,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분석해 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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