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및 기술 유출"
2년간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76명 이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핵심인력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됐다. 앞서 지난 2011년 양측은 2차전지 분리막 기술을 놓고 한차례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이번에 미국서 재차 법정 공방을 벌임에 따라 양측간 갈등도 장기화 할 전망이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이하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미국 델라웨어주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고 29일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측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기 때문이다. 증거개시절차 하에서는 소송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소송과 관련한 서류들을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소송 대리인들은 상대방의 증거자료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진다.
이번 조치에 따라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의 분야에서 76명의 인력을 영입했다.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됐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1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분리막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특허심판원은 2012년 8월 LG화학에 특허 무효심결을 내렸고 LG화학이 이에 불복해 무효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도 2014년 2월 LG화학이 낸 특허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후 두 회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소강상태를 보였던 법정 분쟁은 이번 미국에서의 소송을 계기로 재발하게 됐다.
신학철 LG화학 대표(부회장)은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