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브랜드 이미지 낙인
폭스콘, 10.5세대 노광장비 일부 반입 연기

2016년 대만 폭스콘에 인수된 이후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던 샤프가 TV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시장 내에서 ‘싸구려 브랜드’의 대명사로 전락하는 한편, TV 판매량이 줄어든 탓에 폭스콘은 광저우 10.5세대(2940㎜ x 3370㎜) LCD 공장 반입 일정도 조정했다.

샤프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전략을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샤프 및 SDP 공장 전경. /사진=샤프
샤프 및 SDP 공장 전경. /사진=샤프

최고급 브랜드에서 저가 브랜드로 급전직하

 

폭스콘에 매각되기 전 최고급 TV 브랜드로 꼽히던 샤프는 지난해 중국 내에서 토종 브랜드들에게도 밀리기 시작했다. 업계서는 샤프의 전략 실패를 물량 밀어내기를 위한 지나친 저가 정책에서 찾는다.

샤프는 2016년 폭스콘에 매각되자 마자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한때 70인치 LCD TV를 사면 60인치 제품을 얹어 주는 전략이 먹혀 들어가면서 의도대로 출하량이 급증했다. 2017년 중국 내 판매량만 400만대 안팎을 기록했다. 2016년 150만대 안팎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저가 공세는 후유증이 뒤따랐다.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낙인 찍히면서 중국 내 판매량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샤프의 TV 세트 판매량은 200만대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내 브랜드들이 LCD 가격 하락에 힘입어 세트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중이캉(中怡康) 데이터에 따르면 샤프의 중국 시장의 평균 가격은 6000위안에서 3600위안으로 떨어졌다. 하이센스는 4265위안, TCL은 4033위안, 창훙은 3615위안인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샤프와 폭스콘의 사업 전략에 전반적인 퇴조를 불렀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폭스콘 그룹에는 400만대 가까운 LCD TV 재고 물량이 쌓였다. 이에 샤프의 10세대(2850㎜ x 3050㎜) 일본 사카이 LCD 공장은 올들어 가동률을 60%선까지 낮췄다. 2분기 가동률은 60% 하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카이 LCD 라인은 지난해 초만 해도 가동률 90%를 유지하던 곳이다.

SDP의 사카이 10세대 공장 가동률. 2019년 2분기는 추정치. /자료=IHS마킷
SDP의 사카이 10세대 공장 가동률. 2019년 2분기는 추정치. /자료=IHS마킷

사카이 LCD 공장 운영 법인인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는 지난해 매출이 2017년 대비 44% 급감한 1114억엔에 그쳤다. 순익도 2017년 43억엔에서 지난해 284억엔 손실로 돌아섰다(KIPOST 2019년 4월 10일자 <샤프 10세대 공장 지난해 매출 44% 급감> 참조).

기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신 공장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폭스콘에 10.5세대 LCD용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일본 니콘에 따르면 폭스콘의 광저우 10.5세대 LCD 공장은 일부 장비 반입 기간을 연기했다.

이 공장은 당초 10.5세대 기판 투입 기준 월 9만장 수준으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단 올 연말 1만8000장 규모의 장비만을 반입한 뒤, 나머지 7만2000장 규모는 최소 6개월 이후로 반입 시점을 미뤘다.

당장 샤프의 사카이 공장의 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그룹 전반적으로 재고가 남아 도는 와중에 신공장까지 가동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 제고 안간힘

 

샤프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제품군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눴다. 오직 60인치와 70인치 대형 모델만을 구비한 하이엔드급 브랜드(Quang shih)와 젊은층을 겨냥한 보급형 브랜드(Ruei Shih)로 시장을 구분했다. 보급형 모델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TV 기능을 앞세워 유행과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겨냥한다는 목표다.

샤프 및 폭스콘 로고. /KIPOST
샤프 및 폭스콘 로고. /KIPOST

그러나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샤프의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에 끌어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위스콘신 LCD 라인 건설문제, 아이폰 생산기지 이전 문제, 아이폰 생산물량 감소 등 폭스콘 그룹 전반적으로 과제가 산적한 점도 걸림돌이다. 2016년 인수 시점처럼 샤프 살리기에 폭스콘 그룹이 ‘올 인(All in)할 수 없는 처지다.

린다 린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폭스콘 그룹의 재고 문제는 가능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중국⋅미국⋅일본⋅대만으로 흩어져 있는 폭스콘 그룹의 디스플레이 생산 기지들을 효과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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