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CES 메인은 '자동차'… 모빌아이 벗어나려는 완성차(OEM) 업계 공략

▲CES 20
▲CES 2019 퀄컴 기자간담회 현장./퀄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시장에 머물러 있던 반도체 업계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 안전(Safety)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자동차 안전 관련 반도체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만큼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완성차 업계가 요구하는 성능과 신뢰성은 물론, 충분한 납품 실적(Reference)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차량에만 있었던 ADAS 기능이 중저가 자동차로 확산되면서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ADAS용 시스템온칩(SoC)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모빌아이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것도 기회 요인이다.

 

모바일 AP 1위 퀄컴, “이제는 자동차다”

퀄컴은 최근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 기자간담회 시간의 70% 가량을 자동차 관련 제품군에 할애했다.

이 회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및 모뎀 시장 1위로, 2014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발을 들였다.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자동차 소프트웨어(SW) 개발자만 400여명이다. 현재 18개의 완성차(OEM) 업체가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솔루션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퀄컴이 앞세운 솔루션은 두 개다. ‘3세대 퀄컴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콕핏 플랫폼(Qualcomm Snapdragon Automotive Cockpit Platform)’과 이동통신(Cellular) 기반 차량간통신(C-V2X) 플랫폼이다.

이 중 인포테인먼트로 구분되는 ‘3세대 콕핏 플랫폼’에는 ADAS에 필수적인 그래픽·멀티미디어·컴퓨터 비전 및 인공지능(AI) 기능을 넣었다. 퀄컴은 이 제품을 ‘확장 가능한 AI 기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퀄컴은 이번 CES 2019에서 3년여 전부터 진행해온 ADAS 및 자율주행(AV) 연구개발(R&D) 과제 ‘스텔스 AV 프로그램(Stealth AV program)’의 상황을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개했다. 자율주행보다 ADAS 시장 진입이 먼저라는 뜻도 명확히 했다.

 

▲패트릭 무어헤드(Patrick Moorhead) 무어인사이트&스트래티지(Moor Insight and Strategy) 대표는 CES 2019 기간 트위터에 퀄컴의 AV 테스트 차량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패트릭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스트래티지 대표 트위터
▲패트릭 무어헤드(Patrick Moorhead) 무어인사이트&스트래티지(Moor Insight and Strategy) 대표는 CES 2019 기간 트위터에 퀄컴의 AV 테스트 차량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패트릭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스트래티지 대표 트위터

라스베가스 거리에서는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도 달리게 했다. 퀄컴의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량에는 2세대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프로세서 기반 플랫폼과 360도 서라운드뷰를 제공하는 7대의 카메라,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 기술을 활용하는 레이더 모듈 4개, VEPP(Vision Enhanced Precision Positioning) 등이 적용됐다.

VEPP는 사용하는 지도와 상관 없이 위성항법추적시스템(GNSS), 카메라, 관성측정장치(IMU) 등 여러 센서를 통해 보다 정확히 차량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로, 복잡한 도심 지역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퀄컴에 따르면 VEPP 기술은 차선을 1m 오차로 판단하는 정도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퀄컴은 현재 3세대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다. 2세대, 3세대 프로세서의 성능은 공개된 바 없지만, 수백여곳의 스마트폰 제조사와 일하면서 확보한 유연성을 차량용 프로세서에도 적용했다고 퀄컴은 설명했다.

네이버랩스(Naver Labs)도 이번 CES2019에서 퀄컴의 차세대 프리미엄 AP ‘스냅드래곤 8150’을 기반으로 한 ADAS 카메라 플랫폼을 공개했다. ‘스냅드래곤 8150’은 퀄컴 프로세서 최초로 별도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될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이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150만한 성능을 가진 저전력 SoC가 없다”며 “다른 프로세서는 리눅스 운영체제(OS)라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야하지만, 퀄컴 솔루션은 이미 모바일 시장에서 검증된 안드로이드 OS라 인력을 구하기도, 설계를 하기도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왜 본격적으로 ADAS 카드를 꺼냈을까

퀄컴의 이같은 움직임은 ADAS SoC 시장에 곧 뛰어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고장이 나도 차량 운행에는 문제 없는 인포테인먼트와 달리 ADAS는 운전자와 탑승객의 생명을 쥐고 있다.

그만큼 시장 진입 장벽도 높다. 세계 ADAS SoC 시장의 80% 가량을 인텔이 인수한 모빌아이 한 업체만 점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빌아이는 카메라 비전 분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SoC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뿐만 아니다. 모빌아이의 협력사가 되거나 모빌아이의 솔루션을 활용하려면 모빌아이가 제시한 대로 제품을 만들고, 자동차에 부착해야한다. 제품의 위치나 부착 방법도 일일이 모빌아이의 요구대로 따라야한다는 얘기다.

 

▲퀄컴이 CES 2019에서 선보인 콘셉트카./퀄컴
▲퀄컴이 CES 2019에서 선보인 콘셉트카./퀄컴

그만큼 완성차 입장에서는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완성차 업계가 믿을 만한 모빌아이의 솔루션만 고집하면서도 자율주행 기술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이유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단계가 2단계에서 지체되고, ADAS 기능이 중저가 자동차로 확산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가장 큰 과제는 모빌아이의 종속을 벗어나는 게 됐다”며 “완성차 업체가 직접 반도체를 만들거나 전용 반도체(ASIC) 개발 업체에 제품 개발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아이가 쌓아온 시장 입지를 퀄컴이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는 힘들다. 여전히 신뢰성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포테인먼트와 ADAS에서 요구되는 신뢰성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퀄컴이 이번 행사에서 ‘스텔스 AV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공개한 이유는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였다. 자동차 업체가 비싼 돈을 들여 스스로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유연성을 높여놨으니 반도체는 사고,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올리라는 것이다.

V2X 업체 관계자는 “퀄컴이 메인으로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장기 프로젝트인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ADAS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레퍼런스가 없어 당장 시장에 진입하기는 힘들겠지만, 인포테인먼트와 ADAS 영역 사이에 있는 C-V2X를 기반으로 ADAS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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