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현 기자: 오늘은 최근 스마트폰에 적용되기 시작한 비행시간차(ToF)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달 LG전자가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G8 씽큐’에는 그동안 볼 수 없던 ToF 카메라가 전면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ToF는 사물과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를 재는데 사용하는 카메라입니다.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ToF는 적외선 빛을 쏘아주는 부분과 이를 읽어들이는 적외선 카메라로 구성되는데요. 스마트폰에서 출발한 적외선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재서 거리를 측정합니다.

다들 과학 시간에 배워서 알고 계시죠. 거리는 시간 곱하기 속도, 여기서 속도는 적외선 빛의 속도인데요. 빛의 속도라는건 1초 당 30만킬로미터로 항상 일정하니까, 빛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면 사물과의 거리가 도출될 수 있겠네요.

 

TOF카메라 용도는?

ToF 카메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ToF 카메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구글이 이미 2014년에 ‘프로젝트 탱고’ 라는 이름으로 ToF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선보인 적이 있죠.

당시 구글의 목표는 탱고를 통해 증강현실(AR)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증강현실은 실제 현실 세계를 촬영한 영상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인데요. 가장 초보적인 형태로는 2년전 크게 유행했던 포켓몬 고 게임을 들 수 있습니다.

 

포켓몬 고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특정 장소에 도착했을 때 포켓몬들이 출몰하는 걸 경험할 수 있죠. 그런데 그 포켓몬들 어딘가 어설프지 않나요? 현실에 장애물이 있든 없든 그자리 그대로 머물러 있죠. 예컨대 괴물이 출몰한 이후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벽 뒤로 숨는다고 해도 괴물은 여전히 스마트폰 화면 속을 뛰어 다닙니다.

 

이는 완벽한 형태의 증강현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위치 정보를 활용한 게임에 불과하죠. 만약 ToF 카메라가 스마트폰 후면에 장착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스마트폰이 사용자 주변 사물의 존재 유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죠. 사용자가 벽 뒤로 숨는다면, 화면 속에서 포켓몬을 잠시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겁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증강현실에 반영해주는 기술을 혼합현실(MR)이라고 합니다. 증강현실에서 한 단계 진보된 개념이죠. 구글은 프로젝트 탱고를 통해 AR, 나아가 MR까지 구현하려고 했었습니다.

 

후면 적용, 콘텐츠 생태계 조성 과제

다시 LG전자 G8 씽큐로 돌아와볼까요. G8 씽큐가 ToF 카메라가 탑재된 초창기 모델이라는 점에서 분명 진보적인 제품이기는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죠. ToF 카메라가 후면이 아닌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러면 MR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LG전자의 고민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면 ToF 카메라가 MR을 구현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LG전자 혼자서는 MR 생태계를 열어갈 능력이 부족하죠. 이 MR 생태계는 게임, 영화 등 콘텐츠 업체들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연간 5000만대 정도 팔리는데요. G8 씽큐 판매량은 채 1000만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 물량만 보고 ToF용 콘텐츠를 생산할 회사가 있을까요.

 

이 때문에 LG전자는 MR 콘텐츠  생태계 없이도 ToF를 활용할 수 있게 안면인식이나 애니모지 기능을 G8 씽큐에 넣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ToF가 후면이 아닌 전면에 있을 수 밖에 없겠죠.

 

눈치 빠른 시청자 분들이라면 ToF 카메라가 아직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겠죠. 내년쯤 애플도 아이폰에 ToF 카메라를 적용한다고 하니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ToF 카메라 스마트폰을 사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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