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발 시스템 반도체 훈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13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에 73조원,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기 둔화에 부담을 느낀 정부도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차세대 노광기 시장을 독점한 ASML은 올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둔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시스템반도체 후방 산업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관련 수혜주 찾기에 안간힘이다. 

 

첫 번째 열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삼성전자는 EUV 노광 공정을 적용해 7나노 제품을 출하하고, 연내 6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모두 화성 캠퍼스 S3 라인에서 만든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적용해 7나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적용해 7나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5G 통신칩, FPGA 등 최첨단 반도체가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5G 통신칩이다. 최근 애플이 자체 개발 중인 5G 통신칩을 포기했다. 퀄컴과의 특허 분쟁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G 칩을 지렛대로 애플 AP 수주 영업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5G 통신칩을 설계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외 퀄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정도다.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도입함에 따라 후방 산업 변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주목할 분야는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CCSS: 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다. 

EUV 노광기는 기존 장비보다 전압이 높은 편이다. 강한 압력으로 케미칼을 쏠 수 있는 CCSS 장비가 필요하다. CCSS 공급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관련 업체는 에스티아이와 한양이엔지가 손꼽힌다. 

진공 펌프 장비도 수혜가 기대된다. EUV 노광기는 높은 정밀도가 요구돼 진공 펌프가 중요해진다. 현재 삼성전자 화성 EUV 라인에는 외산 진공 펌프가 적용됐다. 향후 국산화 가능성이 높은 업체는 엘오티베큠이 거론된다. 

반도체 웨이퍼를 얇게 가공하는데 쓰이는 CMP 장비 및 CMP 슬러리 소재에서는 케이씨텍이 단연 돋보인다. 케이씨텍은 히타치 케미칼과 국내 CMP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 미세 공정에 구리 대신 코발트가 사용되는 것도 CMP 수요 확대에 긍정적이다.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등 기업들도 CMP 슬러리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CCSS) 중 하나인 화학적기계연마(CMP) 기기. /후지필름
▲ 화학적기계연마(CMP) 공정. /후지필름

 

시스템 반도체, 화룡점정은 후공정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징(Fo-PLP)

전공정에서 가장 큰 변화가 EUV 노광 도입이라면, 후공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문은 Fo-PLP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Fo-PLP 기술.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Fo-PLP 기술. /삼성전자

Fo-PLP 기술을 확보해야 TSMC가 독점 생산 중인 애플 AP 물량을 뺏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TSMC와 애플 AP 물량을 양분했다. 

그러나 TSMC가 차세대 패키징 팬아웃 웨이퍼레밸패키징(Fo-WLP) 기술에 성공하면서 물량이 통째로 넘어갔다.   

최근 Fo-PLP 사업은 삼성전기에서 삼성전자로 이관됐다. 삼성전자 내 핵심 인력뿐 아니라 앰코, 스태츠칩팩 등 후공정 전문기업(OSAT)에서 영입된 인력들도 Fo-PLP 라인으로 집결 중이다.  

업계는 Fo-PLP 부문에 3조원 가량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가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로 Fo-PLP 사업이 이관된다는 게 정설이었다. 

▲기존 패키지 기술과 PLP 기술의 차이점. /삼성전자
▲기존 패키지 기술과 PLP 기술의 차이점. /삼성전자

반도체 후공정에는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일자리 창출 및 투자로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삼성전자의 의도도 보인다.  

현재 Fo-PLP는 스마트워치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AP와 PMIC를 한 번에 패키징해 기존 기술 대비 크기와 두께 줄였다. 방열효과 및 전기 신호 개선도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 AP를 Fo-PLP 라인에 태우고, 내년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AP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다만 현재 인풋아웃품(I/O) 400개 수준인 Fo-PLP 범퍼를 1000개까지 늘려야 하는 난제가 남았다. 

난제를 넘을 경우 TSMC Fo-WLP에 육박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삼성전자

수혜 기업으로는 Fo-PLP, Fo-WLP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보유한 네패스가 손꼽힌다. 검사장비 기업 테스나도 수혜가 예상된다.  

Fo-WLP향 이송 장비를 개발해온 싸이맥스도 돋보인다. 레이저 커팅 장비 등을 공급할 이오테크닉스도 주목할 만하다. 
 
디스펜서, EMI 차폐 장비 등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텍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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