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반전된 올해가 재편 적기...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

LG화학이 전자정보소재부문의 주력사업인 편광판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아직 언제, 어떤 방법으로 사업을 재구성할지에 대한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수년간 업황 부진에 시달렸던 편광판 업계가 모처럼 반등한 만큼, 올해가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 재편의 키를 잡을 기회로 판단했다.

KIPOST는 LG화학이 왜 지금 시점에 편광판 사업 재편에 나섰고, 향후 어떤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는지 정리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생산된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이 생산된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① 왜 지금인가 - 사업 재편 마지막 기회

통상 편광판 가격은 주요 수요처인 TV용 LCD 패널 가격에 연동돼 결정된다. 1~2분기 약세, 3~4분기 강세인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약세 전환했지만, 편광판 가격은 1분기 들어서도 견조하게 유지됐다. 이는 작년 이후 중국 내 LCD 패널 생산능력이 대폭 늘어난 반면, 편광판 생산 능력 증가치는 이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KIPOST 2019년 2월 19일자 <오픈셀 LCD '나비효과'...편광판 가격 인상 야기> 참조).

특히 삼성⋅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선두권 업체들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 비(非)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 계열 편광판은 공급 부족 현상까지 초래됐다. 비 TAC 계열 편광판은 기존 TAC 계열 대비 내구성이 높아 프리미엄급 패널에 적용된다. 그러나 원재료인 아크릴⋅PET⋅COP 등은 올해 수요 대비 공급이 13% 정도 부족하다. 이에 대만 편광판 업체 청메이(CHENG MEI)는 1분기들어 공급가격을 5~10% 인상하기도 했다.

따라서 LG화학이 편광판 사업 재편에 나선다면, 어떤 형태가 됐든 올해가 가장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다. 올들어 두드러진 편광판 가격 강세가 후방 산업의 투자 지연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조가 언제까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올해가 지나면 사업 재편 기회조차 영영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편광판용 부자재 수급 동향. /자료=IHS마킷
편광판용 부자재 수급 동향. /자료=IHS마킷

업계 관계자는 “편광판 사업이 지난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 탓에 업황이 반전된 올해가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② 가능한 재편 시나리오 - 중국 사업 매각, 가능성 낮아

그렇다면 LG화학은 어떤 형태로 편광판 사업을 재조정하게 될까. 일각에서 중국 사업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4개의 편광판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광저우에는 올해 2개의 라인이 신규로 설치된다.

만약 이들 편광판 생산라인 모두를 매각해버리면, 향후 LG디스플레이의 편광판 수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으로 사업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LG디스플레이의 LCD 매출 비중은 80%에 이른다.

더욱이 사용량이 LCD 대비 절반이기는 하나 OLED 생산에도 편광판이 사용된다. 대신 LCD에 쓰이는 선형 편광판이 아니라 빛의 각도를 꺾어주는 원형 편광판이다. LG화학이 중국 편광판 사업을 정리해버리면,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에 건설하고 있는 TV용 OLED 공장 역시 편광판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광저우 OLED 공장은 올 하반기 중 양산에 들어간다. 내년에 추가 투자도 계획되어 있다.

OLED용 원형 평광판 원리. /자료=LG디스플레이
OLED용 원형 평광판 원리. /자료=LG디스플레이

③ 가능한 재편 시나리오 - 기술 공여 “니토덴코와 사정 다르다”

LG화학에 앞서 편광판 사업 재편을 시도한 일본 니토덴코의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니토덴코는 지난 2017년 중국 진장그룹과 편광판 사업 기술 공여 계약을 체결했다.

니토덴코가 진장그룹에 TV용 편광판 제조 기술을 전수하는 대신, 이 회사로부터 5년간 약 1500억원 정도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TV용 편광판 사업에 투자하려고 했으나 기술이 부족했던 진장그룹과 고부가가치용 편광판 사업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던 니토덴코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 같은 거래는 니토덴코와 진장그룹이 시장에서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니토덴코는 중국 선전에 단 1개의 편광판 라인을 가동하고 있고, 이는 TV 보다는 모바일 등 고부가가치용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소형 OLED용 편광판 가격은 1㎡ 당 최고 110달러로, 20달러 안팎인 LCD용 제품 대비 다섯배 비싸다. 니토덴코는 이 시장에 특화된 제품에 집중한다. 이에 비해 진장 그룹은 TV용 편광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게 목표다.

앞서 밝힌대로 LG화학의 경우 중국에 6개의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기술 공여는 사업 재편으로서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익성이 낮아진 생산라인을 처리하지 못한 채, 경쟁사만 더 늘릴 수 있는 탓이다.

LCD용 선형 편광판. 특정 진동 방향의 빛만을 통과시킨다. /사진=LG디스플레이
LCD용 선형 편광판. 특정 진동 방향의 빛만을 통과시킨다. /사진=LG디스플레이

④ 가능한 재편 시나리오 - JV, 가장 안전한 시나리오

LG디스플레이의 편광판 수급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사업 재편으로서의 의미도 큰 방법이 합작사 설립이다. 난징⋅광저우 편광판 생산 법인에 중국 현지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오프위크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편광판 생산규모는 7억3500만㎡였으며, LG화학의 생산량은 1억8400㎡로 1위였다. 최근 중국 내 10.5세대(2940㎜ X 3370㎜) LCD 생산능력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도가 작지 않다.

LG화학으로서는 현지 파트너의 지분 투자시 들어온 현금으로 생산 라인을 확충해 점유율을 늘려 나가거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편광판 사업에서 한 발 물러설 수도 있다. 그래도 LG화학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LG디스플레이의 편광판 수급 안전판은 마련된다.

합작사 설립은 LG화학 잠재적인 파트너 업체들로서도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LG화학으로부터 사업⋅생산 노하우를 공유 받으면서, LG디스플레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몇년간 불황에 시달려왔던 편광판 업계임을 감안하면, 쉽게 달려들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G화학의 연간 편광판 사업 매출은 2조원이다. 사업 가치를 1조원으로 보고 50%의 지분을 확보하는데만 최소 5000억원이 필요하다.

허은영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현지 편광판 업체 중에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며 “기타 디스플레이 유관 업체 중 편광판 사업에 관심이 있는 업체들 중에 현금동원력이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