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매각된 셀 장비 일부, 세 번째 주인 기다려

지난 2016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충남 아산 L7-1 라인 가동 중단 당시 중국으로 팔려갔던 일부 장비들이 여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중고 시장을 헤매고 있다. L7-1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인 A4를 짓기 위해 서둘러 가동을 중단한 7세대(1870㎜ X 2200㎜) LCD 라인이다.

중국 정부가 LCD, 특히 구(舊)세대 프로젝트에는 보조금 집행을 제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L7-1 장비들을 매각하고 A4로 전환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L7-1 장비들을 매각하고 A4로 전환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최근 KIPOST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각한 L7-1 라인은 현재 셀 파트 장비가 중국에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7-1 가동을 중단한 건 2016년 하반기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1500㎜ X 1850㎜)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할 공간 확보를 위해 서둘러 L7-1 라인 생산을 멈췄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을 중단한 LCD 라인들은 새 주인을 찾은 뒤 천천히 매각됐지만, L7-1은 워낙 급하게 공간을 비우느라 원매자를 찾지도 못했다. 따라서 새로 셋업되기 좋게 순서대로 분해된 게 아니라 대부분의 장비는 고철 형태로 처분됐다. 장비들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각된 셈이다.

중고 시장에 나온 L7-1 일부 장비에 처음 관심을 보인 회사는 중국 AHZ일렉트로닉스(이하 AHZ)다. AHZ는 LCD TV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업체 신린그룹의 자회사다. AHZ는 안후이성 푸양시에 L7-1 장비들을 셋업하기 위해 인수했다. 그러나 LCD 라인 가동 경험이 없는 AHZ로서는 일부 장비가 사라진 채로 매각된 L7-1을 재가동하기는 무리였다.

이에 AHZ는 L7-1 장비들을 셀과 모듈, 두 파트로 나눴다. 이 중 모듈 파트가 먼저 장쑤성의 커썬커지(Kersentech)에 매각됐다. 커썬커지는 소형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해 L7-1의 모듈 파트만 따로 인수해 옌청 공장으로 가져갔다.

셀 부분은 닝보시에 짓고 있는 전자종이(E페이퍼)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팔렸다. 이 프로젝트는 홍콩 위닝그룹이 추진하고 있는데, 총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가 소요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체이스 리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닝보시의 전자종이 생산라인 건설 프로젝트도 지지부진 하다”며 “최근 L7-1 셀 장비들은 광시(Gunagxi)에 구축되는 모니터용 생산라인에 재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광시의 모니터용 LCD 생산라인 프로젝트는 아직 논의 중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롤러블 OLED. 이처럼 폼팩터가 자유로운 OLED 생산을 위해서는 와이옥타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롤러블 OLED. 이처럼 폼팩터가 자유로운 OLED 생산을 위해서는 와이옥타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7-1 장비들이 매각되는 프로젝트들마다 부침을 겪는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까다롭게 전환된 탓도 있다. 2~3년 전만 해도 디스플레이 관련 프로젝트는 보조금을 쉽게 타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OLED와 10.5세대(2940㎜ X 3370㎜) 초대형 LCD를 중심으로 정부 보조금이 풀리고 있다. 40인치 TV생산에 최적화된 7세대 라인에는 중국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LCD 생산 초보인 인수자들이 75인치 및 80인치대 패널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L7-1 후유증은 장비들을 매각한 삼성디스플레이도 겪고 있다. 원매자를 찾기도 전에 일부 장비를 고철 처리할 정도로 공간 확보를 서둘렀다. 정작 L7-1 공간을 채운 OLED 라인은 아직 원활하게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L7-1은 OLED 생산라인으로 바뀌면서 이름을 A4로 변경했다. A4는 6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센서 기술인 와이옥타(Y-OCTA)가 100% 적용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일부 VIP 고객사에만 제공되는 최고급 제품들을 생산한다.

A4는 지난해 이미 완공돼 가동 준비를 마쳤는데, 문제는 OLED 시황이다. A4가 구축되기 시작했던 2017년까지는 없어서 못판다던 플렉서블 OLED 업황이 지난해 초부터 하락 반전했다. 특히 와이옥타 OLED 생산라인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LCD 사용량을 늘리면서 A4 라인에는 직격탄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A4는 삼성디스플레이 OLED 생산라인 중 가장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정작 패널을 구매해야 할 무선사업부의 최고급 스마트폰 기종들이 잘 팔리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며 “폴더블 스마트폰 등 새로운 수요 진작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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