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LCD 공급과잉 심화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하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심정은 밝지만은 않다. 지난 3~4분기 반짝 호황을 뒤로하고 다시 기나긴 업황 하락기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금리인상 등 글로벌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는 반면, 공급 측면의 위험 요인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영업이익 1000억~2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4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번 분기들어 디스플레이 가격이 반락하기 시작했지만, 대형 인치 제품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덕분에 실적이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 OLED TV. /LG전자 제공
LG OLED TV. /LG전자 제공

4분기 평균으로 보면 32인치 제품은 3분기 평균 대비 11.2%, 40인치는 2.2%, 49인치 2.0%, 55인치 3.2% 하락하여 대형 제품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었다.

LG디스플레이 대비 LCD 사업 의존도가 작은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에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애플 아이폰용 OLED 패널 생산이 지속됐고, 팹 가동률은 60% 안팎으로 유지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부는 손익분기점 정도의 실적을 냈으나 OLED 사업부가 사실상 회사 이익을 전담했다.

문제는 내년 1분기다. 두 회사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 4분기 실적은 선방했으나 내년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관마다 추정치는 다르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9000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LG디스플레이는 내년 1분기 다시 적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S10’ 향 OLED 패널 생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영업이익 하락폭이 그나마 크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본격적인 LCD 업황 하락기에 중국발 공급과잉 파도가 몰아치면서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또 경기도 파주 E6 라인의 양산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서는 내년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영업적자가 2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영업이익. 2018년 3분기는 확정치. 2018년 4분기부터는 예측치. /증권업계 취합
디스플레이 업계 영업이익. 2018년 3분기는 확정치. 2018년 4분기부터는 예측치. /증권업계 취합

이처럼 디스플레이 업계에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은 수요 증가 요인은 불확실한 반면, 공급 증가 요인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분기 세계 첫 10.5세대(2940㎜ x 3370㎜) LCD 라인을 가동한 중국 BOE는 지속적으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연말이면 월 7만장, 내년 1분기부터는 월 9만장 규모의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

BOE에 이어 10.5세대 LCD 투자를 단행한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 역시 내년 1분기 ‘T6’ 라인 양산에 돌입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두 번째 10.5세대 공장 ‘T7’ 양산 가동도 대기하고 있다.

CHOT는 최근 선양 8.6세대 두 번째 라인 양산 가동에 돌입했다. 첫 번째 라인은 지난 2분기 양산에 돌입한 이후 가동률을 높여가는 중이다. 내년 3분기면 1⋅2라인 모두 풀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은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라며 “최근 대만 청화픽처튜브(CPT)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업황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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